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없으면 법률가 권유하지 않았을 것”
“로스쿨 불공정성, 문제는 맞지만 나아질 것”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28일 법학적성시험(이하 리트) 고사장 중 한 곳인 연세대학교에는 시험 종료 20분 전부터 승용차들이 빼곡이 들어섰다.
다소 초조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고사장 앞을 서성이던 중년의 사람들은 리트 응시자들의 가족이었다.
취재를 위해 가까이 다가서도 굳은 얼굴로 먼 곳을 응시하기만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도 여러 말을 듣다보니 할 말이 쌓였다”며 흔쾌히 질문에 답해 준 사람도 있었다.
국제통상학 전공의 23세 아들을 둔 어머니 A씨는 아들에게 로스쿨 진학을 직접 권유했다고 한다.
“말 많이 들었죠. 변호사가 예전같지 않은데 왜 굳이 로스쿨을 보내려고 하냐는 말... 그런데 전 거창한 무엇이 되기를 바라고 아이를 로스쿨에 보내려는 게 아니거든요. 저는 부모로서 자식 대학원 공부까지는 시켜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학부 공부만으로 요즘 공부했다고 할 수 없잖아요?”
A씨의 말이다.
학비는 부담으로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만큼 아이한테 도움이 된다면 부담은 좀 돼도 부모가 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 아니고 부모의 권유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자녀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더냐고 묻자 “처음엔 마지못해 하는 듯 하더니 얼마 안 가 적성에도 맞고 비전도 생겼다며 열심히 하더라구요”라며 웃어보인다.
모자를 눌러 쓴 남성 B씨는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 수는 없다”는 전제를 하고선 말을 이어갔다.
20대 중반의 이과 전공의 자녀를 뒀다는 그는 “사시존치를 말하는 사람들은 사법시험이 없으면 법률가가 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던데 우리 애는 로스쿨이 아니면 법률가가 못 될 것이다. 내가 못하게 막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시와 로스쿨을 병존시키는 건 어떠냐고 묻자 “사법시험 때문에 로스쿨이 흔들린다는데 내 입장에서 어떻게 그게(사시존치 주장) 좋게 보이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철학 전공의 25세 자녀를 둔 C씨는 자녀 쪽에서 로스쿨 진학을 희망했다고 말한다.
학비는 부모님이 부담한다는 말에 자녀가 학비 걱정을 하지는 않더냐고 묻자 “본인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니까요”라는 답변이다.
C는 로스쿨 불공정 논란에 대해 “대학입학 수시 때도 불공정 논란은 늘 있어왔다. 사회 어디를 들어가든 엄격하게 공정한 절차는 사실 불가능한 것”이라며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래서 입학 불공정 논란이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는 아니다.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았을 뿐이고 다만 필히 나아져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혹시 로스쿨이 없었다면 자녀에게 고시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킬 생각이 있었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런 소모적인 일에 자녀가 애쓰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는 답변이다.
한편 이 날 고사장 앞에서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자친구 D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27세 국문학을 전공한 여자친구를 뒀다는 D는 여자친구가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응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해 입시의 패인이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공부가 부족한 것 말고 있겠나요”라는 대답이다.
올해는 여자친구가 어떻게 준비하더냐는 질문에는 “인터넷 강의를 혼자 들으면서 하던데 내가 보기에 정말 열심히 한다 그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어서인가”라고 묻자 “법조인을 꼭 하고 싶어는 하는데 리트 준비는 마음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소감이다.
이 날 연세대학교에는 3개의 고사장이 배정된 만큼 휴일인데도 응시자들로 교정이 꽉 찼다.
무거운 가방을 멘 한 여학생이 다소 버거운 듯한 모습으로 한참을 뛰어가다 정문 옆에 웃는 얼굴을 하고 선 부모님 품에 흠뻑 안기는 잔잔한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