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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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3)
  • 박준연
  • 승인 2016.08.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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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인사 잘하기’는 왜 어른한테도 중요한가

나는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이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진심으로 기뻤다. 내 자신의 성격을 내향적인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랑 아닌 자랑은, 업무 관계로 필요하면 외향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그리고 또 최소한 인사는 잘 모르는 사람한테도 큰 목소리로 잘한다는 것. 변호사 중에 이런 성격이 별로 드물지 않구나 싶었던 건 예전 회사에서 존경하던 파트너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을 때였다. “파티나 리셉션에 가는 건 나쁘지 않지만 그러고 나면 혼자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

그건 그렇고 나의 인사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이 외교부 직원이었으므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능한 한 인사를 했다. 복도에서도 마찬가지. 그래서 옆 과에서 과 회의를 할 때 인사를 잘 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내 이야기가나왔다고 한다.

뉴욕에서 처음 로펌 생활을 시작한 직후, 바로 옆 오피스에서 근무하던 선배 변호사가 나와 동기가 나누어쓰던 오피스로 찾아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회사 생활 잘 하는 비결 알려줄까? 그 비결에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업무 지원 부서나 직원분들, 비서분들에게 인사를 잘하라는 이야기였다. 그 선배 직원의 설명은 이랬다. 너희는 로펌에 취직해서 너희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것 같지만, 너희는 이제 막 일 시작한 처지이고 남들 도움 없이는 일 못해. 다른 한편 우리 회사엔 몇십 년씩 근무한 직원들도 꽤 많은데 그분들이 언제 너희를 도와줄 지 모른다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꼭 언젠가 특별한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지만, 일상적으로 내가 업무를 부탁하는 처지니까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예전 회사 건물 로비에는 제복을 차려입은 건물 경비 직원들이 있었는데, 이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짧게 잡담을 나누다보니 친해지게 되었다. 주말에 일하러 나가면 “아이고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또 일하러 왔니” 하고, 또 조금 일찍 퇴근하면 “잘됐네, 간만에 일찍 퇴근하고” 이렇게 따뜻한 말을 건네주셨다. 그리고 때로는 흥미진진한 건물의 역사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영화 그렘린 2를 그 건물에서 촬영했다는 설명과 함께 건물 내벽을 가리키며, “저기 벽 보이지? 저 벽으로 그렘린들이 기어올랐다니까.” 어쩌다 주말에 회사 출입증을 잊고 안 가져온 날이 있으면, 그 직원분들이 회사까지 올라와서 문을 열어주셨다. 물론 꼭 그건 내가 얼굴하고 이름을 아는 사이여서 그런 건 아니었을 거다. 다만, 회사를 들락날락할 때 아는 얼굴이 있고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회사를 옮겨 도쿄로 와서는 좀더 다른 인사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침에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면 목청을 높여 “오늘 하루도 회사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받는다. 물론 지나치다면 지나친 인사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별로 안 담겨있는데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인사를 처음 들은 나는 대꾸했다. “네, 오늘도 일 열심히 할게요.”

인사의 문화 충격은 미국 내에서 뉴욕이 아닌 다른 지역을 가도 종종 느낄 때가 있다. 대도시라도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가 생각하는 찰나, 상대방은 인사를 마치고 가던 길을 가는 것이다. 실제로 좋아하는 에세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작가가 입 근육이 너무 아팠는데, 알고보니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한명 한명한테 미소를 짓느라 그랬다는 것.

인사는 형식이고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인사는 의미가 없단 얘기를 안 들어본 건 아니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마음이라는 건 표현을 안하면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나도 내 자신이 어떤 마음인지 모를 때가 있으니까.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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