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산책 134 / 담보평가와 담보조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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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산책 134 / 담보평가와 담보조정률
  • 이용훈
  • 승인 2016.08.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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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갭(gap) 투자’라는 용어는 근래 주목을 끌고 있는 투자기법이다. 뭐 그리 대단한 기법은 아니다. 투자 대상을 즉시 거주할 수 있는 집 대신 전세를 떠안은 주택으로 한정하면, 전세가가 매매가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현실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소액으로도 고가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 목돈 안 들어가서 좋고 현재 거주하는 집을 처분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어 좋은 기회를 놓칠 염려가 없다는 장점은 있다. 물론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전세난 대신 역전세난이 발생하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투자한 소액은 증발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를 권유하는 실용서적 ‘제목’에서도 ‘갭(gap) 투자’라는 용어가 종종 발견된다. 그렇게 해서 수 십 혹은 수 백 채의 주택을 보유하게 된 성공 투자가의 자기자랑이다. 전세가 비율이 매매가의 90%라면 주택가격의 10% 정도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다. 현금 10억으로 100억 원 상당의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하게 되었을 것이다. 계속 그렇게 돈을 벌면 되지, 굳이 자기 비법을 소개하는 책을 내고 싶었을까? 그런 면에서 돈 좀 벌고 나면 명예욕 얻고 싶은 사람 심리가 있음을 보게 된다. 평범한 어느 누구의 ‘주식 대박 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감정평가사는 보통 사람보다 투자 감각이 더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많이 알고 있는 게 독(毒)이 될 때가 많다. 미분양아파트, 고꾸라진 상가, 폭삭 망한 관광호텔 등 셀 수 없이 많은 투자 실패 사례를 접하다 보니 간이 작아진 결과다. 주변 감정평가사 중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보다 재미 못 본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참 아이러니다. 물론 부동산으로 재산 증식한 몇몇 성공 투자자도 있다. 가격 하방경직성도 있고 물건 보는 눈도 괜찮은데 투자 성적이 평타 이하라면 투자성향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보다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투자 마인드를 갖게 된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담보평가 때문이 아닐까 나름 짐작해 본다.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위해 자산을 평가하는 업무, 그로 인한 감정평가 수수료가 전체 시장의 2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평가사치고 담보평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 은행 요구에 맞춰 적극적으로 평가한 후 경매로 넘어간 물건도 적잖다. 과다감정으로 손해 배상을 해 준 평가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 평가업자 간 경쟁은 곧 어느 누가 ‘담보평가액’을 높게 해 주느냐의 싸움이다. 그러다 사고가 간혹 터져 수 천 만원 물어내면 그 때야 정신 차린다. 담보 평가와 관련된 일화도 참 많다. 뇌물수수 등에 의한 부실감정은 담보평가 사고라고 볼 수 없고, 그냥 어느 직군에나 있는 사기행각이라고 보면 된다. 정상적인 담보평가는 시장가치를 염두에 두고 그 아랫자락 어느 지점인가를 제시하는 작업이라고 단순화시킬 수 있다.

2015년 국토교통부의 타당성 표본조사 결과가 전해졌다. 담보 목적의 감정평가 시 ‘담보조정률’이라는 명목으로 평가액을 하향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 물건별이 아닌 평가사별로 담보조정률이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감정평가에서 평가자의 주관이나 임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커서 부실감정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약 10% 정도의 평가서에서 그런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과다감정, 부실감정으로 몰아붙일 때는 언제고, 담보평가액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했다는데 그것도 문제가 되는지 의아하긴 했다. 그래도 절차나 방법상 문제 소지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감정평가방법 별로 정해진 절차와 산식이 있다. 그에 따라 결정된 값은 최종 감정평가액이 되어야 하는데, 그 결과에 ‘담보조정률’이라는 명목으로 얼마를 곱해(예컨대 80~90%) 담보평가액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여러 방법으로 접근해서 감정평가액을 도출한 후 상호 비교하고 검토해서 어떤 결과물이 최선의 결과물인지 판단하는 과정을 시산가액 조정이라고 부르는데, 그와는 다른 접근방법이다. 법에서 정한 절차와 다르게 감정평가를 했으므로 규정 위배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물론 합리적이다. 담보평가액을 보수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방법상 매끄럽지 못한 자구책이었다.

담보평가액을 ‘시장가치’로 평가하는데, 굳이 보수적으로 낮게 평가할 이유가 있을까? 금융기관의 LTV(물건의 시장가치 대비 담보대출액의 비율)를 믿고 ‘시장가치’로 통보한다고 해도 위험이 다 해소되지 않는다. LTV와 신용을 결합해 거래가액 대부분을 대출해 주는 곳도 있다. 경매로 내몰린 물건에 눈독 들이는 투자가가 제 값 주고 사지 않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도 ‘시장가치’와 ‘낙찰가격’의 갭(gap)을 본다. 대출액 회수가 안 되면 감정평가기관도 피곤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담보조정률’을 부득이 적용했을 것이다.

물론, 실무적으로 더 세련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규정 위배 소지도 피하면서. 공시지가기준법에 의한 토지 평가 시 그 밖의 요인 보정을 통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시가와 괴리되는 부분을 보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 때 담보목적으로 평가된 사례를 매번 적용하는 것이다. 또는 표준지와 개별요인을 비교할 때 담보목적을 고려해 특정 항목에 ‘1’보다 작은 값을 넣는 방법은 어떨까. 거래사례비교법에 의한 토지 평가 시에는 그 밖의 요인 보정 과정이 없으므로 개별요인 항목으로 조정하거나, 여러 거래 자료 중 가장 낮은 가격대를 보이는 거래사례를 적용해서 그나마 보수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토지를 제외한 물건 중 규정에서 거래사례비교법에 의한 평가를 강제할 때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개별요인 비교와 거래사례 선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담보조정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규정을 손보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가장 구체적인 형태의 감정평가 규정이 ‘감정평가실무기준’이므로 여기에 새로운 ‘절’을 삽입하면 간단하다. 어쨌든 이번 조치 결과는 ‘담보 평가에서 큰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용은 아니다. 평가 취지에 맞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좀 더 세련된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규정을 다듬는 것이 최선의 조치였다면, ‘감독기관에서 그 부분을 미리 검토해서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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