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달에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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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달에 50만원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08.18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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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올 초 지방에 계시던 부모님이 서울로 이사하는 바람에 그간 그대로 두었던 주민등록을 서울로 옮긴지 얼마 안 됐다.

요건만 됐다면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을 당연히 했을텐데 자격기준에 많이 벗어난다.

청년수당 사용처인 ‘구직활동에 필요한 용도’에 ‘고시 등 시험 준비’가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자는 작년까지 직업 없이 부모님께 얹혀있던 죄스런(?) 입장에서 몇 천원이라도 아껴보고자 전자제품 전력량까지 일일이 계산해가며 원룸 주인과 공과금 실랑이를 벌이던 고시생이었다.

그 시절 만일 서울시로부터 한 달에 50만원씩 6개월 지원을 받았다면 눈물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혼자 ‘박원순 키즈’인양 편면적 소속감을 형성하고 애국심으로 무장한 친정부적 인간형이 됐을 것도 같다.

그런데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지난 주 서울시는 보건복지부로터 이미 지급한 청년수당에 대해 직권취소 통보를 받았고 이에 맞서 서울시는 대법원 제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의 접촉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이룰 뿐임을 거듭 확인한 듯 하다.

여러 관점에서 논란을 조명해 볼 수 있다.

청년수당의 성격이 사회보장제도인지 서울시의 정책사업인지에 따른 논의,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자율성·독립성 논의, 여기에 최근 홍준표 지사가 제기한 지자체간 형평성 논의까지 보태면 현 상황에 대한 논란은 말로써 쉬이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법원 판단을 받는 것이 여러모로 가장 깔끔할 것이다.

각자가 고심 끝에 내놓은 일리 있는 말들을 할 것이니 ‘청년수당의 운명이 어찌돼야 한다’라며 논거가 뒷받침된 주장을 할 용기는 없다.

다만 청년 입장에서 “줬다 뺏는 건 나쁜거잖아요”라고 감정에 호소하고 싶다.

서울시 판단으로는 최소한 정부가 청년들을 볼모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리라는 신뢰, 혹여 그런 상황이 생겨도 그 점을 빌미로 공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테니 정부측에서는 더 일단 저지르고 본 청년수당에 호락호락 넘어가주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이미 있는 제도 활용이 가능한 점과 부작용 우려 등 나름의 근거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이면에는 그런 측면이 있어보인다.

하지만 서울시 또한 기습 시행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이 상황을 기싸움의 국면으로 몰아간 데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양측에 공동 책임이 있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 기자가 만일 수당 지급을 받은 입장이었다면 수당 받고 무한한 충성심과 의욕으로 활기찬 하루를 보내다 이런 뉴스들에 깊은 침울감을 느꼈을 것이다.

마치 부모님이 다투면 뚜렷한 이유도 모른채 방구석에서 하루종일 우울해 하는 아이들마냥.

물론 양육자인 부모와 돌봄에 의존하는 아이의 관계에 현 상황을 빗대는 것이 썩 흡족하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서울시는 각자 청년들에 대해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도리인 것 같다.

아이를 위해 서로간 불필요한 다툼을 만들지 않고 또 불거진 갈등을 잘 덮는 현명함이 부모에게 요구되는 것처럼 양측이 이 문제를 그런 시각에서 매듭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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