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유탄에 맞아 죽는 사람들, 너희들 진짜 웃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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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유탄에 맞아 죽는 사람들, 너희들 진짜 웃길래?
  • 오시영
  • 승인 2016.09.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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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6년 9월, 대한민국은 유탄에 맞아 죽는 이들의 살아남기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40여 년 전 군에서 훈련 도중 내 사격 표지판에 네 발의 총알이 박히는 황당한 경험이 있다. 난 분명히 세 발을 쏘았는데, 옆에서 사격훈련을 같이 하던 동료 김 일병이 내 과녁에 한 발을 더 맞혀 버린 것이었다. 부대 내에서 사격을 제법 했던 터라 대대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엉뚱한 한 발이 추가로 내 과녁에 맞는 바람에 졸지에 예선에서 탈락해 버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유탄임이 분명했는데도 다시 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대대 사격 대회에서 등수 안에 들면 포상휴가를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려 조금 억울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 뒤에 대표로 나간 다른 친구가 훈련 도중 심하게 고생했다는, 그리고서는 등수 안에 들지도 못해 휴가도 못 간 사실을 알고 위안(?)을 삼기도 했었다.

진정한 과녁은 우병우 민정수석비서이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들 운전병 특채 비리 의혹, 처가 재산 처분 과정에의 개입, 처가가 페이퍼 컴퍼니로 설립한 ㈜정강의 자금 유용, 화성 처가 땅 투기 문제, 홍만표 변호사와의 공동변론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변호사법위반 혐의 등 수많은 비리 혐의로 여야 생각 있는 정치인 및 민심을 대신한 언론 등이 앞장서서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데, 엉뚱하게도 그를 감찰하던 이석수 감찰관이 사퇴를 하고, 그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겸 편집인이 사퇴를 하고, 여전히 우병우 민정수석은 자리를 꿰차고 있다. 아이러니의 극치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활동사항을 정리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청와대 참모 우병우 민정수석이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기에 이르렀으니, 도대체 피의자를 수사하여 그 피의자에게 수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황당한 사태가 전개될 지경에 처해 있는데도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은 마이동풍이고, 우이독경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와 가장 비극적인 일은 “상식 파괴의 일상화”가 온 국민을 더욱 더 상식적인 사람으로 교육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 있는 국민에게 “아, 이러면 안 되는구나”라든지,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뜻 깊은 가르침을 거의 매일 내리고 있으니 교육방법으로는 참으로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선생 몇 사람이 모여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선생이 일행 중 한 분에게 이런 말을 했다. “김 선생, 당신이 대통령 하면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어! 당신이 더 못할 이유도 없잖아”라고. 그 말을 듣던 다른 선생들이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으니, 지금 민심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보수라고 자칭해 온 수많은 사람들조차 비판대열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게끔 되어 버리고 있는 이 “과녁 오판의 통증”을 도대체 언제 어떻게 치유할지 암담하기만 할 뿐이다.

이런 웃픈 현상을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정말 땅을 치고 슬퍼해야 할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가장 친정부, 친여적 논조로 일관해 왔던 조선일보가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사실을 가장 강력히 보도하며 현 정부에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마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목을 한 칼에 날려버릴 때의 기세로 시작하여 점차 심층적 보도를 내어 놓았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당시 조선일보의 의도대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진사퇴하였다. 그로 인해 제19대 대선 당시 국정원장 및 국정원 일부 직원들에 대한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수사 및 기소가 많이 축소되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선거법위반 기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선거 당선”이라는 정치공학적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현 정부는 선거법위반 기소를 막기 위해 조선일보를 내세워 처절한(?) 사투를 벌렸던 것이다. 그렇지만 윤석렬 부장검사를 비롯한 특별수사팀은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해당 피의자들을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하였고, 법원으로부터 일부 유죄판결을 받아내었다. 일부는 여전히 심리 중이다.

그런데 우병우 민정수석은 벌집통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보통 벌집통이 아니라 말벌집통을 건드려 버린 것이다. 조선일보의 착각(?)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쳐지기를 소망한 배척의 대상이었지만, 우병우 현 민정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껴안기를 계속하는 집착의 대상임을 간과한 점에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앞의 사건은 내쳐짐의 결론이 도출되었지만, 뒤의 사건은 “내쳐짐과 껴안음의 충돌”로 지금 내전 중이다. 최종 결론은 내쳐짐일 것이다. 하지만 호락호락 내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태까지의 선행행동이 그러한 후행행동을 예측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림없이 내쳐질 것이다. 언제나 고려되어야 할 것은 “시간”이라는 복병이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을 이길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아무리 정치검찰총장이라고 할지라도(아니라고 믿는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아무리 무능하다고 하더라도(그 동안 여권이나 정권에 유리한 수사결과를 도출해 낸 다른 선행 사건들의 처리결과에 이 사건 처리 결과도 회의가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검사로서의 자존심을 갖춘 분으로 무능하지 않다고 믿고 싶다) 지금까지 우병우 민정수석이 받고 있는 범죄혐의사실을 완전히 무혐의라고 결론 내릴 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인 필자의 부족한 시각에서 보더라도 수사를 안 하면 그냥 관행이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실제로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못하여 그냥 관행처럼 넘어가는 수많은 사건들이 이 세상에 있지만, 일단 수사망에 걸려들어 털리기 시작하면 “유죄의 구성요건”이 갖춰질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검찰은 유죄로 기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예단이라고 비판받을지 모르지만 기소하지 않는다면 그건 대한민국 검찰은 죽었다라는 자결선언문과 같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우병우 민정수석은 물러날 수밖에 없고, 내쳐질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사실과 맞물려, 망해가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및 이에 속은(아니면 이를 다 알고서도?) 4조 원이 넘는 정부지원을 결정한 서별관회의가 도마에 올라 있다. 4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휴지가 되어 버린 사건, 그러고서도 더 많은 정부지원을 결정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책정이 문제가 되어, 당시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당시 기재부장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국회 청문회 증인채택이 불발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야당의 무기력한 타협으로 인해 황당한 결과가 되어 버린 것이다. 당시 산업은행총재인 홍기택(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직을 일방 사퇴함으로써 위 은행에 투자한 우리나라의 지분권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씨만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타협해 버린 것이다. 정치인인 두 사람은 빠지고, 교수 출신으로 비정치인인 홍기택 전 총재만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니(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한 번 쓰고 버릴 패에 불과할 뿐 동지로서의 유대감이 없는 존재이다) 필자로서는 나름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홍기택 전 산업은행 총재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탄”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의 그의 기행이, 언행이 그러한 유탄일 개연성을 예측케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탄에서 얻을 게 많은 까닭이다. 마치 내가 세 발을 쏘고 네 발을 맞춘 것처럼 말이다.

최경환 전 장관이나 안종범 전 수석은 모두 국회의원이거나 전 국회의원인 정치가들로서 설령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었더라도 청문회에서 어떻게 답변해야 살아남는지를 잘 알기에 대처를 잘 할 것이지만, 홍기택 전 산업은행총재는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정치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위 대우조선해양에 부실대출금 지원 결정을 할 자리에 있지 않고 단지 결정된 정책을 집행한 하수인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 면피를 위해서라도 책임을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떠넘길 개연성이 높으므로 그런 과정에서 뜻밖의 진실이 규명될 수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유탄이 될지, 정확한 과녁 겨눔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비행기 1등석 좌석권, 호화요트, 전세비행기, 호화호텔 등 호화해외출장경비를 지원받았다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유탄을 맞아 사퇴하고 말았다. 그리고 조선일보 기자와 이석수 감찰관이 우병우 수사결과를 유출하였다는 혐의로 이석수 감찰관이 수사대상이 되어 있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그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 되고 말았다. 소위 국기문란이라는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 전부라면 이석수 감찰관의 혐의는 사소한 것으로 결론날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은 기소되지 않을 수 없다. 여태까지는 달을 가리킨 손가락이 꺾이는 상황이다 보니, 달은 건재할 것처럼 보이지만, 손가락을 꺾다 보면 그 손가락이 자신에게 향하게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웃기는 세상이다.

지금 언론과 야당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도대체 국정원 해외지부 파견 요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송희영 전 주필의 외국에서의 출장 활동사실을, 그것도 몇 년 전 사실을 어떻게 정보입수했느냐, 그 출처를 밝히라는 역공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그 누구도 김진태 의원을 옹호하지 않고 있다. 고군분투하다보니 위기의식을 느낀 김진태 의원이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자신을 지원사격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몸을 사리고 있다. 이때쯤이면 조원진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 등이 동조할 만도 한데 아직 구체적 반응이 없는 것 역시 김진태 의원이 위 폭로 정보를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닌, 정치공작의 구린내가 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대응방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그 동안 유사 사례에 대한 대처과정이 동일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서 김진태 의원의 폭로가 공작정치의 한 유형일 개연성이 높다.

그런 와중에 진짜 웃기는 선생님, 코미디언 구봉서 장로님이 향년 90세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서 막둥이로 나와 총에 맞아 죽으면서 “내가 죽으면 누가 웃기지?”라는 웃기는 명대사를 남긴 그가 죽었다. 아마도 이 세상이 너무나 웃기는 세상, 상식이 사라져 버린 세상, 못된 놈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음을 보면서 “저 놈들, 정말 웃기는 놈들이네”라고 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너희들, 정말 웃길래?” 꾸중하실지 모르겠다. 코미디언도 아니면서, 개그맨도 아니면서 웃기는 놈들이 넘쳐나는 세상, 유탄에 맞아 “윽, 윽” 하면서 쓰러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작 정조준 사격 대상인 자는 멀쩡하다. 마치 김 일병이 쏘려고 했던 과녁에 총알이 맞지 않듯 말이다. 하지만 그 총알이 어디로 사라진 것 같지만 사라지지 않고 내 과녁에 맞혀 있듯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김 일병의 과녁에 다른 유탄이 날아와 맞지 말란 법이 있는가? 그러기에 유탄이 난무하는 세상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자진하여 스스로 오조준하면서까지 유탄을 양산”하고 있으니 염려스럽다. 아무리 잘 피하는 자도 “유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유탄으로 흥한 자는 다른 유탄으로 멸망할 것이다. 그 유탄이 홍기택이 될지, 조선일보가 수없이 확보하여 저장하여 놓았을 다른 “누군가의 비위사실 폭로”가 될지 흥미진진하다. 그 유탄 속에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축적된 정치자금정보나 부정직한 정권의 위법행위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 볼 일이다.

유탄의 시대, 나는 이 글을 쓰고 틀림없이 아침밥을 먹을 것이다, 아침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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