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올림픽 시즌이 돌아왔다. 브라질 현지의 치안이며 사회·경제적 문제며 준비 미흡 논란이 언론을 장식하는 등 말도 탈도 많지만 어쨌든 또 한 번의 세계적인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이 순간을 위해 4년간 피땀을 흘렸을 선수들은 저마다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를 쓰고 있고 또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치열한 싸움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지금은 텔레비전이 없어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기 어렵지만, 기자가 어렸을 때는 올림픽 경기들을 꽤나 관심 있게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종목도 아니고 박진감 있는 경기가 아니더라도 올림픽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유독 재밌게 느껴지곤 했다.
용기와 담력은 물론 예술성과 기술까지 갖춰야 하는 다이빙 경기는 어린 시절의 기자가 즐겨 보던 종목이다. 수면 위로 떨어질 때는 몸을 일직선으로 곧추 세워서 가능한한 물보라가 적게 생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알게 된 깨알 같은 지식이다.
마라톤은 또 어떤가.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그저 묵묵히 달리는 선수들을 비춰주는데도 지루한 줄을 몰랐다. 아마도 시청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선수들의 경력이나 사연을 소개해주거나 진행상황을 전달해주는 중계진의 덕이 컸겠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효자종목 중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양궁도 긴장을 자아내는 흥미진진한 종목 중에 하나다. 선수들이 쏘는 화살 한 발, 한 발을 바라보며 어느새 손에 땀을 쥐곤 했다.
물론 움직임이 많고 단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내는 격투기 경기나 속도감이 있고 스펙타클한 재미가 있는 농구, 배구, 핸드볼, 축구 등의 구기종목들을 더 열심히 보긴 했다. 경기장에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풀어헤쳐진 도복 자락, 긴 세월 동안 훈련을 거듭하며 뭉그러진 레슬링 선수들의 귀, 네트위로 솟아 오르는 배구선수들의 커다란 손, 공이 네트를 가르는 소리 등에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사투 끝에 승리를 거머쥔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위에 올라 감격해 하거나, 반대로 패배의 쓴 잔을 들고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면 한국 선수들이 아니더라도 뭉클한 마음이 들며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종목의 경기들을 보다보면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감동적인 사연이 전해지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남자 펜싱 에페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금메달을 따낸 박상영 선수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 국가대표에서도 나왔어야 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그의 펜싱 경력이 끝났다고도 했더랬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결승전 경기 자체도 결코 쉽지 않았다. 세계랭킹 3위의 임레 선수를 맞아 10대 14로 뒤지게 됐다. 임레 선수가 단 1점만 더 획득하면 금메달은 물건너 가는 상황이었다. 특히 에페에서는 동시타가 허용되고 있어 박 선수의 역전을 예상하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박 선수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또 다시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연이어 4점을 추가하며 기적같은 동점을 만들어 냈고 회심의 찌르기로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길고 힘겨웠던 4년간의 땀방울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중계는 못보더라도 뉴스를 통해서나마 올림픽 소식을 접하며 문득 올림픽을 준비하는 운동선수들의 마음과 노력이 목표로 하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는 수험생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이,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실력을 갈고닦는 모습이 말이다. 특히 올해는 유난스러운 더위까지 견디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을 수험생들, 당신들의 땀방울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