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58)-히트다 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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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58)-히트다 히트
  • 신종범
  • 승인 2016.07.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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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국민예능이라는 ‘무한도전’을 가끔씩 본다. 그 이름처럼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토요일 퇴근 후 땀에 찌든 몸을 찬물로 씻고 아주 편안하게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시청을 했다. 그날의 메인 주제는 ‘분쟁조정위원회’ 였다. ‘히트다 히트’라는 유행어에 대한 권리를 두고 벌어진 박명수와 하하 간의 분쟁이 조정 대상이었다. 사건(?)의 경위는 이랬다. 무한도전 방송에서 하하가 말한 ‘히트다 히트’가 유행어가 되면서 하하가 이 유행어를 가지고 광고를 촬영하자 박명수가 자신이 그 유행어를 만들었다며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무한도전은 멤버들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한 것이다. 박명수는 하하가 ‘히트다 히트’라는 말을 하기 전에 이미 자신이 방송에서 ‘히트’라는 말을 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유행어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하는 박명수는 단지 ‘세계의 히트’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고, 상황에 맞게 ‘히트다 히트’란 말을 하여 분위기를 살리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한 것은 자신이라며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에 대하여 위원으로 참여한 멤버들간에 의견이 갈렸고, 자문을 위해 참여한 변호사들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이 때 옆에서 함께 시청하던 딸아이가 한마디 한다. “아빠, 학교에서 저작권 강의도 한다면서 누구 말이 맞아?”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보고 있던 예능 프로그램이 갑자기 답을 맞혀야 하는 퀴즈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은 내 답을 들으려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히트다 히트’와 같은 유행어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유행어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걸쳐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나 짧은 구절을 말한다. 세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유행어를 통하여 사람들간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고, 순간적으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어 광고나 게임 등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유행어는 주로 연예인들이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하여 만들어 내는데 때론 수 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만들어 내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독특한 단어의 조합이나 특유한 성조 등으로 창의력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유행어를 만드는데 노력이 투입되거나 창의력이 발휘되고, 유행어를 이용하여 어떠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유행어를 권리로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보고 저작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히트다 히트’와 같은 유행어도 저작물에 해당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판례의 태도를 보면 저작권으로 보호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 법원은 단순히 단어 몇 개를 조합한 것 혹은 간략한 문장 등은 그 자체로 창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천만 관객을 기록했던 “왕의 남자”라는 영화에서 나왔던 유명한 대사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우리 법원은 위 대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법원이 이렇게 판단하는 배경에는 적은 수의 단어 조합으로 이루어져 표현의 방법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에까지 저작권법의 보호를 부여한다면 사람들의 일상적인 언어생활까지 지나친 제약을 가하여 불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따라서, 독창적인 유행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고, 특히 ‘히트다 히트’는 극히 짧은 한 단어의 연속적 배열에 불과하고, 무한도전에서도 나왔듯 이미 이전에 방송에서 여러 사람들이 말한 적이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일반인들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히트다 히트’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면 다른 권리로 보호할 수는 없을까? 연예인의 모습이나 연예인이 방송에서 한 유행어, 독특한 동작이나 목소리 등을 캐릭터화 하여 광고나 게임에 이용하는 경우 등에 문제되는 권리가 있다. 바로 ‘퍼블리시티권’이다. 일반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이란 사람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경우 자신의 승낙 없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 등이 상업적으로 사용되어 지는 경우 정당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의 박탈이라고 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을 별도의 권리로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무한도전의 멤버인 정준하는 십여년전 자신의 얼굴과 그 옆에 자신의 유행어인 “....를 두 번 죽이는 짓이에요” 등의 문구를 캐릭터화하여 판매한 컨텐츠 업체를 상대로 손해해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에서 ‘퍼블리시티권’침해를 인정받아 일부 승소한 적이 있다. ‘히트다 히트’의 경우는 어떨까? 누군가가 단순히 ‘히트다 히트’라는 구절만을 사용하여 상품 광고를 한다면 그 누구의 퍼블리시티권도 침해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히트다 히트’라는 구절과 함께 박명수가 되었건 하하가 되었건 그 초상을 직접 또는 캐릭터화 하여 함께 사용한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무한도전의 분쟁으로 돌아와 ‘히트다 히트’라는 유행어로 광고를 한 하하를 상대로 박명수가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히트다 히트’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박명수를 떠올릴 정도로 박명수가 만든 유행어로 생각하지 않고 있고, 광고주는 박명수의 상업성을 대체하여 하하와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며, 광고를 보는 대중들 또한 박명수와는 무관하게 하하를 보고 구매력을 느낄 것이므로 박명수의 청구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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