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외침과 사법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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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외침과 사법신뢰 회복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9.0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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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아마 1995년 겨울로 기억된다.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이정재 등이 주연으로 출연한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는 꽤나 유명세를 떨쳤다. 80년대 군사정권하에서 청춘들의 시대상이 잘 묻어났고 ‘정의’라는 것의 소중함을 국민 모두에게 일깨워 준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기자 역시 빠지지 않고 봤던 드라마다. 특히 이 때, 법조인이 되고자 했던 이들은 드라마 속의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친구를 손수 사형을 집행하는 한 검사에게 유독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애잔한 ‘백학’의 배경음악 아래 흩날리는 은행잎들은 자유와 정의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

근대 사법 70년에 접어들었지만 여기저기서 터지는 법조비리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래서 20년전 드라마 속의 한 검사가 유독 그리워지는 것도 이 때문인 듯싶다.

1997년 의정부법조비리 사건, 1999년 대전법조비리 사건, 그리고 최근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에 이르기 까지, 법조비리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평생 노력해도 눈요기조차 하기 어려운 수십, 수백억을 한두 사건에 거머쥐는 법조비리. 이제 갓 법조계로 진출한 청년변호사들은 제대로 대우 받는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언이자 현실이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연이은 법조비리 사건에서 보듯 아직도 일부 전관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과 해결에 연고관계를 이용하는 등 불법을 자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법조계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최근 변호사 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젊은 변호사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전관 변호사들은 전관예우라는 명목 하에 노골적으로 사건수임과 해결에 연고관계를 내세우고 자신들의 수임료를 턱없이 높여 왔습니다. … 우리 법조계는 이제 사법을 불신하는 국민의 눈에 밀리고 또 밀려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있습니다. 근본적인 사법개혁을 지금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불신뿐입니다. 사법제도가 더 이상 일부 법조인들의 야합해 벌이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됩니다. 그동안 법조비리를 뿌리 뽑지 못한 것을 통렬히 반성하며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제25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2만 변호사의 수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의 대회 기조연설문 중 일부다. 그만큼 절실했던 탓일까. ‘법조비리 척결을 통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는 이번 대회 주제가 이를 말해 주는 듯했다. ‘법조비리 척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도 펼쳐졌다.

매년 가보는 변호사대회지만 올해는 행사장 입구에 걸린 대형 현수막부터 눈에 띈다. ‘법조비리 척결을 통한 국민의 신뢰 회복!’ 이 외침이 반드시 관철되기를 기자는 응원한다. 가치와 방향을 잃어가는, 정의의 상실감에 허우적대는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인권옹호와 정의의 첨병으로서, 그래서 사회통합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법조질서를 바로 잡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모두가 그런 법조인들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왜 법조인이 되려고 하는가”라는 우문(愚問)에 “정의구현”이라는 외침은 여전히 현답(賢答)이다. 그래서 사법시험, 로스쿨 입시 면접에서도 이같은 질문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법조인이란 신분은 깊게 파 들어갈수록 공인(公人, 공적 인물)이라는 점을 더욱 확인할 수 있다. 그 역할 때문이다. 법적 분쟁을 해결해 사회에 기여하라며 국가가 변호사, 판사, 검사라는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특히 변호사는 여타 전문자격사들과는 달리 그 직무영역(변호사법 제3조)이 매우 포괄적인 것도 이 때문일 터.

법조비리의 혼탁함 속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법조계. “왜 법조인이 되려고 하는가”라는 정의구현과 같은 사명을 법학도들에게 강요하기에는 법조계의 위상이 너무나 초라한 현실인 듯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은 순리 중에 순리다. 사법시험, 로스쿨 등 예비법조인들에게 2만여 법조인 모두가 스승이 되고 귀감이 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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