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초긴장상태의 신경줄, 막걸리 한 사발 들고 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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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초긴장상태의 신경줄, 막걸리 한 사발 들고 푸세요
  • 오시영
  • 승인 2016.08.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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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식칼을 장난감인 양 들고 노는 세 살배기 어린아이” 같은 형국이다. 식칼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는 그 식칼이 얼마나 무서운 자해도구가 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머리보다 감투가 큰 자의 비극적 희극이 전개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래서 국민이 위태롭다, 슬프다. 여태까지 잘 먹혀들던 안보프레임, 북한이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는 그 선전선동이 국민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청와대는 북한이 잘 하면(아니 잘못하면) 자체 붕괴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남한을 쳐들어올지도 모른다고 또 안보타령이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망하면 망하는 것일 뿐이지, 망해가면서 어떻게 남한을 쳐들어올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쉽지 않다.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붕괴 직전에 놓여 우왕좌왕하고 있는 북한,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어찌 남한을 쳐들어 올 여력이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앞 뒤 설명 전개가 타당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판사판 공사판이라고, 죽게 되면 못 할 것이 없지 않느냐고, 그래서 북한 김정은이 남한을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죽게 되는 놈은 그냥 죽는 것이지,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죽는 놈은 그냥 죽을 뿐이다. 김정은이 죽게 되면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냥 지도자만 한 명 바뀔 뿐, 북한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사드포대 배치를 반대하며 지역주민 1만 명이 모여 반대집회시위를 열었다. 처음 사대포대 설치 예정지로 거론되던 칠곡군민들이 집단반발한 후 성주포대로 발표되었다가, 성주군민이 집단반발하자 김천시 인근 골프장으로 장소 변경이 거론되니 이제는 김천시민이 들고 일어나는 형국이다. 성주포대가 최적지로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던 호언장담에서 다른 적절한 장소를 추천하면 고려해 보겠다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장소가 바뀌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원칙도 없고, 무엇보다도 신중한 고려가 없다. 사전에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정부의 밀실행정이 빚은 안보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포대가 안보상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설치되어야 한다. 국가안보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는 있었어야 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사태가 심상치 않다. 수석비서관 한 명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정원, 검찰, 경찰의 힘을 지나치게 비대화시켜 버린 자업자득이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져버린 국가권력기관을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만일 국가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법과 규정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라면, 우병우 수석이 그 누구로 바뀌더라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시스템으로 모든 것이 작동되고 통제되기 때문이다. 그게 최소한의 국가이다. 그런데 이게 시스템으로 작동되지 않고 사람으로, 개인의 힘으로 작동되어 버리게 되면 그 작동자가 빠지는 순간 모든 톱니가 엇박자가 되면서 국가 전체가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빠져든다.

민정수석 한 명을 제때, 제대로 된 사람으로 교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대통령의 무능은 오직 신경질 하나만으로 버팀이 되고 있다. 대통령의 신경질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각종 비리 의혹이 표면화되어 해당 민정수석을 교체하라는 야당 및 여당의원들의 요구조차 “식물정부를 만들려는 반대파의 획책”이라며 의혹만으로 교체할 수 없다는 청와대 홍보수석의 공공연한 브리핑은 “정상적 사고의 국민을 환장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아니면 국정원, 검찰, 경찰을 합법적으로 통제할 자가 없단 말인가? 비선이 실선보다 더 많이 움직이는 음습함, 법을 지키는 준법보다 법을 어겨가며 드러나지 않은 누적된 탈법,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뛰어내릴 수도, 계속해서 매달려 있을 수도 없는 공포스러운 조마조마함이 극에 달해 있는 형국이 아닌가 싶어 염려스럽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특별감찰한 이석수 감찰관이 감찰사실을 언론기관에 누설하였다며 이를 “국기문란행위”로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오히려 이석수 감찰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 이 지경에 처하자 자진사퇴하라는 청와대의 압력이 있게 되고, 압력을 받은 이석수 감찰관은 “대한민국에서 공직자가 의혹만으로 물러나느냐?”며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패러디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인성이 상실되어 버린 세상이다. 이제는 혼자 죽겠다는 이가 없다. 네가 나를 죽이면 나도 너를 죽이겠다고 달려든다. 아니 네가 나를 죽이려 하면 내가 먼저 선제공격으로 너를 죽이겠다고 나서는 세상이다. 함께 은밀하게 조작을 할 때는 동료이자 공범으로 의기가 투합하였을지라도, 조작이 드러나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이 되면 예전 같으면 누가 나서서 내가 전체를 위해 총대를 메겠다고 희생(?)을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희생을 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다. 그러니 죽이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하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죽는 놈만 바보가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버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염려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제 모습은 굉장히 심약하다. 부모의 비극적 운명을 지켜보며 형성된 심리 저변에 깔린 공포심은 우선 모든 것을 수용하기보다는 내치는 소극적 행위로 나타난다. 자기에게도 그런 비극이 반복적으로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심리 깊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까닭에 자기 말을 따르는 자, 다시 말해 자신과 일심동체가 되는 이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안심되지만, 비판적이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과 만나면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트라우마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런 이들을 아예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모님에 대한 아픈 기억은 공격자들이나 비판자들을 철저하게 외면해 버리거나 등을 돌리는 방식으로 표출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강한 척, 똑똑한 척, 많이 아는 척 할 수밖에 없다. 마치 당랑거철처럼, 수레 앞에 버티고 선 사마귀처럼 자신의 실체를 실제보다 더 크고 위대하고 박학다식하게 포장해 보지만 사마귀는 그냥 사마귀일 뿐, 어떻게 자신 앞에 굴러가는 수레를 사마귀가 막을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지금 그러한 트라우마를 깨는 조언자, 협력자가 필요하다. 이제 만 1년 4개월이 남았다. 집권 여당에서조차 박근혜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거대 야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의 자기지키기, 홀로투쟁하기가 점점 더 심해져가고 있다. 어느 순간 팽팽하던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상황이 전개될까 봐 심히 염려스럽다. 국가지도자의 사고는 느슨해야 한다. 유연해야 한다. 송곳 같아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고, 보듬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 내쳐서도 안 되고, 바늘처럼 찌르기를 계속 해서도 안 된다. 그게 정신건강에 좋고, 그래야만 좋은 생각, 좋은 정책, 좋은 정치지도력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예민해지면 예민해질수록 박근혜 대통령의 실체를 알아버린 국민들은 기대감을 접으며 그 동안의 무능한 정책집행에 대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내젓고 있다.

세월호 사태, 메르스 사태, 서울시 공무원 유오성씨에 대한 간첩조작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혼외자 문제를 내세운 찍어내기, 지난 대통령선거 때 국정원에 의해 자행된 부정댓글 사건, 국정원 여직원 댓글공작이 갑자기 여직원 감금사건으로 둔갑되어버린 국면전환사건,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한 NLL 북방한계선 대화록 유출사건이 노무현 정권의 사초분실사건으로 둔갑한 사건, 정윤회씨 비선농단사건이 조응천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문서유출사건 등등으로 “누적된 여론 조작의 실체”가 모두 거짓이나 무죄 판결이 남에 따라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게 되었다.

거기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겹쳐지고, 이철성 경찰청장 지명자의 음주운전사고 은폐의혹이 겹쳐지니 갈수록 태산이요 점입가경이다. 모든 게 상식에 맞지 않는다. 어찌 이리 상식에 맞지 않은 일들이 국가의 중심부에서 버젓이 반복되고 있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국가기관의 정상적 작동이 완전 뒤틀려버렸다. 국가에 정의가 사라지면 국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폭력집단이 되고 만다. 국가에 질서가 사라지면 가장 무서운 지옥이 되고 만다. 국가에서 도를 세우지 못하면 그것은 아비규환의 전쟁터가 될 뿐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는 국가에 정의가 있는지, 기본적 양심과 상식이 있는지를 묻게 한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참으로 비겁하다. 지은 죄가 많고, 적이 많은 모양이다.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 죽음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다른 이들을 자신이 당하고 있는 방법으로 죽여 본 경험이 많기에 결코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겁을 내고 있다. 참으로 강심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시계의 초침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옛말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물러나, 수사를 받으면 선처(?)의 기회나마 있겠지만, 1년 4개월 후 정권이 바뀐 뒤 수사를 받게 되면 곤욕을 치르게 될 것임을.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기에 1년 4개월 뒤를 생각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 날라들어올 창 막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등 뒤에 숨어 그 칼을 피해보려 하지만, 이석수 감찰관에 의해 수사의뢰되어버렸으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제 자리로 돌아오라. 도무지 대한민국에 법적 질서를 세워야 할 것 아닌가?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김수남 검찰총장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제대로 법을 집행하면 이런 사단이 나지 않지 않겠는가? 죽기살기로 간언할 용기가 없다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 아닌가? 다들 간신인가?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탐관오리인가? 어떻게 일개 수석비서관 한 명 앞에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움츠러들고 쪼그라들고 비비꼬기만 하는가? 일개 필부보다 못한 자들이 국가의 주요 공직을 꿰차고 앉아 도대체 무슨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이 임명된 것은 잘 된 개각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조윤선 장관이 그나마 앞서 언급한 대통령의 조언자, 협력자의 역할을 잘 해 줄 것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친구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속엣말을 다 털어놓고 히히덕덕거리며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막걸리 한 사발에 멸치를 꼬추장(이때는 고추장보다는 꼬추장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에 찍어 먹으며 “김정은 이 시키, 나와!” 하며 헤롱거리셔도 좋을 듯 하다. 거문고줄이, 가야금줄이 끊어질까 염려스럽다.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해요, 제발 좀 잘 되시기를 바래요. 그래야 어려운 국민도 숨 좀 쉬고 잘 살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우병우 민정수석 잘라 버리세요. 그 순간 막혔던 숨통이 쫘악 풀리며 세상이 밝아질 거에요. 정말이에요 한 번 해 보세요. 그 양반 한 명 없다고 대한민국이 식물정부 되겠어요? 더 팔팔한 수석 데려다 일시키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 뭐라고요? 수석은 돌멩이라 팔팔할 수가 없다고요? “할매, 쫌...” 나도 한 번 썰렁 개그 해 봤어요.

우병우 민정수석은 이제 그만 물러나, 쉬세요. 나중에 물러나면 1년 4개월 뒤 더 심하게 개고생한다니까요, 개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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