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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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1)
  • 박준연
  • 승인 2016.07.2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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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펌과 가방 이야기

외무고시 2차 시험을 준비할 때 농담처럼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책 잔뜩 넣은 무거운 백팩 지겨워. 시험 합격하면 작은 핸드백만 들고 다녀야지.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 업무 서류를 들고다니기도 했지만, 로스쿨 진학하면서는 두꺼운 교과서와 랩탑 컴퓨터를 백팩에 넣어 짊어지고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가능하면 즉 컴퓨터 화면으로 검토할 수 있으면 서류 전자파일을 대량으로 인쇄하는 것은 피하려고 하지만, 대신 업무용 랩탑은 출퇴근때 들고 다닌다. 그 외에 간단한 업무 내용을 메모하는 저널에 아이패드 등을 포함하면 도무지 작은 핸드백 하나만으로는 모든 물건을 다 넣을 수 없다. 그래서 작은 백을 들면 나머지 큰 물건들을 넣을 수 있는 가방 하나가 더 필요하다.

뉴욕 시절처럼 매일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 여유가 있고 날씨가 좋으면 가급적이면 걸으려고 한다. 그때 가방이 너무 큰 짐이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새 가방을 고르는 조건에는 디자인 외에 몇 가지 조건이 더 추가된다. 가방 자체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지, 업무용 랩탑 컴퓨터(14인치) 외에 기타 짐이 들어갈 수 있는지, 짐이 많아져도 튼튼하게 버틸 수 있는지, 어깨끈이 길어서 어깨에 멜 수 있는지, 걸어서 출퇴근할 경우에 대비해 비나 눈을 맞아도 괜찮은 재질인지, 매일 쓰기 때문에 혹시 작은 흠이 생겨도 눈에 띄지 않는지, 그리고 혹시 일이 생겨 외부 회의에 가게 되어도 괜찮은 디자인인지.

가방의 크기가 커지면서 아파트 열쇠 같은 작은 물건을 찾느라고 주섬주섬 가방의 내용물을 뒤지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래서 요즘에는 핸드백용 오거나이저를 이용하여 열쇠나 지하철 패스, 그외의 작은 물건을 넣는데 가방 안의 물건을 찾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러던 차에 미국의 한 인디 디자이너가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직 여성을 위한 출퇴근용 가방을 디자인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재료는 가죽 대신 코팅한 캔버스를 사용하여 무게를 줄이고 가죽 사용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무엇보다도 매일 들고 다니는 물건을 수납하는 공간이 분류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랩탑 컴퓨터 케이스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컴퓨터가 들어갈 공간이 따로 있는 건 물론이고 물병이나 열쇠고리, 또 플랫 슈즈를 신고 출퇴근한 후 회사에 도착해서는 하이힐로 갈아신는 여성을 위해 구두가 들어가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었다는 소개를 읽고 나는 실물을 꼭 보고 싶었다.

미국에서도 매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메일을 보내어 일본 배송은 어떻게 하는지를 물었다. 일본 배송을 할 계획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 있는 동료에게 부탁을 해서 받아보는 데에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리고 두근두근하며 상자를 연 순간, 가방은 생각한 것처럼 수납공간이 세심하게 마련되어 있었고, 손글씨로 쓴 카드까지 들어있었다. 당장 다음날 이 가방을 메고 출근했는데, 아무리 가죽보다 가벼운 재질이라도 내부에 크고 작은 포켓이 많아서 그만큼 무거웠다. 그리하여 나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키는 출퇴근용 가방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래서 나일론 재질의 가방이나 가죽 재질이지만 내부 분리된 공간은 하나도 없어서 가벼운 가방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업무용으로 따로 드는 가방도 있다. 공식 명칭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판용 가방 (litigation bag)이라고 불리는 가방이 있는데, 좀 큰 사이즈의 서류가방에 바퀴가 달려서 법원에 갈 때 관련 서류를 가지고 이동하기 편리한 가방이었다. 예전 회사에는 회사용 가방이 몇 개 있어서 그걸 돌려가며 쓰곤 했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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