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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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 (33)
  • 문덕윤
  • 승인 2016.09.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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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독해의 위력 6 – 문맥 파악의 중요성

독해의 가장 중요한 약속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야 곡해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논증적으로 읽는 것은 가장 배려적인 방식으로 읽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문을 읽으면서 독자 본인의 지식과 신념을 투사하지 않는 연습은 꾸준할 필요가 있습니다.
 

 

[1-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조선 후기 역사학에서 정통론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홍여하(洪汝河)의 󰡔동국통감제강󰡕에서였다. 이는 17세기 중엽, 명․청 교체라는 동아시아 ‘천하’ 질서의 근본적 동요에 따라 중국 대륙에서 중화(中華)가 공석이 되었다는 의식과 함께, 주자학을 수용하여 도학을 밝힌 조선이 이제 소중화(小中華)로서 중화를 대위(代位)한다는 각성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이러한 소중화 의식은 효종 대의 북벌론을 사상적․정치적으로 지지하면서 점차 조선 사회에서 보편화되었다. 다수의 노론 계통 사상가들도 화이(華夷)의 구분은 지리 경계나 종족에 있지 않다고 보면서, ‘오늘날에는 우리가 중화’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처럼 주자에 의해 확립되고 조선 왕조에서도 그동안 굳게 신봉되었던 화이관, 즉 중국 강역에서만 그리고 중국족에 의해서만 ‘화(華)’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전통적인 화이관은 크게 변질되었다. 나아가 중국 밖에서도, 비중국족에 의해서도 화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인식은 문화 중심 화이론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역사 인식에서 보면 ‘존조선(尊朝鮮)’ 의식의 성립, 강목체(綱目體) 서술의 강화, 그리고 정통론(正統論)의 조선사 적용 등이 그 반영이었다.

이익(李瀷)은 바로 그와 같은 역사 인식을 계승하면서 더욱 논리적으로 체계화하고 질적으로 심화시켰다. 그는 우선 “지금의 중국은 대지 중의 한 조각 땅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하여, 전통적 화이관의 대들보였던 중국 중심의 ‘천하’ 사상을 분쇄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나라는 중국 중심의 ‘천하’에 소속된 존재가 아니라, 각기 하나의 독자적 유기체를 이루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중국 중심 천하관, 즉 유일한 ‘천하’로서의 ‘중국 천하’는 병렬된 개별 국가로 분절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조선은 하나의 독립된 ‘역사적 세계’였다. 여기에서 이익의 ‘삼한 정통론’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정통론의 적용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이익의 정통론이 북벌론자들이나 노론 계열의 그것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후자는 중화의 현실적인 대위라는 ‘존아적 자기 인식’에서 발로된 것이었을 뿐 중국 중심의 ‘천하’ 의식은 여전했던 데 반해, 전자는 하나의 독립된 역사적 세계로서의 조선 인식에 기초한 것이었다. 즉 이익은 중국 중심 ‘천하’의 부정을 전제로 조선의 독자성에 대한 인식에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후자는 예악(禮樂)을 기준으로 하되 조선만을 소화 내지 중화로 보았던 데 반해, 이익은 예악이 요(遼)․금(金)․원(元) 등 만리장성 바깥에서도 성립되어 있었던 것으로 이해했다. 다시 말해 이익은 중국족의 습속까지 예악에 포함시켰던 노론 계열의 소화 의식과는 달리, 예악을 유교적인 것으로 순화시킴으로써 소화 의식을 내용 면에서 본질적으로 수정했던 것이다.

한편 이익은 결과를 가지고 역사의 성패를 논하면 착오가 많다고 판단했으며, 원인이나 객관적 여건을 중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에 따르면, 천하의 제반 역사 운동이나 역사 사실의 전개에서는 시세(時勢)가 기본적 요인이고, 인간 행위는 부차적이며, 도덕적 시비는 천하사의 전개와 거의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때 시세는 어떠한 형태의 법칙성도 거부하는 우연적인 것이며, 동시에 특수한 것이었다. 따라서 실제 역사에 개입된 인간 행위의 성패는 시세에 적합한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된다. 요컨대 그에게 시세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객관적인 여건․정세로서, 무법칙적으로 운동하면서 인간의 의지와 희망에 관계없이 역사를 기본적으로 규정하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이익은 ㉠당시까지의 역사 서술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나는 이미 결정된 성패를 뒤쫓아가면서 ‘성(成)’은 곱게 꾸미고 ‘패(敗)’는 더럽게 만들며, ‘선(善)’에 대해서는 허물을 숨기고 ‘악(惡)’에 대해서는 장점을 버려서, 그 성패가 마치 ‘우지(愚智)에 의한 성패의 판가름’과 ‘선악응보(善惡應報)’라는 인과 법칙의 당연한 귀결인 것처럼 서술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역사 속에서의 인간 행위를 선악 이원론이나 현불초(賢不肖) 이원론의 시각에서 인식하고 평가하는 역사 서술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들 모두가 역사적 실제에 부합하지 않는 편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을 도덕적 선악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분리하고, 인간 행위에 대해서만 도덕적 선악의 시비 문제를 가리고자 했다. 즉 인간 행위에 대해서는 선은 선으로 여기고 악은 악으로 여기되, 그 선악이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로부터는 완전히 차단․분리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과 도덕의 분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실제적 사실을 중시했기 때문에, ‘화’의 기준도 내면적 규범으로서의 도덕과 인의에서가 아니라 외적․객관적 사회 규범으로서의 예(禮)에서 구하게 되었던 것이다.

1. 위 글에서 제시한 정통론의 유형 분류 기준에 따를 때, ‘천하’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은?

①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어찌 내외의 구분이 있겠는가. 이러한 까닭에 각기 자기 사람들을 친숙하게 여기고 자기 임금을 높이며 자기 나라를 지키고 자기 풍속에 편안해 하는 것이니, 화와 이는 한 가지인 것이다.

② 내 생각으로는 이른바 중국이란 것이 어찌하여 중(中)이 되는지를 모르겠고, 이른바 동국이란 것이 어찌하여 동(東)이 되는지를 모르겠다. 대저 이미 동서남북의 가운데라면 어느 곳이나 중국 아닌 곳이 없을 것이니, 동국이란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③ 어찌 유독 중화에만 군주가 있을 것이며, 어찌 이적(夷狄)에는 군주가 없겠는가. 천지는 넓고 넓어 한 사람이 홀로 주인 노릇 할 수 없으며, 우주는 광대하니 한 사람이 오로지 할 바가 아닌 것이다. 천하는 곧 천하인의 천하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다.

④ 비록 이적의 사람들이라도 이적의 행동거지를 버리고, 중국의 도를 사모하고, 중국의 옷을 입고, 중국말을 하고, 중국의 행위를 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중국일 뿐이다. 지금 우리 조선만이 주자학을 종주로 삼고 있으니, 주례(周禮)가 노(魯)에 있는 격이다.

⑤ 중국인은 중국을 정계(正界)로 여기고 서양을 도계(倒界)로 여긴다. 서양인은 서양을 정계로 여기고 중국을 도계로 여긴다. 그러나 하늘 아래 땅을 밟은 이상, 다들 처한 곳에 따라 정계라고 하는바, 횡계(橫界)도 도계도 없으며 모두 다 같은 정계인 것이다.

1. 정답 : ④

◎ 문제 해결의 길잡이 : 정통론의 유형 분류 기준을 파악하여 선택지에서 제시한 ‘천하’에 대한 관점에 적용해보고 이 중에서 관점이 다른 하나를 고르는 문제이다. 위 글에서 말하는 정통론의 유형 분류 기준은 ‘천하’에 대한 관점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소개되고 있는 정통론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북벌론자들이나 노론 계열의 정통론(중국 중심의 천하 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이익의 삼한 정통론(조선의 독자성 인식, 모든 나라를 중국 중심의 천하 의식에서 탈피한 하나의 독자적 유기체로 인정)이다. 두 가지 관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의 중국 중심의 천하 의식을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이다. 이를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여 ‘천하’에 대한 관점의 차이점을 파악해야 한다.

◎ 선택지 읽기
① 개별 국가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또한 ‘화’와 ‘이’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통해 2문단의 ‘중국 강역에서만 그리고 중국족에 의해서만 ‘화’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전통적인 화이관’에서 탈피한 진술임을 알 수 있다. 즉, 중국 중심의 ‘천하’ 의식을 부정하는 이익의 관점과 부합한다.
② 중국 중심의 ‘천하’ 의식을 부정하는 이익의 관점과 부합한다.
③ 중국 중심의 ‘천하’ 의식을 부정하는 이익의 관점과 부합한다.
④ 중국과 이적을 나눔으로써 중국 중심적인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조선만이 주자학을 종주로 삼고 있다는 표현은, 1문단에서 볼 수 있듯이 조선이 소중화로서 중화를 대위한다는 각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북벌론자와 노론 계열 사상가들의 소중화 의식이라 볼 수 있다.
⑤ 중국 중심의 ‘천하’ 의식을 부정하는 이익의 관점과 부합한다.

2. 이익의 역사관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들에 대한 글쓴이의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간 행위는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의 전개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
②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은 도덕적 가치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③ 시세의 변화는 인간 행위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④ 인간의 행위는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⑤ 시세는 선악의 도덕 기준을 벗어나 있다.

2. 정답 : ①

◎ 문제 해결의 길잡이 : 지문의 세부 정보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글쓴이는 이익의 역사관이 이전까지의 역사관이나 역사 서술 방식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차이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역사(천하사,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와 인간 행위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기준이 다름을 올바르게 파악했는지 묻고 있다.

◎ 선택지 읽기
① 인간 행위는 /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의 전개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
: 5문단에서 역사 운동과 역사사실의 전개에서는 시세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인간 행위는 부차적인 요인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인간 행위도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의 전개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②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은 / 도덕적 가치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 7문단 첫 번째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을 도덕적 선악으로 완전히 차단․분리하고…)
③ 시세의 변화는 / 인간 행위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 5문단 마지막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세란…인간의 의지와 희망에 관계없이…)
④ 인간의 행위는 /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 7문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⑤ 시세는 / 선악의 도덕 기준을 벗어나 있다.
: ③번 선택지와 같은 맥락의 진술이다. 5문단에서 시세는 역사를 규정하는 기본적 요인이며, 도덕적 시비는 천하사의 전개와 거의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선악의 도덕 기준은 역사 전개와 관계가 없고 인간 행위와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세는 선악의 도덕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2. 이익의 역사관으로 ㉠을 읽을 때, 독자가 취할 수 있는 태도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선 속에도 악이 있고 악 속에도 선이 있는 경우를 숙고한다.
② 역사서에 보이는 성패의 결과에서 현실 문제의 추이를 전망한다.
③ 오래 전 과거를 다룬 역사서에 서술된 내용의 진위 여부를 의심한다.
④ 역사서에 드러나 있는 도덕적 시비가 사실 인식을 방해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⑤ 훌륭한 지모가 성공하지 못하고 졸렬한 계획이 실패하지 않은 이유를 성찰한다.

3. 정답 : ②

◎ 문제 해결의 길잡이 : ㉡은 당시까지의 역사 서술이다. 이익의 역사관에 따르면 당시까지의 역사 서술 방식은 역사적 실제에 부합하지 않는 편견에 불과하다. 이익의 관점에 서서 당시까지의 역사 서술 방식 두 종류를 파악하고 그것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묻고 있다.

◎ 선택지 읽기
① 선 속에도 악이 있고 악 속에도 선이 있는 경우를 숙고한다.
: 이익의 역사관에 따르면 당시까지의 역사 서술 중 역사 속에서 인간 행위를 선악 이원론적 시각에서 인식하고 평가하는 역사 서술은 역사적 실제에 부합하지 않는 편견이다. 실제로 선과 악은 이분법적으로 나뉘기 어려우며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② 역사서에 보이는 성패의 결과에서 현실 문제의 추이를 전망한다.
: 당시까지의 역사 서술 방식으로, 이익의 역사관으로 보았을 때 비판 대상에 해당한다.
③ 오래 전 과거를 다룬 역사서에 서술된 내용의 진위 여부를 의심한다.
: 6문단의 마지막 문장에 따르면, 이익은 당시까지의 역사 서술 내용이 역사적으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편견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따라서 이익의 역사관을 따르는 독자는 오래 전 과거를 다룬 역사서에 서술된 내용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④ 역사서에 드러나 있는 도덕적 시비사실 인식을 방해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 7문단에 따르면 이익은 사실과 도덕의 분화를 강조하였다. 즉, 이익은 역사 운동과 역사 사실(사실)이 도덕적 선악(도덕)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하고 분리된다는 것을 전제하였다. 따라서 독자는 당시까지의 역사서에 드러난 역사 사실에 대한 도덕적 선악의 시비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옳고 그름이라는 편견으로부터 사실 인식을 방해받을 가능성을 경계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⑤ 훌륭한 지모가 성공하지 못하고 졸렬한 계획이 실패하지 않은 이유를 성찰한다.
: 이익은 성패를 미리 결정하고 이를 선악응보라는 인과 법칙의 당연한 귀결인 것처럼 서술하는 역사 서술 방식을 경계한다. 이익의 역사관에 따르면 역사는 필연이라기보다 우연적인 시세에 따라 달라진다. 훌륭한 지모는 ‘선’이지만 실패할 수 있고, 졸렬한 계획은 ‘악’임에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성패의 결과가 미리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따라서 독자는 훌륭한 지모=성공, 졸렬한 계획=실패라는 공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러하지 않는 경우도 성찰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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