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한이나 시인의 '화염산'과 불의 나라 대한민국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한이나 시인의 '화염산'과 불의 나라 대한민국
  • 오시영
  • 승인 2016.07.15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뜨거움이 세상을 덮고 있다. 火가 넘쳐나고 있다.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필자는 대한민국에 화기가 넘쳐나 많은 사회적 문제를 유발시킬 것이라며 경고를 보낸 적이 있다. 국가지도자에게 화가 넘쳐나면 나라와 국민에게 물이 부족하게 되고, 그 결과 국민들이 갈증으로 목말라하고 심중에 분노가 가득 차게 될지도 모를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적이 있다. 상징적 표현을 그렇게 한 것이었다. 火가 넘쳐나게 되면 사람들이 禍를 많이, 자주 내게 된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고 가정이나 사회, 국가 전체적으로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대통령 취임 후 내내 나라가 들끓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지도자 심중에 화가 가득 차 있는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종종 한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비명횡사를 지켜보며, 권력과 세상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닫아 버렸던 37년 전의 젊은 20대 청년의 심적 상처가 그녀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그렇게 형성된 인격은 철저한 자기보호 및 자기애, 진정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면 접촉 자체를 꺼려하는 철벽형 보호심리가 가득 차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에 의한 그녀의 소통의 한계라고 할 것이다. 그나마 육영수 여사의 소통능력이 그녀의 본성 어디에 자리 잡고 있어 이 정도라도 유지하는 것은 아닌지 싶기도 하다.

한이나 시인의 “화염산”을 본다.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풀 한 포기 없다//일제히 수천수만의 불꽃이 하늘로/ 솟아 올라가는 화염산/ 산 전체가 불에 싸여 이글거리는/ 제 몸을 제물로 올리는 소신공양이다// 계곡 맞은편 천불동 석굴 벽화에서 빠져나와/ 뜨거움의 불길 속 꿈쩍 않고 석가모니불/ 산맥처럼 길게 누워 계신다/ 천 귀로 듣고 천안으로 보며 미소 짓는.// 울지 마라/ 누가 있어 파초선을 가져와 마흔 아홉 번의/ 부채질로 화염산의 불을 끄겠는가/ 바람도 넘어가지 못하고 내려오는 사암 그 붉은 빛/ 화염의 구경 무아경지!// 나는 불타는 산에/ 불타는 내 사랑을 던져 넣었다” (전문, 시집 ‘유리 자화상’에 수록, 시와 표현, 2016 간)

세상이 온통 화염지옥이다.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불에 덴 고통으로 살려달라고 아우성들을 치고 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결국 99%의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먹을 것만 주면 된다는 그의 사육발언이 문제되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혀 잘못놀림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파면될 것이라 한다. 신분제를 공고히 하고, 개돼지인 민중은 먹여 살려만 주면 된다는 그의 말에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의 발언 중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죽은 19살 수리공 청년에 대한 발언이 더욱 크게 필자에게는 다가온다. “기획관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도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 봐라. 우리는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라는 경향신문 기자의 말에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게 자기 자식 일처럼 생각이 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라고 답변하는 그의 공감능력부재가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의 발언에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부재”의 삭막함이 느껴져 와 섬뜩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타인에 대한 모든 공감능력이 타버려 아예 그의 마음에는 타인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연민의 마음이 전혀 없음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출세욕에 모든 것이 망가진 인격파탄의 황폐화를 보게 된다.

특히 공직을 맡은 자는 공감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래야 그러한 공감능력에 바탕하여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공감하지 못한 자가 어떻게 국민을 위한 정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권 들어 이러한 공감능력 부재의 공직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수많은 설화사건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민에 대한 공감부재의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세월호 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고위공무원, 여당 국회의원 등 사태해결에 앞장서야 할 자들이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거나 진실 규명을 방해하려 하고 있는 현상에서 국민과의 공감부재, 겉도는 정책의 현장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이나 시인의 시에는 불교적ㆍ철학적 명제들이 많이 나타난다. ‘화염산’도 그러한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불은 인간을 다른 동물로부터 구별해내는 도구 중의 하나이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불을 이용할 줄 알고, 불을 통해 산업혁명을 일으켜, 모든 동물 중 가장 강한 동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와 불은 무기이다. 원자폭탄이 불이고, 사드가 불이고, 사람을 죽이는 모든 것이 불이다. 이제는 물로 사람을 죽이고자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전기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불로 살리던 세상이 불로 세상을 죽이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다. 이제 사람을 살리던 물이 사람을 죽이는 물로 변신 중에 있다. 옥시의 가습기살균제가,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인 물에 의한 사람 죽이기였다. 물에 의한 사람 죽이기가 일반화될 때쯤이면 아마 인류 종말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화염산, 뜨거운 태양 아래 모래산, 모래돌산, 화염산은 모래 알갱이 바람에 날리듯 불이 세상을 날고, 새 한 마리 날지 못하고, 풀 한 모기 살아남지 못한다. 필자는 지난 주 학과 제자들 삼십여 명과 함께 몽고 사막화방지사업을 위한 식목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넓은 초원이 기후온난화 영향으로 점차 사막화되어가는 것을 보며, 과학문명의 발달이 이 지구를 몹시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 몽고보다 훨씬 이전에 사막화되어 버린 땅, 투르판 베제클릭 석굴에 가면 천수백년 전 사람들이 부처님의 정신을 기리며 수많은 동굴을 파고, 그곳에 벽화를, 천정화를 그려 넣으며 부처님의 정신을 따르려 한 처절한 몸부림을 만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동굴을 파고 부처님을 기렸으면 천불동이라 이름 붙였겠는가?

아마 한이나 선생은 그곳 어디쯤 여행길에서 부처님을 만났나 보다. 사막지대 한 복판에 천불동이라 이름 붙일 만큼 수많은 석굴을 파서 불상을 모시고 면벽수행하며 “해탈”을 꿈꾸었을 불자들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오래 전 다녀온 기억이 새롭다. 한이나 선생도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내어놓음, 비움을 그곳에서 배웠나 보다. 석굴을 한 발자국만 나오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화염산, 모래산이다.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풀 한 포기 없는 막막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선현들은 땅굴을 파고 불화를 그리며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며 생노병사의 인간사를 해결하려고 몸부림쳤을까? 시인은 말한다. 아무리 세상이 화염산이 될지라도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꼼짝 않고 버티고 누워 계신다고. 그러한 가르침을 따라 인간세상이 아무리 화염산 같을지라도 참고 수행하면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천수천안관음보살처럼 천 개의 귀로 인간의 기도를 듣고 인류의 고통을 덜어줄 진리의 말씀을 전해 주실 것이라고, 천 개의 눈으로 세상의 더럽고 추한 것들을 구별해 내어 선하고 의로운 해탈의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한이나 시인은 화염산 같은 사바세계에서 빛을 잃지 말라고, 길을 잃지 말라고 우리에게 말해 주고 싶어 한다.

한이나 시인은 말한다. 고통 중에 살더라도 울지 말라고. 파초선을 가져와 마흔 아홉 번의 부채질로 화염산의 불을 끌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하다하다 안 되면 불타는 화염산에 나를 던지고, 내 사랑을 던져서라도 해탈의 경지를 스스로 터득할 것이라고 도전하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하여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사드를 경북 성주지역에 설치하겠다고 정부, 국방부가 발표하였다. 설치 예정지로 거론되던 칠곡군 등 수많은 지역에서 사드설치반대시위가 열렸다. 결국 성주로 결정됨에 따라 성주군민들의 집단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미사일발사에 대비한 사드배치가 과연 필요한 조치인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비무장지대 북측에서 남쪽으로 미사일 등을 발사할 경우 이를 사드를 통해 공중에서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상이, 아무리 무기체계가 정밀해지고 과학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비현실적이라 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전면전을 도발할 경우 동시다발적으로 수백, 수천발의 미사일을 쏘아댈 경우 이를 어찌 사드 몇 발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막을 수 있다고 억지 주장을 하면 지나가는 개나 돼지가 웃을 일이다. 특히 북한이 주력 미사일로 삼고 있는 사정거리 500킬로미터인 스커드 미사일이나 대포동 미사일 등을 사드로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드는 오직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을 향하는 것을 막는데 마지막 수단으로 유용한 무기일 뿐, 국내 전쟁에서 사용가치는 사실상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드를 성주 지역에 설치하는 문제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마찰이 장난이 아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관의 “한국인 친구”라는 외교적 수사가 섬뜩하다. 중국인들이 朋友, 친구라는 말을 쓸 때는 정말 친하다고 믿는 경우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그렇게 친구라고 믿었던 이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되면 친구 아닌 자로부터 배신당한 경우보다 더 철저하게 응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강하고 부강한 나라이다. 군사적으로 강하고, 경제적으로도 강하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반발을 구체화할 경우 우리가 입게 될 경제적, 외교적 타격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반발하여 북한과 긴밀한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도 있고, 실질적인 경제지원 및 군사시설 강화로 나올 수도 있다. 무엇 때문에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혈안이 되어 이렇게 조급하게 서두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럴 힘이 있다면 북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손쉬울 것이다. 돈도 훨씬 적게 들고, 대결 구도를 통한 불안한 공포세상이 아니라, 상호 협력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의 평화로운 방법을 취하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철부지 같은 생각을 누군가 나서서 바꾸도록 끝없이 설득하고 설득해야 한다. 남북 정상들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만 남북 핵문제가 해결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야말로, 사드배치를 둘러싼 국제분쟁이야말로 오늘, 대한민국이 접하고 있는 최대 최고의 화염산이다. 한이나 선생의 화염산은 해탈을 꿈꾸는 부처님의 길을 걷자는 것이지만, 박근혜 정권이 꿈꾸는 화염산은 미사일이 날고, 사드가 날아가는 미사일을 맞추고, 그 미사일 파편이 대한민국 영토 위에 화염산 모래바람처럼 휘몰아쳐오고, 99% 민중이 개돼지 취급을 받고, 국민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전혀 되지 않고, 오히려 공감하자는 이들을 향해 위선자라고 손가락질하자는 것이라면 진정 슬픈 일이다. 이래서야 어찌 되겠는가?

한이나 시인은 묻는다. 누가 파죽선을 가져와 마흔 아홉 번의 부채질로 화염산의 불을 끌 수 있겠느냐고. 누군가가 나서서 꺼야 한다. 파죽선을 잘못 부치면, 꺼져가는 불에 오히려 당김질을 하는 꼴이 된다. 진정 화염산의 불을 끄자면 불길이 감당해 낼 수 없을 만큼 큰 파죽선으로 강한 바람을 보내든지, 아니면 물을 가져와 화염산 불길을 잡는 좋은 방법을 써야 한다. 이제 불이 아니라, 물이 필요할 때다. 시원한 더위를 식히려면 이열치열이 최고라고 자가최면을 걸지 말고, 솔직하게 시원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한이나 시인은 말한다, “나는 불타는 산에/ 불타는 내 사랑을 던져 넣었다.”라고. 할 말이 참 많은 마지막 한 구절이다. 하지만 필자는 할 말이 많은 마지막 구절 앞에서 말을 닫는다. 울지 마라, 99%여!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