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난해한 쿠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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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난해한 쿠테타
  • 신희섭
  • 승인 2016.07.22 12: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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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터키에서 쿠테타가 일어났다.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관광객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터키에 이민을 간 가족들을 둔 상황에서 한국인들도 관심을 가진 사건이다.

2016년 7월 15일 금요일 저녁 터키 군의 일부가 쿠테타를 통해 공항장악을 시도했고 휴가를 떠난 터키 대통령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을 제거하고 입국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쿠테타는 6시간 만에 진압이 되었다. 에르도안은 이스탄불 공항으로 귀국하여 SNS를 이용하여 터키 시민들이 군대를 진압하고 정부를 지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시민들이 뛰어나와 군대를 막아섰고 쿠테타병력을 진압하여 경찰에 넘겼으며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예상 못한 쿠테타세력은 6시간 만에 항복하게 되었다.

관심있는 이들에게 이 쿠테타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하여 쿠테타 자작극설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때 설명이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고 여러 가지 개연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자작극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 쿠테타의 동기와 결과에 관한 정치학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목적이다.

터키에서 여론 조사를 하니 20%넘는 이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호화정치와 언론 장악과 이슬람주의를 통한 민중주의와 권위주의의 활용이란 점과 맞물리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또한 반대세력이 많다는 점에서 에르도안이 역공을 폈을 가능성도 자작극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의심을 더하게 하는 것이 군대의 이상한 행동이다. 터키에서 군대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오스만 터키 제국붕괴이후 아타튀르크라는 군인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지금의 터키 공화국을 출범시켰다. 이후 4번의 쿠테타를 통해 군부는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정부를 옹립하여왔다. 군부는 명분도 있었다. 그들은 민주주의와 세속주의를 내세우면서 쿠테타를 감행했다. 그래서 터키 민주주의에 아주 특이한 부분이 바로 군부인 것이다. 이점은 동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에서 군부가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서서 독재자를 만들거나 독재를 옹호하는 첨병역할을 한 것과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쿠테타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우선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안되었다. 쿠테타를 공모했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자 한 것이고 에르도안의 권위주의와 세속주의 정치에 일격을 가하겠다는 취지였을 텐데 그 준비가 너무나 엉성했다. 에르도안은 외부에서 볼 때 지도자로서 문제가 많지만 터키내 이슬람교도들인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13년이라는 기간을 장기집권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하면 체계적인 운영원리를 가진 군대가 쿠테타를 시도할 때는 국민들이 쿠테타를 지지할 수 있게 하는 준비가 되어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군대의 움직임은 공항점령과 방송국점령을 어설프게 시도했다. 공항은 아예 점령도 되지 못했으며 군부의 정확한 메시지가 공영방송을 통해 전달되지도 못했다.

게다가 전술적으로도 모호한 부분들이 많다. 에르도안의 휴가지를 공격하기로 한 특공대의 공격도 이미 에르도안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전개가 되었다. 에르도안의 전용기를 쿠테타에 가담한 공군기가 격추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대책이나 보완책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7월 19일자 터키언론에 따르면 터키의 정보당국이 군부의 쿠테타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터키 참모본부는 쿠테타가 나기 5시간전에 이미 쿠테타를 알고 있었는데 정보당국이 군부에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테타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대책을 만든 것은 아니며 그가 쿠테타를 계기로 영웅코스프레를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즉 이 사건을 결정적인 계기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에르도안이 대처했는가에 대해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에르도안이 쿠테타에 대처하는 솜씨는 상식을 넘어선다. 중앙일보 배명복 논설위원의 지적들은 이런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가 의문을 제기한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쿠테타가 일어난 금요일 저녁시간에 이미 터키의 사원들은 이슬람교도들의 저항을 독려하고 있었다는 점. 또한 에르도안의 정당이자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지지자들에게도 이런 저항을 독려하는 문자가 발송되었다는 점. 쿠테타가 있고 바로 에르도안이 미국을 향해 쿠테타의 배후세력으로 펫훌라흐 귈렌을 지목하고 송환을 요구한 점이나 판검사들의 명부를 정하고 이들 2745명을 검거하게 한 점.

이런 점들은 미리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실행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터키에서 군대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쿠테타가 발생하면 대통령도 자신의 신변의 안위부터 따질 것이다. 대책을 강구하고 연락을 취하고 국내상황이 어떻게 되었으며 자신의 지지층이 붕괴했는지와 누구를 믿으면서 대책을 만들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너무나도 태연히 공항으로 들어와서 SNS를 이용해서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을 보면 이미 대책을 만들어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쿠테타가 자작극인지 사전 모의가 발각된 군부의 성급한 행동이었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그런데 쿠테타 이후 에르도안의 정치적 행보는 권위주의의 강화와 민주주의 파괴를 향해있다. 쿠테타 진압이후 5만명 정도를 구속하거나 면직을 했다. 그 중에서도 전국 대학의 학장들을 모두 면직한 것은 비판적인 주장 자체를 근원적으로 씨를 말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진압 후 나흘 만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비상사태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도 침해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에르도안의 행동은 역으로 터키내 에르도안에 대한 지식인과 사회주류 세력에 얼마나 많은 거부층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민중주의의 힘을 이용해서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각제도를 대통령제도로 바꾸면서 과거 술탄과 같은 권력을 기획할 것이라는 예측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정치학적인 질문이 생긴다. 과연 비민주적인 지도자를 몰아내기 위한 비민주적인 방법은 용인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쿠테타가 성공하여 에르도안을 내치고 터키에 다시 세속주의와 다원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하면 그 쿠테타라는 수단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과하게 비유하자면 ‘악(惡)’에 맞서기 위해 ‘악(惡)’을 이용하는 것은 정당한가의 질문이 될 것이다. 결과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악함을 제거하기 위해 더 악함을 사용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고 선한 결과를 보장한다면 악한 수단과 과정은 용인될 것이다. 그러나 도덕주의자들은 결과여부를 떠나 선한 동기와 선한 과정이 없다면 좋은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 철학적인 다툼은 미래를 살아갈 터키의 시민들에게는 어마어마한 현실적인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살아있는 정치와 살아있는 권력을 만나는 이 지점에서 도덕을 논할 수 있는 우리와 현실을 살아갈 그들이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정치는 비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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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4 00:25:12
선생님 16년 행시 강평 기다리고 있는데 그거는 연재 안해주시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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