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산책 133 / 감정평가사의 단상
상태바
감정평가산책 133 / 감정평가사의 단상
  • 이용훈
  • 승인 2016.07.22 1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갑(甲)질도 여러 번 겪으면 익숙해진다. 타성에 젖는다고 해야 할까. 처음 당했을 때보다 충격의 강도는 조금씩 완화된다. 전관예우, 관피아 이런 것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기사나 방송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도대체 한국사회에 사회 정의가 지켜지기는 하는 걸까 맥이 풀릴 때가 많다. 일반인의 상식 수준과 너무 동떨어진 연예인의 일탈, 성공가도를 달리던 엘리트 공직자나 기업가의 추락을 보고 있노라면, 그 평범한 상식을 등한시한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절감한다.

재산세가 통보되는 여름철이면 구청 세무과는 홍역을 치른다. 전년보다 늘어난 재산세를 통보받는 주민 중 몇몇은 악성 민원인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 얘기를 들어보면 안하무인 형태의 전화가 대부분이다. 일을 엉터리로 했느니, 고정 수입 없는 늙은이 가정에 이런 부담을 지웠느니 하며 전화 통화는 통사정에서 출발해 호통으로 끝맺는다. 악성 민원인에 지친 공무원은 그 지역 담당 감정평가사에게 전화를 넘긴다. 얼마 전 통화한 주민은 다짜고짜 ‘내가 명문대 나온 사람인데’로 말문을 열어 당황스럽기도 했고 웃음도 터졌다. 이것도 그나마 한철이니 공무원이나 감정평가사가 버티지 않을까.

감정평가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요즘 한가하다. 얼마 전 27회 자격시험이 끝났기 때문이다. 수험생 규모가 계속 줄고 있어 학원가는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신규 진입 수험생이 상당했던 2000년대 중반에 비하면 1/3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어찌 보면 수험시장의 분위기가 곧 평가업계의 분위기를 선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거리는 공기업에게 지속적으로 잠식당하고 시장 규모는 정체 상태다. 몇 년을 투자해야 하는 이 시험에 발을 내딛는 자는 수험생으로의 전환여부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았을 리 없다. 업계 사정을 피부로 느끼는 당사자다. 업계는 또 나름대로 걱정한다. 불투명한 감정평가업계 미래를 보고 좋은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미래를 개척할 똘똘한 후발 주자 공백상태는 막을 수 없다고. 악순환을 경계하는 것이다.

단상이라 했으니 생각나는 대로 기술해도 큰 흠은 없을 것이다. 성경 속에는 사람 사는 얘기가 담겨 있다. 경제, 법, 복지, 심지어 감정평가의 원리도 찾아 볼 수 있다. 사인 간의 동산 담보대출제도의 원형이 이미 수 천 년 전에 시행되고 있다. 겉옷을 담보로 돈을 융통한 당사자는 필경 빈곤층일 가능성이 높다. 자녀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도 보인다. 생각보다 이스라엘은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판을 잘 갖추고 있다. 일교차가 심한 지역특성을 고려해서인지 해가 지면 일단 겉옷을 돌려주고 그 다음날 해가 뜰 때 다시 담보물로 확보한다.

공공근로 형태의 일자리 창출 시도도 보인다. 고아와 여인이 이삭을 주울 수 있도록 생계발판을 제공했다. 주인은 추수할 때 밭에 이삭을 좀 남겨 놨어야 한다. 극빈자 층에 대한 생계 보조 측면일 것이다. 전쟁 중 단기간 물가가 폭등하는 현상도 볼 수 있다. 아람이 이스라엘을 침공하고 이스라엘 성을 포위했을 때 성 내 물자가 동나 수 천 %의 물가상승률을 보인 적이 있다. 굶주린 성 내에서 어린 자녀를 삶아 먹는 안타까운 일화도 소개돼 있다. 반대로 아람 군이 퇴각하고 보급품을 거둬들여 물가가 원래 수준으로 빠른 시간에 회귀하기도 했다.

투자나 타당성 분석, 감정평가의 핵심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절도 보인다. 밭에 보석이 묻혀 있다는 것을 알고 밭을 통째로 산다. 투자의 정석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면적인 전쟁을 할지 굴욕 수교라도 맺을지는 군사력으로 판단하라는 지시, 투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고 건설에 뛰어들라는 조언은 타당성 분석과정의 가장 기초적인 상식이다.

사람에 대한 가치를 논할 때 ‘priceles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람 알기 우습게 아는 요즘 시대 경종이 되는 문구다. 불량 임차인을 교체하는 사례도 있는데, 약속한 임대료 지불을 거부한 것뿐만 아니라 임대관리업자에게 상해를 입히기까지 했다. 흔히 말하는 불량부채다. 농사꾼의 만 % 수익은 수익환원법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투입 원가나 현재 시장성으로는 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좋은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곳’으로 묘사했는데, 농경지는 오직 비옥도로 평가되는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각이다.

정리하면, 사회 현상이든 유명한 고전이든 눈을 크게 뜨고 보면, 감정평가의 원리는 수월하게 도출할 수 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