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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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31)
  • 문덕윤
  • 승인 2016.07.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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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독해의 위력 5 - 빈칸 완성

빈칸 완성은 문맥적 의미 파악과 함께 추론적 이해의 대표적인 문제 유형입니다. 실질적으로는 두 문제의 풀이방식에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빈 칸 완성 문제의 체감 난이도가 더 높습니다. 아무래도 지문 중간에 빈칸이 뚫려 있을 때의 심리적 부담감이 커서, 선택지를 읽을 때 시선이 흩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들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선택지에 두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형태의 동선은 폐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준은 지문입니다. 그래서 지문 전반의 문맥을 논증적으로 정확하게 읽고 일관성 있게 문맥을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럼 대표 기출유형을 풀어보겠습니다. 빈칸 완성 문제를 비롯한 추론 문제의 해결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이어서 하겠습니다.
 

 

1. 다음 글의 문맥상 빈 칸에 들어갈 진술로 가장 적절한 것은? (2015 언어논리)

오늘날 프랑스 영토의 윤곽은 9세기 샤를마뉴 황제가 유럽 전역을 평정한 후, 그의 후손들 사이에 벌어진 영토 분쟁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제국 분할을 둘러싸고 그의 후손들 사이에 빚어진 갈등은 제국을 독차지하려던 로타르의 군대와, 루이와 샤를의 동맹군 사이의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결국 동맹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면서 왕자들 사이에 제국의 영토를 분할하는 원칙을 명시한 베르됭 조약이 체결되었다. 영토 분할을 위임받은 로마 교회는 조세 수입이나 영토 면적보다는 ‘세속어’를 그 경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공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게르만어를 사용하는 지역과 로망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각각 루이와 샤를에게 할당했다. 그리고 힘없는 로타르에게는 이들 두 국가를 가르는 완충지대로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으로부터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 스위스, 스트라스부르, 북해로 이어지는 긴 복도 모양의 영토가 주어졌다.

루이와 샤를은 베르됭 조약 체결에 앞서 스트라스부르에서 서로의 동맹을 다지는 서약 문서를 상대방이 분할 받은 영토의 세속어로 작성하여 교환하고, 곧이어 각자 자신의 군사들로부터 자신이 분할 받은 영토의 세속어로 충성 맹세를 받았다. 학자들은 두 사람이 서로의 동맹에 충실할 것을 상대측 영토의 세속어로 서약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역사적 자료에 의해 [           ].

그러므로 루이와 샤를 중 적어도 한 명은 서약 문서를 자신의 모어로 작성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의 군대는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서 수시로 징집된 다양한 언어권의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세속어의 사용이 군사들의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없다. 결국 학자들은 상대측 영토의 세속어 사용이 상대 국민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권력의 합법성을 상호 인정하기 위한 상징행위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①게르만어와 로망어는 세속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②루이와 샤를 모두 게르만어를 모어로 사용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③스트라스부르의 세속어는 루이와 샤를의 모어와 달랐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④루이와 샤를의 모어는 각각 상대방이 분할 받은 영토의 세속어와 일치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⑤각자 자신의 모어로 서약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서로의 동맹에 충실하겠다는 상징행위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정답 : ②]

로마교회는 ‘세속어’를 그 경계의 기준으로 삼고, 게르만어를 사용하는 지역과 로망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각각 루이와 샤를에게 할당했다. 루이와 샤를은 베르됭 조약 체결에 앞서 스트라스부르에서 서로의 동맹을 다지는 서약 문서를 상대방이 분할 받은 영토의 세속어로 작성하여 교환하였다. 루이가 게르만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할당받았으므로 샤를은 게르만어를 사용하여 서약문서를 작성하였을 것이고, 샤를이 로망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할당받았으므로 루이는 로망어를 사용하여 서약문서를 작성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문에서 루이와 샤를 중 적어도 한 명은 서약문서를 자신의 모어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으므로,
1. 루이의 모어가 로망어가 아니고, 샤를의 모어가 게르만어인 경우
2. 루이의 모어가 로망어이고, 샤를의 모어가 게르만어가 아닌 경우 경우
3. 루이의 모어가 로망어가 아니고, 샤를의 모어가 게르만어가 아닌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선택지 ②의 루이와 샤를 모두 게르만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경우는 위에서 1에 포함되므로, 선택지 ②의 진술은 문맥상 빈 칸에 포함될 수 있는 진술로 적절하다.
①: 지문의 내용과 반대되는 진술이다.
③: 스트라스부르의 세속어는 루이와 샤를의 서약 문서 작성과 무관하다.
④: 루이와 샤를의 모어가 각각 상대방이 분할받은 영토의 세속어와 일치하면 두 명다 서약 문서를 자신의 모어로 작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 명은 자신의 서약 문서를 자신의 모어로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를 수 없다.
⑤: 서약 문서는 상대측 영토의 세속어로 작성하지, 각자 자신의 모어로 작성하지 않는다.

2. 다음 글의 (가)와 (나)에 들어갈 진술을 <보기>에서 골라 알맞게 짝지은 것은?

사실 진술로부터 당위 진술을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주장한 최초의 인물은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이었다. 그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일단 명제 P와 Q가 있는데 Q는 P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것이라 가정해 보자. 즉, P가 Q를 논리적으로 함축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가령, “비가 오고 구름이 끼어 있다.”는 “비가 온다.”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 이제 이 두 문장이 다음과 같이 결합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비가 오고 구름이 끼어 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
이 명제는 분명히 자기모순적인 명제이다. 왜냐하면 “비가 오고 비가 오지 않는다.”라는 자기모순적인 명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이제 다음과 같이 결론지을 수 있다.
[       (가)       ]

우리는 이러한 결론을 이용하여, 사실 진술로부터 당위 진술을 도출할 수 없다고 하는 흄의 주장을 이해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명제 A를 “타인을 돕는 행동은 행복을 최대화한다.”라고 해보자. 이것은 사실 진술로 이루어진 명제이다. 명제 B를 “우리는 타인을 도와야 한다.”라고 해보자. 이것은 당위 진술로 이루어진 명제이다. 물론 “B가 아니다.”는 “우리는 타인을 돕지 않아도 된다.”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명제들에 대해 앞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즉, “A이지만 B가 아니다.”는 자기모순적인 명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B는 A로부터 도출되지 않는다. 이 점을 일반화시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       (나)       ]

           <보 기>

ㄱ.Q가 P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면, “P이지만 Q는 아니다.”라는 명제는 자기모순적인 명제이다.
ㄴ.Q가 P로부터 도출될 수 없다면, “P이지만 Q는 아니다.”라는 명제는 자기모순적인 명제가 아니다.
ㄷ.어떤 행동이 행복을 최대화한다는 것으로부터 그 행동을 행하여야만 한다는 것을 도출할 수 없다.
ㄹ.어떤 행동을 행하여야만 한다는 것으로부터 그 행동이 행복을 최대화한다는 것을 도출할 수 없다.
ㅁ.“어떤 행동이 행복을 최대화한다.”라는 명제와 “그 행동을 행하여야만 한다.”라는 명제는 둘 다 참일 수 있다.

           ()                  ()

       ①             ㄱ                    ㄷ
       ②             ㄱ                    ㅁ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ㄴ                    ㅁ
 

[정답:①]

(가)에는 “비가 오고 구름이 끼어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일반화한 진술이 들어가야 한다. 비가 오고 구름이 끼어있다를 P, 비가 온다를 Q라고 하면 P는 Q를 함축하고 있어 Q가 P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데, “비가 오고 구름이 끼어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명제는 “P이지만 Q는 아니다.”라는 명제이므로 이는 자기모순적인 명제이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진술이 ㄱ이다.

(나)에는 (가)의 대우 명제로, “P이지만 Q는 아니다.”가 자기모순적인 명제가 아니라면 Q가 P로부터 도출될 수 없다는 진술이 들어가야 한다. 이 진술을 명제 A와 B를 활용하여 쓰면 “「타인을 돕는 행동은 행복을 최대화 하지만, 우리는 타인을 돕지 않아도 된다.」가 자기모순적인 명제가 아니므로, 어떤 행동이 행복을 최대화한다(명제 A)라는 것으로부터 그 행동을 행하여야 한다(명제 B)는 것을 도출할 수 없다.”가 된다. ㄷ진술이 이에 해당한다.

정답이 잘 보이셨습니까? 세부정보에 대한 파악 문제에 비해 단순한 일치 불일치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많이 보이셨을 겁니다. 구조독해는 추론, 비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논증적 사고 단계에서 매우 유용한 접근법입니다. 사실 별다른 게 아니고 논증적으로 텍스트를 파악하는 데 능숙해지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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