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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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0)
  • 박준연
  • 승인 2016.07.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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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과 교과서

당연히 개인의 공부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지만, 경험이 겹치는 부분도 없지 않으니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교과서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로스쿨 공부에 어느 정도 컴퓨터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판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흔히 케이스북(casebook)이라고 부르는 교과서에, 나는 형광펜으로 줄을 치고, 여백에 메모를 한 다음 내용을 정리할 때 컴퓨터를 이용했다. 그리고 교과서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수업 필기는 대부분 컴퓨터의 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노트 필기까지 손으로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또 반대로 교과서는 아예 건드리지 않고 눈으로만 읽은 다음, 컴퓨터로 내용을 정리하는 경우도 보았다.

교과서에 줄을 치는 것도 형광펜 한 가지 색만을 쓰거나 형광펜이 아닌 검은 색 혹은 파란 색 펜을 사용해 줄을 치기도 하지만, 나는 칼라 코딩(color coding)이라고들 부르는 방법을 이용했다. 즉 판례에서 언급되는 주요 사실 관계, 논점, 법적 결론과 추론을 나누어 다른 색의 형광펜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예전에 출간된 로스쿨 생활 안내서를 보면 많이 소개되지만 주변에서 나 이외에 색색의 형광펜을 들고 다니며 교과서에 줄을 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학기가 끝난 후 교과서를 학교 서점 혹은 로스쿨 후배 학생들과의 “직거래”를 통해 처분하고 그때 줄을 많이 친 교과서는 재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기가 끝난 후 공부했던 교과서를 기념으로 가지고 있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교과서는 법의 변화를 반영하여 계속 개정되므로 여기엔 말 그대로 기념의 의미 이상은 없고, 나중에 내용을 참고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 과목 교과서 한권이 100불을 훌쩍 넘어가고, 수업에 따라서는 그런 교과서를 몇 권씩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저렴한 중고 교과서를 구입하거나 새 교과서를 구입하더라도 학기를 마친 후 교과서를 처분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NYU 로스쿨에서는 거래비용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널드 코스의 이름을 딴 이메일 리스트가 있었는데, 로스쿨 생활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거나 가끔 시사 문제에 대한 논쟁이 오가기도 했지만, 또 교과서나 참고서를 사고 판다는 정보가 많이 오갔다.

학기초가 되면 이런이런 과목 교과서나 참고서를 사고 싶다는 이메일, 지난 학기에 사용한 책을 판매하고 싶다는 이메일이 오가는데, 나도 이 이메일 리스트를 이용하여 책을 많이 구입했다. 원하는 책을 판다는 이메일을 보낸 학생에게 답을 해서 학교 도서관이나 코트야드(courtyard)라고 불리는 로스쿨 건물 뜰에서 만나책을 사고 팔았다. 물론 원하는 모든 책을 이렇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이메일 리스트는 이름처럼 로스쿨 생활에서 거래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하여 마음껏 줄을 치고 여백에 메모를 하고 사용을 마친 교과서는 버리거나 아니면 아주 싼 가격에 다시 판매하기도 했다.

과목에 따라서는 색색의 형광펜과 노트로 어지럽지만 그만큼 정이 든 교과서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의 작은 아파트를 전전하며 이사를 다니다보니 그런 애틋한 마음보다도 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우선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결국 지금은 전자파일로 된 노트는 가지고 있지만, 손에 남아있는 로스쿨 시절의 교과서는 한권도 없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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