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박은정 교수 “법이 희망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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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박은정 교수 “법이 희망될 수 있어”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08.30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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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네이버 「열린연단」 ‘법과 윤리’ 강연회
이화여대 장영민 교수 “헌법가치 실현이 사회소명”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네이버 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열린연단:문화의 안과 밖’ 강연 프로젝트의 네 번째 주제인 ‘사회와 윤리’ 강연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박은정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박은정 교수는 지난 20일 ‘법과 윤리’라는 주제로 강단에 서 풍부한 시각자료와 청중이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두 시간 가량 강의를 이어갔다.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서울대 로스쿨에 재직 중인 박은정 교수는 한국 법철학회 회장, 한국 인권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 날 토론자로 나선 장영민 교수는 한국 법철학회 회장, 한국형사법학회장과 이화여대 중앙도서관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충북대 독문과 문광훈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이 날 강연은 열띤 토론과 함께 네시간 가량 이어졌다.
 

▲ 좌로부터 문광훈 교수, 박은정 교수, 장영민 교수 / 사진 김주미 기자

법에 대한 풍성한 메타포(비유)

박 교수는 청중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법이란 무엇인가요”
“법은 힘이다, 법은 사회적 규범이다, 법은 미래다, 법은 칼이다, 법은 상식이다” 등 수많은 대답이 쏟아진 후에야 박 교수는 질문을 그쳤다.
“다른 어떤 학문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동시에 상반된 메타포들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풍성한 메타포적 상상력, 상반된 인식 사이의 긴장들이 바로 법이 가지고 있는 지적 자원이자 해석학적 잠재력, 제도적 대안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이런 풍성한 메타포에서 우리는 법이 가지고 있는 어떤 딜레마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고 이것이 강연 주제인 ‘법과 윤리’의 관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화두를 던진 것.
박은정 교수는 법이 한 사회를 단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지혜와 경험의 소산이 법이며 그런 의미에서 법학은 학제 통합적인 성격을 가진 종합학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다루는 정치, 윤리, 경제, 심리, 역사, 문학, 철학 등 모든 학문 분야가 동원돼 학제적으로 다뤄지는 ‘학문의 보고’라고도 표현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외국의 일부 대학들은 법을 인문교양 학문의 핵심으로까지 다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이 ‘자유인의 학문’, ‘자유인의 교양’으로서의 위상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법은 단지 법률가의 직업적 방편을 위해 존재하는 듯 보인다”며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우리가 법률 조문을 베껴도 저작권 시비에 걸리지 않는 것은 법에 대한 저작권이 우리 국민, 사회 공동체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법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그렇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 청중에게 질문중인 박은정 교수 / 사진 김주미 기자

종교, 도덕, 윤리... 법이 대신할까

박 교수는 “과거 사회적 통합이나 결속을 위해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권위를 부여하던 종교적 신념이나 도덕 윤리적인 가르침이 지금은 힘이 다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가치에 대한 사회 합의가 점점 빈곤해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보편적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는 희망을 법에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이 지난 1,2세기 동안 법 전문주의 혹은 법 과학화의 명목으로 왜곡되고 빈곤해졌다고 이야기한다.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의 법 시스템 속에서 시민들은 물론 법 집행자나 입법자들까지 도대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단지 법이라서 지키는 현상을 낳게 됐다는 것.
이렇게 법 전문주의의 명목으로 왜곡된 법은 암암리에 법 전문가들에게만 편한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러한 법 전문주의가 일반인의 상식과 법적 이상 사이에 괴리를 가져오는 원인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했다.
△ 법 전문가들의 이론적 관심은 주로 법의 구조화 즉 체계 통일성에 있고 △ 법 전문가들의 이론적 관심은 법의 작용을 대개 수직적인 질서로 파악하며 △ 법 전문가들의 이론적 관심은 법을 병리적 현상에 대응하는 것으로만 본다.
또 △ 법 전문가들의 이론적 관심은 법과 비법을 어떻게든 구분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법을 철학하기

박 교수는 법학을 “이론과 경험이 혼재된, 사회 연관성·실천 연관성이 강한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법학이 이론적 체계화에 야망을 키우게 된다면 법이 전문화돼 갈수록 법적 문제들이 슬그머니 다른 분야인 정치 등의 영역으로 떠넘겨지는 현상이 빈번해 진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론’과 ‘철학’을 직접적으로 비교해 ‘이론’이 체계화·일반화를 통해 삶을 고정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면 ‘철학’은 일체의 고정된 양식에 반발하는, 즉 흔들기라고 설명한다.
이론에 점령되기를 거부하는 데서 철학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인간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법이라고 하는 것이 개념 내재적으로 실존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만큼 정형화된 이론의 틀을 흔들기 위한 근본적인 사유, 즉 철학을 끊임없이 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법’과 ‘법률’을 구분짓기도 했다.
‘법률’을 제정되고 기록·공포된 법령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법’은 어떤 정당한 결정으로서의 법, 조문화된 법 배후의 법원리나 법이념까지를 합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법’이란 ‘법률 + α’가 된다.
여기서 α는 윤리적 범주에 놓여진다고 설명한다.
결국 법이라는 것은 의무의 도덕 즉 ‘어떤 것을 하지 말라’는 영역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법의 내면에는 필히 도덕성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법 판단은 대화와 논쟁의 영역”

박 교수는 미국 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의 말을 인용했다.
법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하드 케이스를 중심으로 법관의 법 적용 과정을 분석한 결과 “법관은 법 규칙 뿐 아니라 규칙의 저변에 놓이는, 어떤 공동체의 기초에 놓인 법원리에 입각에 당사자들의 권리를 찾아준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법의 판단 과정은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법해석에서 법관의 가치판단에 따른 주관 의존성은 법이 갖는 불가피한 한계가 되는 것이다.
법이 갖는 이러한 상대적 불확실성의 한계는 법관에 대한 사회 공동체의 신뢰의 문제로 돌아가 공동체의 신뢰가 법 판단의 권위를 지탱해주는 결과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법은 소통의 문제로 귀결되고 근원적으로는 담론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민주 법치 국가에서 사법부의 위상과 독립성이 강화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지만 사법부의 독립성 제고가 반드시 사법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사법의 높은 문턱,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황제 노역 재판, 법조 브로커 등의 비판은 우리 사법이 소통과 경청에 얼마만큼 주력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사회의 목소리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사법 윤리와 사법 정의의 핵심은 경청이며 법정에서도 토론 레토릭 혹은 수사학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논리 모델’이 참인 전제로부터 연역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면 수사학은 사람들 사이, 생활 속에서 널리 인정된 의견들에 기초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
법의 어쩔 수 없는 주관 의존성, 상대적 불명확성은 논리 모델이 아닌 수사학으로 메꿔질 영역이라는 것이다.
 

▲ 사진 김주미 기자

법이 희망일 수 있게 하는 것은 시민사회

박 교수에 따르면 법은 국가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사회 건설 프로젝트다.
합리적인 법이 보편적으로 지배하는 자유로운 시민사회 건설이 인류 최대의 목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법의 역사를 ‘부재하는 것,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존재와 움직임을 이끌어낸 역사’라고 설명한다.
움직이지 않는 것에서 움직임을 만들려면 균열이 존재해야 하는데 법에는 이러한 균열의 힘, 파괴의 힘이 필연적으로 내재한다고 봤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법적 안정성’ 개념 역시 이러한 법에 내재된 파괴의 힘으로 인해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법 시스템이라는 것은 고정돼 닫힌 시스템인 동시에 끊임없이 외부에 반응해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열린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부응해야 하는 이 속성 때문에 법은 권력에 의해서도 완전히 장악될 수 없고, 실제로 서슬 퍼렇던 두 전직 대통령이 법의 이름으로 고무신을 신고 국민 앞에 선 것을 우리는 목도했다.
박 교수는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사법부가 신장된 것도 1990년대 이후 나타난 많은 시민단체들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시민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공인”이라며 시민사회의 참여와 민주 시민의 건전한 토론이 법을 끊임없이 재정향시키고 더 성숙한 사회 목표를 달성하도록 이끄는 자율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제도로서의 법은 법에 대한 열망과 지향하는 가치가 없이는 진척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 안에 잠재한 유토피아적 요소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법, 인류 전체를 위한 법, 자연과도 함께 가는 법을 ‘4차원의 법’이라 명명, 이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최근 개헌 논의로 우리 사회에 헌법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그 자체로 법에 대한 희망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전문가의 회색 눈빛으로 법을 보지 않고 아마추어의 눈, 교양을 쌓은 이상적 입법자인 자유 시민들의 눈으로 헌법을 논할 때 법은 우리 사회에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장 교수 “법 집행자는 법 발음하는 입에 불과”

토론자로 나선 장영민 교수는 전체적으로 박 교수의 견해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장 교수는 우리가 가져야 할 법 인식에 대해 ▲수퍼마켓 선반에 진열된 완성품을 대하는 듯한 자세가 아닌 적극적으로 찾고 구성해 나가야 할 형성과 실천의 대상으로 법을 바라볼 것 ▲유권적인 기성 명령인 권위체로만 법을 볼 것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볼 것 ▲소비자가 없는 황야의 외침이 아닌 소비자 만족도를 보여야 하는 것이 법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법적 관점이란 인간 삶과 분리된 관점이 아니라 인간의 총체적 삶 속에서 형성된 미적, 종교적, 도덕적 관점 등을 모두 포괄하는 관점이라며 법의 연구란 인간 연구, 사회 연구와 동의어라고 설명한다.
한편 장 교수는 오늘날 사법 불신이 팽배한 이유를 법 집행자들이 자신을 ‘단지 법을 발음하는 입’에 불과함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법”이라고 착각하는 데서 오는 결과라고 지적한다.
장 교수 또한 그 해결을 법적 논의 즉 정의를 위한 대화에서 찾고 있다.
박은정 교수가 중요성을 주장한 수사학에 대하여도 부연했다.
“수사학 모델에 따른 해결은 ‘증명’을 통한 필연적 수용이 아닌 상식에 기반한 ‘설득’을 기초로 한다”며 “이러한 설득을 통해 사건의 당사자들은 자신의 법적 위상을 이해하고 나아가 분쟁은 ‘해결’되기보다 ‘해소’된다”고 설명한다.
장 교수는 법의 희망은 궁극적으로 헌법적 가치 실현에 있다고 봤다.
이러한 가치의 구현은 모든 공직자의 의무이자 모든 시민의 의무이며 따라서 우리의 희망은 헌법적 실천에 대한 소명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 장영민 교수 / 사진 김주미 기자

네이버 열린연단의 네 번째 섹션인 ‘사회와 윤리’ 편은 오는 27일 ‘조직, 윤리, 규범’을 주제로한 정수복 사회학자 강연과 내달 3일 고려대 장하성 교수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연으로 이어진다.

‘열린연단’의 모든 강연은 http://openlectures.naver.com을 통해 공개되며 이 곳에서 참여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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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평등 2016-08-31 20:24:33
그런데 나이랑 학벌로 로스쿨 입시를 등급제로 하나요?
자소서에 기재하지 말라는 것을 위반하고도 아버지 고위법관인걸 기재해도 입학시켜주나요?
출석일수 미달이어서 f학점 줘야하는 사람들에게 학점을 후하게 주나요?

실질적평등 2016-08-26 16:33:53
로스쿨은실질적평등에역행하고
약자들의기회균등을박탈하면서
헌법을정면으로위반하고있다!

? 2016-08-26 15:30:01
법은 희망이 될 수 있으나 현 로스쿨은 희망을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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