고성춘 변호사의 값진실패, 소중한 발견(22)-공부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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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 변호사의 값진실패, 소중한 발견(22)-공부는 게임이다
  • 고성춘
  • 승인 2016.09.06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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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내 별명은 독사였다. 오전 8시 쯤 도서관 자리에 한번 앉으면 정오 12시에야 일어날 정도로 시간되면 밥 먹고 집에 가고 공부하는 단순한 생활의 자동반복이었다. 마치 내가 컴퓨터 같은 기계로 생각될 정도였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와도 귀찮게 여길 정도로 마음 쓰는 것이 바늘하나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인색하였다. 그렇게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죽어라고 열심히 했는데 왜 떨어졌을까?

지나놓고 생각해보니 바로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경쟁의식을 갖는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건전한 경쟁의식은 적당한 긴장감을 주고 그것은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본다. 문제는 지나친 경쟁의식인 것이다. 이것은 결과 즉 합격이나 성적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집착이 과도해지면 공부가 부담이 되고, 그러면 생활이 고달파진다. 합격은 저절로 되는 것이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올해 안 되면 시험을 포기해야할 개인적인 사정으로 말미암아 배수진을 치고 공부한다 해서 더 공부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공부가 의욕대로만 된다면 누가 어렵다고 하겠는가. 골프라는 운동을 접하면서 더욱더 그것을 느끼게 된다. 작대기 하나들고 움직이는 것도 아닌 한 지점에 놓여있는 공을 치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마음과 달리 잘 안되기 때문에 골프가 어렵다고 한다. 공을 의식하고 힘을 주고 치면 오히려 더 안 된다.

공부도 골프처럼 재미있는 게임이다. TV를 통해서 박세리나 김미현 등의 경기를 많이 봐서 알듯이 골프는 벙커 등 장애물을 잘 피해가야 하는 운동이다. 멀리 보내고 싶은 욕심에 힘껏 쳐봤자 벙커 등에 빠지면 안치느니만 못하듯이 공부도 욕심을 부려 할 것이 아니다. 공부의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들을 잘 구별해서 이로운 것은 취하고 해로운 것들은 잘 피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잘 알면서도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욕심을 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쥐어짜서 공부한다 해서 자기 몸이 의욕만큼 따라 주는 것이 아니다. 몸과 정신이 피곤해지면 책을 보더라도 눈으로만 건성건성 보는 것밖에 안 된다.

또한 장애물을 피했다 해서 능사가 아니다. 골프에서 스코어가 좋으려면 우선은 정확한 방향으로 쳐야 하듯이 공부도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은 시험에는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선코스로 서울로 가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막상 수험생 입장이 되어보면 그 방향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방향을 찾을 것인가. 그것은 시험일로부터 역으로 계산해 보면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시점까지 공부를 벌리고 어느 시점에서 정리단계로 들어가야 하는지, 만일 그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면 공부의 큰 틀이 어긋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시험일로부터 역으로 계산해보면 진도만 자꾸 벌리다가 미처 정리를 다 못하는 실수는 하지 않는다.

타이거우즈와 같은 프로선수가 되려면 비거리(飛距離)가 많이 나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부하는 수험생들도 최소한 하루 공부하는 시간이 8시간은 되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쉬는 정도, 한 달에 4~6일 쉬는 정도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속도로 꾸준하게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마라톤선수들의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기 때문에 체력안배를 해야 한다. 따라서 평소에 운동을 거르지 않고 해야 한다. 공부에 쫓겨 소홀히 하면 시험이 점점 다가올수록 지치게 된다.

이렇게 해서 그린위에 공을 올려놓았다면 그 다음으로는 퍼팅을 잘해야 한다. 공부로 말하면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 했던 것을 차곡차곡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그것도 확실히 담아야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게 된다. 마무리 공부는 정신집중과 배짱으로 하는 것이다.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공부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계속 유지한다. 그리고 공부했던 모든 것을 다 챙길 수는 없기 때문에 그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배짱이 필요하다.

이렇게 한 홀 한홀 해서 18홀을 다 돌고 나면 7~8Km 정도가 되는데 등산으로 치면 4시간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이다. 그러나 운동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어느새 18홀이 되고 더 치고 싶을 정도로 아쉬워하게 된다. 게임에 흠뻑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가 않은 것이다. 공부도 바로 이와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합격을 빨리하고 늦게 하는 것은 전혀 문제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기 때문이다. 시험공부 때문에 자살까지 하는 수험생들이 있다. 얼마나 공부가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 받았으면 그랬을까. 그 정도라면 공부가 너무너무 힘들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게임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게임을 즐기듯이 공부도 그렇게 즐기는 것이다. 「공부 호」라고 이름을 짓고 함장이 되어 보자. 전적으로 이제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함장이 책임지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탐험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항해를 해보자. 물론 항해 도중에 장애를 만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는 재미가 더 크다고 생각을 하자.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분명히 합격은 지척에 와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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