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부터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 진행된 2016년도 제58회 사법시험 제2차시험이 25일까지 4일간 ‘대혈전’의 막을 내렸다. 이번 2차시험에는 응시대상지 532명 중 단 24명만 결시해 응시율 95.5%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사법시험 응시자들은 ‘더 이상 내일은 없다’는 결의로 그야말로 죽을 힘 다해 900분을 뛰었다. 게다가 올해는 100명으로 감축되고 내년에는 50명으로 마지막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속에서 수험생들은 숨막히는 지옥의 레이스를 펼쳤다. 특히 현행법상 사법시험이 두 번의 기회밖에 없다는 극도의 불안감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배수지진(背水之陳)의 결연한 자세로 공부에 매진하며 끝까지 달려온 수험생들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이며 박수를 보낸다.
이번 사법시험 2차시험을 마친 한 수험생은 본지 기고에서 긴박했던 4일간의 소회를 담담히 전했다. 올해 네 번째 2차시험이라는 그도 유난히 힘들었음을 고백했다. 힘들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수험생활의 고통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미지의 대상이다. 그런 까닭에 그는 수험기간 동안만이라도 기계처럼 아무 감정 없이, 고갈되는 체력 없이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매일 아침 절로 들었다. 하지만 인간인지라 매일매일 새롭게 아프고 고통스러웠다고 그는 회고했다. 또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 아무런 감정의 기복 없이 매일 매일 공부해야하는 고통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그는 무엇보다 이 시험이 힘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고통을 스스로 선택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꾹 참고 자신을 믿고 의지하면서 나아갈 길뿐이었다. 이렇게 수험생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기억인데 그렇다고 합격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을 정도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함으로써 앞으로 인생에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2차 시험 특히 막판 3개월간 느낀 고통과 그것을 견뎌낸 인내심은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매순간순간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넘으면서 얻은 성취감은 그에게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다.
현행법상 사법시험이란 열차는 올해, 내년 두 번만 정차하고 더 이상 정차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매년 온 힘을 다해 사법시험이라는 열차를 타고 달렸지만 역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합격열차는 떠났었고, 슬퍼할 틈도 없이 계속 다음 정거장을 향해 어두운 터널을 달려가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달리던 도중 만약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많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원동력으로 삼고는 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12월 31일마다 달님을 보면서 올해에는 꼭 붙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려왔다고 했다. 올해만큼은 제발 ‘다가올’ 합격을 염원하는 기도가 아니라, ‘드디어 이뤄낸’ 합격에 대해 한없이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끝으로 그는 지난 6년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치열한 노력이 정당한 결실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젊은이들이 펼칠 희망의 무대가 점차 사라지거나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한다. 이제는 소득의 양극화뿐 아니라 계층의 양극화, 교육 양극화까지 모든 분야에서 이른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 격차가 커지고 중간층이 엷어지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그동안 희망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왔던 사법시험마저 내년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질 처지에 있다. 절박한 당사자들은 뙤약볕이 내려쬐는 거리에 나서 피켓을 들고 외쳐대지만 정치권은 ‘남의 일 보듯’ 방관하고 있다. 청년들의 외침은 민란 직전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정치권이 하루속히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영원히 팽(烹) 당할 것이다. 법조인을 꿈꾸는 청년들의 꿈 이야기는 여기서 멈출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