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사례형 문제 다수 출제…시간부족 호소
헌법·형법 지난해보다 평이…개수형 문제 줄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이번 법원행시 1차시험에서는 민법의 체감난이도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34회 법원행정고등고시 1차시험이 치러진 20일, 서초고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생들은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민법을 꼽았다.
고난도의 사례형 문제가 대량으로 출제된 점이 민법의 체감난이도를 높인 원인이 됐다. 지나치게 긴 지문도 시간안배를 어렵게 했다. 응시생 A씨는 “이번 민법 시험은 사례형 문제가 많아서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됐다”는 응시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응시생 B씨는 “최신판례 문제도 많았고 무엇보다 판례를 재구성한 사례형 문제들이 매우 어려웠다”며 “결론은 알고 있는 판례인데도 문제가 판례의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출제돼 낯설게 느껴지고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응시생 C씨는 “지난해에 비해 민법은 많이 어려워진 것 같다. 최근 법원행시 민법 문제 중에서는 이번 시험이 가장 어렵지 않았나 싶다”며 다른 응시생들과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헌법과 형법은 지난해보다 다소 난이도가 하락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형법의 경우 개수형 문제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는 점이 체감난이도 하락 원인이 됐다. 다만 이는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의미일 뿐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문제가 개수형으로 출제되면서 민법보다 형법이 더 어려웠다고 지목하는 응시생들도 적지 않았다. 또 일부 생소한 문제가 있었던 점도 형법을 어렵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응시생 D씨는 “지난해 형법에서 워낙 개수형 문제가 많았던 탓에 올해 좀 쉬워진 것 같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과목들보다 어려웠다”며 “이번에도 40문제 중 절반 정도는 개수형으로 출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응시생 E씨는 “민법도 그랬지만 형법에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위주로 사례화한 문제들이 있었다”며 “친족상도례나 자수에 관한 문제 등이 이런 사례문제로 출제됐는데 시간소모도 많고 어려웠다”고 평했다.
헌법은 3과목 중 가장 무난했다는 평이 많았던 과목이다. 응시생 F씨는 “이번 헌법은 판례와 헌법조문 위주로 구성됐고 법령 문제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며 “다른 과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이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문제들이 공무원시험과 유사한 형태로 출제된 점도 이번 헌법 시험의 특징이다. 응시생 G씨는 “공무원시험 스타일의 단답형 문제가 적지 않게 출제됐다”며 “이런 문제에서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들 과목을 종합해보면 민법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지고 헌법과 형법은 다소 쉬워졌다는것이 다수 응시생들의 반응이다. 특히 형법에서 개수형 문제가 크게 줄어들면서 일부 응시생들은 합격선이 지난해보다 다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합격선은 법원사무직 85.833점, 등기사무직 83.333점이었다. 과목별 평균점수는 개수형 문제가 대량으로 출제됐던 형법이 법원사무 84.875점, 등기사무 81.304점으로 가장 낮았다. 민법은 법원사무 89.906점, 등기사무 85.109점, 헌법은 법원사무 89.719점, 등기사무 89.348점이었다.
법원행시는 선발인원이 적어 높은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합격선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시험이다. 이같은 경향이 올해도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결과는 오는 9월 8일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