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편향된 앵무새들의 합창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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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편향된 앵무새들의 합창경연대회
  • 오시영
  • 승인 2016.07.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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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대한민국 7월은 세뇌된 편향적 앵무새들의 집창(集唱)경연대회장이 되고 있다. 하모니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여기저기서 파열음과 붕괴음, 소음이 우리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각자무한질주의 집창은 코미디도 되지 못한 채 조롱받고 있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한다. 하지만 앵무새가 반복해 지껄이는 사람의 말은 이미 사람의 말이 아니다. 앵무새에게 사람의 말을 한 번 잘못 입력시켜 놓으면 그 앵무새는 계속해서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잘못된 사람의 말을 반복하지만, 그 앵무새의 말은 앵무새의 말도 아니고 사람의 말도 아닌 미친 말이 되고 만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대선 때 국정원여직원의 댓글사건과 관련하여 그녀의 오피스텔 앞에서 그녀가 나올 것을 요구하며 컴퓨터를 증거로 제출하여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던 이종걸 의원 등에 대해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은 근무시간에 국정원에 출근하지 않고 그녀의 오피스텔에서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댓글작업을 벌였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유리하게, 문재인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수백 개의 댓글을 다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한 첩보를 입수한 야당측에 의해 그녀의 범행장소인 소재지가 발견되고 현장을 방문한 그들과 그녀는 상호 대치하기를 35시간 이상 하였다. 밖으로 나오라는 출동경찰의 요구에도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던 그녀에게 어느 날 “야당의원 등에 의한 감금죄의 피해자”라는 희한한 한국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아, 아름다운 우리의 모국어가 처참하게 변질되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판결남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러한 범죄를 현장에서 직접 실행한 실행범으로 밝혀진 그녀가 당시에 출동한 경찰의 문 열어달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채 증거인멸, 그녀가 달았던 댓글을 부지런히 지우는 작업을 하며 “선거법 위반의 현행범”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던 그 순간 졸지에 “감금죄의 희생양”으로 찬양되면서 케이비에스를 비롯한 지상파와 종편의 감금죄 희생양이라는 저질 드라마가 벌떼 같이 전국을 휩쓸기 시작하였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대선 티비토론장에서 “문 후보는 스스로 인권 변호사라고 하면서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씀도 사과도 없다. 2박 3일 동안 밖에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부모님도 못 만나게 하고 물도 밥도 못 먹게 한 것은 인권침해 아니냐. 증거주의, 영장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 절차적 민주주의가 모두 실종됐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라며 국정원여직원을 감금죄의 희생양이라고 강변하였다. 박근혜 후보의 오도된 감금죄 개념 정립 후 새누리당에서는 오피스텔 현장에 있던 이종걸 의원 등을 감금죄로 형사고소하였고, 대한민국 검찰은 이종걸 의원 등을 감금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구약식청구하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약식재판부는 “정식재판으로 회부하여 집중심리”를 해 보아야겠다며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하였고, 20여 차례의 공판 끝에 마침내 무죄를 선고하였다.

감금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을 강제로 일정한 곳에 가두어 드나들지 못하게 함”을 말한다. 오피스텔이라는 곳은 취사와 취침이 가능한 공간이다. 언제나 입출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밖에 경찰이 있으니 떳떳하다면 경찰에게 신변보호요청을 하면 된다. 물도 있고, 어느 정도의 음식재료도 미리 준비하여 냉장고 등에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당시 박 후보는 국정원여직원이 2박 3일 동안 불법감금되어 물도 못 먹고 밥도 못 먹고 얼마나 불쌍한 처지에 놓여 있느냐는 감정적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그녀를 피해자로 묘사하였다.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범죄 사실이 발각되어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했을 뿐인 국정원여직원에 대하여 과잉상상력이 동원된 것이었다. 그녀는 밥도 굶지 않았고, 물도 못 마시지 않았다. 단지 사후적 증거인멸에 몰두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박 후보의 상상력은 좋은 소재거리가 되어 종편 등에서 앵무새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감금죄의 불쌍한 희생양을 공개리에 만든 야당은 인권도, 민주주의도 없는 후안무치한 세력이라고.

모두들 앵무새였다. 케이비에스를 비롯한 친정부 지상파를 비롯하여 조선티비 등 종편들은 “감금죄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불쌍한 국정원여직원”을 나팔 불었다. 그들은 단지 앵무새였을 뿐이다. 대한민국 검찰은 더 했다. 경찰 출동 상태에서 국정원여직원더러 나와 달라고 요구한 이종걸 의원들을 감금죄의 피고인으로 기소하였다. 검사들이 이종걸 의원 등을 기소하는 순간 그들은 더 앵무새가 되고 말았다.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언제나 감금죄의 주체가 되고 만다는, 이율배반적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누워서 자신들에게 침을 뱉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자각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은 언제나 범인을 잡으러 현장에 출동한다. 범죄자들은 수사기관에 잡히지 않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탈주로를 찾는다. 그 순간 문을 열고 나오라는 검찰과 나오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범죄자들 사이는 위 논리대로 한다면 범인들은 국정원여직원처럼 감금죄의 피해자가 되고, 수사기관은 이종걸 의원처럼 감금죄의 피고인이 되는 촌극이 벌어지게 된다. 블랙코미디다. 아주 웃긴다. 검사, 그들 역시 앵무새일 뿐이다. 그 앵무새도 보통의 앵무새가 아니라 권력집단에 잘 보여야겠다는, 그 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충성심으로 편향된, 왜곡된 앵무새일 뿐이었다. 무죄판결이 난 지금, 그들은 스스로 수치스러움을 느끼고나 있을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부끄러움을 느끼고나 있을까? 전혀 못 느낀 채 어떻게 항소이유서를 작성할까에 골몰하고 있지나 않을까 싶다.

감금이라는, 아주 상식적인 한글 단어 하나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왜곡되고 전도된 가치관에 함몰된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이 위 무죄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집단적 지성의 붕괴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감금이라는 단어 하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이를 왜곡하여 선한 자를 처벌하려고 한 그들의 추잡한 앵무새 두뇌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성을 가진 백성이라면 그들의 언어도단적 공권력 행사를 비판해야 한다. 가치가, 본말이 전도된 행태는 이 정부 들어 내내 벌어지고 있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케이비에스 당시 보도국장 사이의 대화녹취록은 그 정점을 꼽는다. 세월호 참사사건으로 인해, 모든 국민이 애간장을 태우며 슬퍼하고 있는 그 순간에, 구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해경의 문제점과 해군 구조대가 해경의 통제를 받아 구조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국방부 발표를 보도하는 케이비에스에 대해 그렇게 보도할 수 있느냐며 보도내용을 고치라거나 아예 빼버리라고 윽박지르는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에 대해 야당은 정부의 신보도지침에 의한 보도통제라고 강력 항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통상적인 홍보수석의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강변하고,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같은 논조로 국회답변을 하였다. 이 역시 앵무새의 답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김시곤 당시 케이비에스보도국장은 그것을 뉴스편집권에 대한 압박으로 느꼈고, 그 후 보도방향이 달라졌음을 시사하였다.

명백하게 잘못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과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본질을 흐리고 덮는다. 그리고 질질 끈다. 사태가 유야무야될 때까지. 그러다보니 상처가 곪게 되고 썩어 문드러지게 된다. 모두가 앵무새이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본질을 감추고자 다른 교언영색을 늘어놓으며 편향되고 전도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스스로 앵무새임을 만천하에 노정한다. 그러면 오늘은 모든 것이 넘어간다. 왜냐? 오늘은 스물네 시간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오늘은 넘어간다. 스물네 시간이 지나면 오늘은 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일이 있고, 모레가 있다. 역사가 있다. 역사는 멈추지 않고 내일은 계속 온다는 사실을 이 앵무새들은 잘 알지 못한다. 앵무새 눈에는 오늘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앵무새가 하는 말은 사람의 말이 아니다. 사람의 말은 천년을 간다. 사람의 말이 진실해야 하는 까닭이다.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가 6개월 휴직하였다. 말이 휴직이지 사실상 사표제출이다. 그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음이 이를 반증하다. 홍기택 부총재는 산업은행 전 총재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청와대 본관 서쪽 별관에 모여, 소위 서별관회의를 통해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부실을 감춘 대우조선해양에 4조2천억 원의 신규자금추가지원을 결정한 대로, 자신은 단순히 집행을 하였을 뿐 산은 자체 내에서 결정한 사항이 없다는 내용을 폭로하였다. 그 사실을 폭로한 죄로 정부 당국에 미운 털이 박힌 그는 한국이 위 AIIB에 출자한 지분 몫으로 한국에 배당된 부총재직을 임명 몇 달만에 그만 두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아무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논평했지만, 사전에 다 알고 이루어진 조치였음이 다시 밝혀졌다.

왜 자꾸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주변 사람이 한두 번 거짓말 한 것이 들통하면 그를 거짓말쟁이라 칭하며 그 사람 말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다. 오죽 하면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못 믿겠다.”라는 속담이 나왔겠는가? 이 정부는 유독 거짓말을 잘 한다. 거짓말도 어느 정도 그럴싸해야 믿는다 말이지, 아예 대놓고 전 국민을 향해 “너희들은 모두 집단 바보가 돼!”라고 윽박지르니, 어느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모르긴 해도 현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보다 밖에 있는 일반국민들이 더 영리하면 영리하고, 똑똑하면 똑똑하지, 결코 못 하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여태까지 두고 보아 온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바보 앵무새들의 집창(集唱)은 이미 노래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제발 자성하기를 바랄 뿐이다.

김시곤 케이비에스 보도국장은 자칭 보수주의자이다. 그러기에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권에서 케이비에스 보도국장으로 임명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가 본의(?) 아니게 내부고발자의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현 정권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어서 일 것이다. 아니 자신을 보도국장에서 해임한 것에 대해 ‘살아야겠다’는 본능적 반응인지도 모른다. 그의 비망록이 공개되고, 녹취록이 공개되고, 급기야 국회청문회가 열리면 나와서 모든 사실을 말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의견표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목에 칼을 함부로 겨누어서는 안 된다. 칼이 겨누어진 사람은 절체절명, 목숨 건 저항을 하게 마련이다. 진실을 덮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거짓을 덮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진실을 덮는 것은 더 힘들다. 진실과 거짓의 함수관계는 비례대칭적이다. 진실의 무게가 커도 힘이 있고, 거짓의 무게가 커도 힘이 있다.

앵무새들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 오늘이 가고 있다. 그렇게 수십 시간 동안 방송을 통해 국정원여직원 감금죄를 저질렀다며 야당을 비판하던 케이비에스, 엠비시, 에스비에스 등 지상파와 종편 등의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감금죄 무죄 판결”에 대한 뉴스는 아주 단신이거나 생략이다. 조작에서 앵무새이던 자들은 해체에서도 역시 앵무새이다. 제발 앞으로는 영혼 없는 앵무새로 살지 말기 바란다. 사람의 말을 하며, 사람으로 사는 것, 그렇게 배워왔고, 자식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대는 배운 대로, 그대가 자식들에게 가르치는 대로 살지 않고, 앵무새로 사는가? 청개구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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