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법학적성시험 응시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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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법학적성시험 응시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08.30 19:0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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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없으면 법률가 권유하지 않았을 것”
“로스쿨 불공정성, 문제는 맞지만 나아질 것”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28일 법학적성시험(이하 리트) 고사장 중 한 곳인 연세대학교에는 시험 종료 20분 전부터 승용차들이 빼곡이 들어섰다.

다소 초조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고사장 앞을 서성이던 중년의 사람들은 리트 응시자들의 가족이었다.

취재를 위해 가까이 다가서도 굳은 얼굴로 먼 곳을 응시하기만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도 여러 말을 듣다보니 할 말이 쌓였다”며 흔쾌히 질문에 답해 준 사람도 있었다.

국제통상학 전공의 23세 아들을 둔 어머니 A씨는 아들에게 로스쿨 진학을 직접 권유했다고 한다.
 

▲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응시자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 김주미 기자

“말 많이 들었죠. 변호사가 예전같지 않은데 왜 굳이 로스쿨을 보내려고 하냐는 말... 그런데 전 거창한 무엇이 되기를 바라고 아이를 로스쿨에 보내려는 게 아니거든요. 저는 부모로서 자식 대학원 공부까지는 시켜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학부 공부만으로 요즘 공부했다고 할 수 없잖아요?”

A씨의 말이다.

학비는 부담으로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만큼 아이한테 도움이 된다면 부담은 좀 돼도 부모가 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 아니고 부모의 권유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자녀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더냐고 묻자 “처음엔 마지못해 하는 듯 하더니 얼마 안 가 적성에도 맞고 비전도 생겼다며 열심히 하더라구요”라며 웃어보인다.

모자를 눌러 쓴 남성 B씨는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 수는 없다”는 전제를 하고선 말을 이어갔다.

20대 중반의 이과 전공의 자녀를 뒀다는 그는 “사시존치를 말하는 사람들은 사법시험이 없으면 법률가가 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던데 우리 애는 로스쿨이 아니면 법률가가 못 될 것이다. 내가 못하게 막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시와 로스쿨을 병존시키는 건 어떠냐고 묻자 “사법시험 때문에 로스쿨이 흔들린다는데 내 입장에서 어떻게 그게(사시존치 주장) 좋게 보이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철학 전공의 25세 자녀를 둔 C씨는 자녀 쪽에서 로스쿨 진학을 희망했다고 말한다.

학비는 부모님이 부담한다는 말에 자녀가 학비 걱정을 하지는 않더냐고 묻자 “본인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니까요”라는 답변이다.
 

▲ 시험을 마치고 하나둘씩 나오는 응시생들과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 / 김주미 기자

C는 로스쿨 불공정 논란에 대해 “대학입학 수시 때도 불공정 논란은 늘 있어왔다. 사회 어디를 들어가든 엄격하게 공정한 절차는 사실 불가능한 것”이라며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래서 입학 불공정 논란이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는 아니다.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았을 뿐이고 다만 필히 나아져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혹시 로스쿨이 없었다면 자녀에게 고시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킬 생각이 있었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런 소모적인 일에 자녀가 애쓰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는 답변이다.

한편 이 날 고사장 앞에서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자친구 D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27세 국문학을 전공한 여자친구를 뒀다는 D는 여자친구가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응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해 입시의 패인이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공부가 부족한 것 말고 있겠나요”라는 대답이다.

올해는 여자친구가 어떻게 준비하더냐는 질문에는 “인터넷 강의를 혼자 들으면서 하던데 내가 보기에 정말 열심히 한다 그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어서인가”라고 묻자 “법조인을 꼭 하고 싶어는 하는데 리트 준비는 마음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소감이다.

이 날 연세대학교에는 3개의 고사장이 배정된 만큼 휴일인데도 응시자들로 교정이 꽉 찼다.

무거운 가방을 멘 한 여학생이 다소 버거운 듯한 모습으로 한참을 뛰어가다 정문 옆에 웃는 얼굴을 하고 선 부모님 품에 흠뻑 안기는 잔잔한 풍경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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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2016-09-02 06:40:41
기사내용이 참..
여러모로 마음이 아프다

역시 2016-08-31 12:24:52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알 수 있다고..
그 부모에 그 자식이네요.
저런 사고방식 가진 사람들이 법조인이 된다니 무섭네요.

신 나셨네 2016-08-31 10:15:49
자기들한테 좋을것 같은 부분만 언급하면 신나긴하겠죠? ㅋㅋ ㅋㅋ ㅋㅋ ㅋㅋ 그래도 폐지됩니다 ㅋㅋ ㅋㅋㅋ 힘내세요

ㅋㅋㅋㅋㅋㅋㅋ 2016-08-31 00:39:50
그나물에 그밥....저런 생각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니............로스쿨생들이 왜 로퀴소리듣는지 조금은 알겠네요ㅎㅎㅎㅎ고시나 공무원되기 위해 공부하고노력하는걸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는건
로스쿨에 들어가면 쉽게 변호사될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거죠?
그러면서 고시출신들이랑 같은 대우받으려고 하는건 도둑놈심보아닌가?

ㅋㅋㅋㅋ 2016-08-30 22:01:27
어이가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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