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산책 132 / 감정평가업계의 내부 자정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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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산책 132 / 감정평가업계의 내부 자정 노력
  • 이용훈
  • 승인 2016.07.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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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한국에서 내부고발자는 늘 외롭다. 소속된 회사를 고발하거나, 직장 동료에게 화살을 쏴야하기 때문이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게 돼 있다. 내부자가 감독자의 자리에 섰을 때 외부시선 역시 곱지 않다. 팔이 안으로 굽듯, 냉정하고 공정하게 업무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어찌 보면 편견도 아니다. 늘 그래왔던 게 현실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지 못한다고 하지만, 내부 감독자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을 외부인에게 기대할 수 없을 때는 고민이다. 속속들이 파헤치려면 솔직히 그 분야 전문가가 제격이지 않는가.

감정평가업계가 자정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 쓴 뿌리를 잘라내려는 몸부림이다. 업계 내 여러 위원회가 활동 중인데, 내부 감사의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 윤리조정위원회다. 손에 피 묻혀야 되는 자리다보니 다들 부담스러워한다. 제 손으로 동료를 베어 내는 게 솔직히 부담백배다. 그런데 요즘 조금씩 기류가 바뀌는 것 같다. 공기업과 업무영역 다툼을 벌일 때, 또 업무영역 확장을 할 때마다 발목 잡히는 것이 부실 평가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몇몇 양심 불량자로 인해 업계 전체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각성이기도 하다.

윤리조정위원회의 권한은 조사권과 징계권으로 나눌 수 있다. 문제가 터진 곳에 사람을 파견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청문도 하고 해서 잘못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전자다. 위반사실이 있으면 회원이나 회원사에게 부담을 지워야 하고 이 때 징계권을 행사한다. 향후, 조사권과 징계권을 분리하려는 것이 감정평가협회의 계획이다. 초동수사를 윤리조정위원회에서 하고 조사 자료를 잘 정리해 향후 신설되는 ‘징계위원회’에 이양하면 징계위원회가 실질적인 불이익 처분을 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사는 정기적인 것과 비정기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매년 말 다음 해의 지도, 점검 계획을 세우고 조사에 나서는 것이 정기적인 조사다. 정기 감찰과 같은 성격이다. 반면, 투서나 고발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경쟁하는 업체가 반칙을 했다면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해당 법인이나 평가사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업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등 방치했다가는 곪아 터질 것 같은 사안이라면 직접 조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비정기적인 조사에 해당된다.

조사자가 조금이라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그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제척이나 기피 그리고 회피 모두 공정한 조사를 위한 규정이다. 조사 대상자가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조사업무를 방해한다면 조사권을 무력화시키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당연히 이런 자에 대해서는 징계 요청을 해야 한다. 청문이나 의견청취 과정은 최소한의 권리구제 수단이고 행정절차법을 본 따 윤리규정에도 삽입돼 있다.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피를 묻히기 싫어하면 판단이 늘어지고 협회 집행부가 바뀔 때까지도 결론 내지 못한 일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신설될 징계위원회는 윤리조정위원회의 초동수사결과를 토대로 청문 등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종국적인 불이익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외부 전문가를 명단에 포함시키려는 계획이 있고, 위원장 역시 내부자가 아닌 외부 인사로 채울 공산이 크다. 감정평가업계의 감독기관조차 인정할 만한 철두철미한 징계권 행사가 이뤄진다면, 감정평가업계로서는 자정 바람이 불수도 있다.

바다에 소량의 오염물질이 흘러들면 바닷물을 혼탁 시키지 않듯, 양심적인 감정평가사 집단 속에 소수의 불량 평가사가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면 뭐가 걱정이겠는가. 법률전문가 한 명의 일탈, 의료전문가의 비양심적인 사건 하나만으로 해당 업계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나쁜 일은 회자되고 뒷담화의 소재로 오래 생존하는 게 현실이다. 감정평가업계는 본격적인 자정 노력을 보이려는 이 시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세운다는 각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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