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강경호 시인의 “곡사포를 쏘다”와 청와대 이중인격분리기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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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강경호 시인의 “곡사포를 쏘다”와 청와대 이중인격분리기술자들
  • 오시영
  • 승인 2016.07.2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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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요즘 대한민국에는 사람을 두 개로 쪼개는 “공사인격분리기술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이상한 공사인격분리기술자들, 다시 말해 아주 나쁜 거짓말쟁이 인간들이 대한민국을 거의 말아먹을 정도로 분탕질을 치고 있다. 이러한 이중인격분리기술자들이 청와대에서부터 시작하여, 여야 정당을 강타하고, 나아가 사법부를 강타하고 있다. 사실 말이지 사법부가 망쪼가 들면 모든 것이 끝이다. 망조(亡兆)가 맞는 말이지만, 망쪼라고 발음해야 실감이 난다. 그래서 그냥 망쪼가 들었다고 말하고자 한다. 사법부가 망쪼가 들면 세상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왜냐하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마지막 구제되거나 고쳐질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사법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부마저 망쪼가 들면 그 나라는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고쳐질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사법부의 망쪼현상은 국가전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윤상현 의원, 최경환 의원,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난 4ㆍ13총선 개입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되었다. 그들이 모두 내세우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이다. 김성회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지원자에 대해 지역구 옮길 것을 강요하면서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내세운 말은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윤상현 의원이 먼저 바람을 잡아 상대방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들고, 이미 한 방 먹어 갈대처럼 흔들리기 시작한 상대방에게 최경환 의원이 두 번째로 안 옮기면 어떤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이 확실히 겁을 먹게 한 다음, 현기환 정무수석이 케이오펀치를 먹이는 삼박자 역할분담체계가 갖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일종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가관이다. 물론 모르긴 해도 어디 김성회 후보지원자 한 명에게만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 지원자들 중에 여러 군데 지역구를 들락날락했던 많은 이들이 있었음에 비추어 가히 미루어 짐작이 간다. 현기환 정무수석이 이한구 새누리당공천위원장을 모 호텔에서 만났다는 사실 또한 이를 반증하는 증거라 하겠다.

정병국 청와대 대변인은 말한다. 개인 현기환이 그런 행위를 했을 뿐 정무수석이 한 짓이 아니라고. 이렇게 공과 사를 구별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이중인격분리기술자들의 말은 우리끼리 이야기지만 모두 거짓말이다. 사람이란 공적인 사람 따로 있고, 사적인 사람 따로 있을 수 없다. 만일 공적인 사람과 사적인 사람이 분리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 너무 바빠 어떤 일을 할 겨를이 없을 때 사용하는 공사다망(公私多忙)이라는 말이 시중에서는 公私多亡-공과 사가 다 망해버렸다-라는 우스갯말로 회자되기도 한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를 여와 야에 전달하여 조율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참모이다. 따라서 정무수석의 행위는 그게 대통령의 정무행위인 것이다. 이를 분리한다는 것은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는 자인 상대방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시 말해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정치적 대리인이기 때문에 정무수석의 말을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무수석이 잘못하면 그것은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다. 아니라고 하면 그게 웃기는 것이다. 만일 대통령의 뜻이 아닌데도 정무수석이 정무와 관련된 행위를 하였다면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된다.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개인적 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정병국 청와대 대변인의 저 말 – 개인 현기환의 행위일 뿐 – 이라는 저 말이 맞다면 이는 간신의 행위이고, 대통령의 이름을 호가호위한 것이 된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저렇게 직권을 남용한 자를 내쳐야 한다. 물론 지금은 정무수석직에서 물러났기에 인사를 논할 것은 없겠지만, 당장 수사 지시를 내려 대통령의 뜻을 어기고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정치를 한 자에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치 유승민 의원을 자신의 정치를 한 것으로 몰아세우며 내쳤던 것처럼(독립국가기관인 의원과 일개 참모에 불과한 정무수석의 경우 후자가 훨씬 그 책임이 크다). 그러한 경우의 공직자 처벌을 위해 직권남용죄라는 죄목이 있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현기환 정무수석이 그런 행위를 하였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이름을 판 것으로 명백한 직권남용죄의 죄책을 물어야 한다. 그런 행위를 질책하고 수사를 지시하기는커녕 그러한 행동이 개인적 행위였을 뿐이라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친절하게 호도하도록 하고 있으니,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는 것이다. 화를 내거나 분노해야 할 때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그를 옹호하거나 변론하고, 연민과 아픔으로 눈물 흘려야 할 때 삭막하게 메마른 미소를 짓고 있으니 보는 이가 황당해지는 것이다.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 코리아사로부터 무상으로 주식을 받은 것으로 인해 결국 쇠고랑을 찼다. 주식취득과정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강변하던 얼마 전의 그의 모습이 초라해진다. 머리 영리한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은 자신의 머리가 영리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거짓말에 모든 사람들이 속아 넘어갈 거라고 믿는 것이다. 아무도 속지 않는데 본인은 세상을 속였다고 착각하는 것이야말로 코미디 중의 코미디이다.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넥슨 코리아 김정주 대표이사가 이렇게 정관계에 뇌물성 대가를 지불하고 성장하였다는 것이 서글프다. 대한민국 기업은 이렇게 비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처럼 얽히고설킨 권력기관의 내부탐욕의 실타래가 사뭇 궁금하다. 결국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연결되는 고위층 부조리의 단막극이 펼쳐지고 있다. 민정수석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 사정기관의 총괄 청와대 참모이다. 경찰과 검찰 심지어는 국정원까지의 모든 국가사정기관의 정보가 총집결되는 막강한 권력의 자리이다. 그게 민정수석이다. 그러한 민정수석이 자식의 병역문제, 부동산 문제, 검찰청 인사권 문제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이슈의 중심축에 서 있다. 그런데 여전히 청와대, 아니 박근혜 대통령은 공사인격분리기술자, 이중인격분리기술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국가최고통수권자가 지혜롭지 못하면 아래에 간신이 끓기 마련이다. 부정부패에 찌든 관료들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국가최고통수권자가 부하들의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별해낼 지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간신의 말을 충신의 말로 알아듣고, 충신의 말을 간신의 말로 알아듣는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기증이 나서 어지럽고, 좌우로 어리석어 현기환을 정무수석으로, 우병우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했거나 임명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너무 할 말이 많아 아무 말도 하기 싫어지는 한 주다. 강경호 시인의 “곡사포를 쏘다”라는 시를 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곡사포 부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옆 부대 105미리미터쯤은 딱총으로 보여지는데, 이렇게 큰 포가 2600방향의 북쪽 어느 타킷에 떨어지면 그야말로 불바다가 될 것이다. 훈련 나갔다가 돌아와 포구와 포신을 열심히 닦다가 장난끼가 발동했다. 포구에 개구리를 잡아넣고는 장약과 포탄을 뺀 채 뇌관만을 넣고 방아끈을 잡아당기자 개구리가 50미터쯤 날아갔다. 죽은 줄 알았던 시커멓게 그을음 뒤집어 쓴 개구리가 펄쩍펄쩍 풀숲으로 뛰어가며, 참 별 일 다 있다는 듯 쳐다보는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마음이 뜨거워진 나는 포탄 대신 들꽃을 꺾어와 포구에 넣고 우리가 겨누는 2600방향, 북녘 동포들이 감자를 캐고 있을 그 언저리 어딘가를 향해 방아끈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어린 포병의 철없는 마음이 폭죽처럼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수만 개의 꽃이 북쪽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전문,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에 수록, 시와 사람, 2016 간).

30여 년 전 개구쟁이 청년 강경호 시인이 보인다. 하지만 강경호 시인은 그때도 천상 시인이었다. 2600방향,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북한 동포가 살고 있음을 알아챈 강경호 시인, 계급이 상병이었는지 병장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졸병 강경호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곡사포의 포신과 포구를 열심히 닦으며, 그 포신에서 쏘아질 폭탄을 맞으면 죽을지도 모를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 곡사포를 다루는 자는 죽는 자를 생각하지 않는다. 총을 겨눈 자도 죽는 자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강경호 시인은 죽는 사람, 감자 캐다가 죽을 사람, 옥수수를 삶아 먹다가 죽을 사람, 강냉이죽을 먹다가 죽을 북한 사람을 생각했다. 시인은 사람을 생각한다. 개구리에게 못된 짓을 하고 나서 미안해진 시인은 북녘 동포들에게 폭탄 대신 꺾어온 들꽃을 쏘며 행복해 한다. 이렇게 평화를 쏘면 될 것을, 포탄을 장전하고 전쟁을 쏘고 죽음을 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고 묻는다.

이중인격분리기술자들, 거짓말에 이골이 나고, 공갈ㆍ협잡에 심신이 물든 자는 저 포병 졸병의 들꽃을 쏘는 심정을 알지 못한다.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면 북한군 곡사포의 2600방향이 성주 사드포대가 되고, 성주에서 참외를 심고, 그 참외를 팔아 가족들끼리 행복하게 살아가는 성주 주민들에게 북한의 곡사포가 제일 먼저 쏘아지게 되어 그들이 북한에서 감자 삶아 먹다가 남한의 곡사포에 맞아 죽게 될 북한 주민들처럼 남쪽에서 제일 먼저 죽어가게 될지도 모를 위험에 내쳐진다는 사실을 사드포대 배치 결정권자들은 알지 못한다. 아니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이중인격분리기술자들은 거짓말에 능해 보고 싶은 쪽만 보고, 하고 싶은 생각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기술자들이기 때문에 사드포대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단지 전자파만 무서워하는 것으로만 알아듣고 전자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야단이다. 하지만 정작 성주주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기 전에 자신들이 쏘아올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무력하게 할지도 모르는 사드포대배치지역인 성주를 먼저 2600방향 삼아 쏘아대면 참외를 심다가, 참외를 캐다가, 참외를 먹다가 그냥 죽게 될 위험에 방치될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을 모른다.

현재 대한민국 청와대는 정신이 없다. 어디에서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관련 사건으로 인해 정신이 없다. 진경준 검사장 구속으로 사정기관인 검찰청이 정신이 없고, 법무부가 정신이 없다. 급작스러운 사드배치결정문제로 인해 국방부가 정신이 없고, 국무총리가 정신이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윤상현, 최경환, 현기환의 녹취록 폭로로 인해 4ㆍ13총선에 대한 청와대 관여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정치적 중립의무위반으로 제 정신이 아니다. 친박의 몰락이 앞당겨지고 있다. 배신자라고 지목된 유승민 의원은 살아서 여유롭게 새누리당으로 되돌아왔고, 정작 대통령을 배신하고 호위호가해 온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공사분리인격체를 탄생시키고 있다. 그것이 공사다망, 다 망해가는 길임을 모른 채 여전히 공사분리, 인격이원화를 강변하고 있다.

2600방향을 향한 곡사포는 여전히 가동 중일 것이다. 30여 년 전 강경호 시인이 곡사포를 가지고 들꽃을 쏘고 개구리를 쏘았듯, 지금도 어느 병사는 그 일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젊은 시인은 있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북한 어딘가에도 서울을 겨누고, 청와대를 겨누고, 신문사와 방송국을 겨누고, 이제 성주에 설치될 사드포대를 겨눌 또 하나의 2600방향이 북한에 새로 강조될 것이다. 하지만 30여 년 전 강경호 시인이 들꽃을 포신에 넣어 쏘아댈 때 상상 속 수만 개의 꽃이 북쪽으로 날아갔듯이, 우리는 사드포를 쏘아댈 것이 아니라, 우리도 수만 개의 들꽃을, 평화의 꽃을, 안정의 꽃을, 화해의 꽃을, 상호신뢰의 꽃을 쏘아야 된다. 그게 최종적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고, 문제 해결의 길로 나아갈 길이니까. 나는 실재 사드가 발사될 것이 두렵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들꽃을 쏘는 국가의 청사진이 마련되어야 한다. 거짓이 밝혀지고, 진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거짓의 그물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뚫고 나올 송곳은 있기 마련, 진실의 면적이 아무리 좁더라도 그것은 끝없이 팽창하여 거짓의 그물을 덮을 것이다. 아니 걷어낼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내 상상 속의 곡사포로 들꽃을 쏘고 또 쏜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정의를 위해. 우리 모두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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