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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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8)
  • 박준연
  • 승인 2016.07.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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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법률 서비스와 컴퓨터

미국 로펌에서 사람이 담당하던 업무 중 컴퓨터가 대체한 큰 부분이 문서 리뷰(document review)이다. 어떤 안건에서도 문서 리뷰와 대면 회의를 통해 사실 관계를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특히 미국 소송과 관련하여 문서 리뷰라고 하면 소송과정에서 요구되는 광범위한 증거 공개, 즉 디스커버리(discovery) 와 관련된 문서 리뷰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법에서 소송 초기 단계에서 디스커버리를 진행하는 데에는 소송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식 재판(trial) 이전에 당사자 간의 화해를 돕는 등의 이유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문서 수집과 리뷰, 제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도 사실이다. 

소송의 상대방이 문서 제출을 요구하면 그 요구가 재판의 내용과 관련하여 적절하고 합리적인지를 검토하여 그렇지 않은 경우 이의를 제기한다. 다른 한편으로 클라이언트의 문서를 수집, 리뷰를 거쳐 소송 상대방에게 제출한다. 상대방의 요구 범위 내에 있더라도 변호사의 비밀 유지(privilege)의 범위 내에 있으면 제출하지 않는 대신 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문서 리뷰와 관련되어 선배 변호사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는 문서 제출 시한에 맞추어 제출하기 위해 창문도 없는 창고에서 몇날며칠을 박스의 서류를 리뷰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요즘은 문서 리뷰의 대부분이 전자화된 문서 리뷰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소송 안건의 경우 클라이언트에게서 수집한 서류를 복사하여 종이 문서의 상태로 리뷰한 경험도 없지 않지만, 나 역시도 대부분 문서 리뷰는 전자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문서를 화면상에서 보면서 소송 상대방 요청과 관련되는지를 판단하고 관련성이 있다면 어떤 이유로 그런지, 소송 전략상 재검토가 필요한 문서인지를 플랫폼 상의 체크 박스를 클릭하거나 커멘트를 작성한다. 문서 리뷰가 끝나면 종이가 아니라 전자 파일 형태로 소송 상대방에게 제출한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좀더 나아가 리뷰 자체를 컴퓨터가 일정 부분 대신하는 기술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물론 문서 제출 요구서를 입력하고, 문서를 넣으면 마술처럼 기계가 판단을 완료하여 제출할 문서를 식별해주는 것은 아니다.  시드(seed)라고 불리는 샘플 문서를 변호사가 검토하여 판단하면 그 판단을 바탕으로 컴퓨터가 관련성을 판단하고 전혀 무관한 문서를 리뷰 과정에서 제외한다. 또한 컴퓨터가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문서가 있으면 다시 샘플을 작성하여 변호사가 검토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느냐에 따라 정확도 수치가 달라지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기술도 있다더라” 하는 정도로 알려진 코딩 예측(predictive coding), 혹은TAR(technology-assisted review)은 이제 미국 법원과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서 리뷰 관련 기술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이전에 로펌 1,2년차 변호사들이 주로 담당했던 문서 리뷰의 큰 부분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었다. 실제로 업무에서 코딩 예측을 이용해보고 느낀 점은 컴퓨터가 인간이 담당했던 비교적 간단한 리뷰를 대신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기술이 완벽한 것도 아니고 점점 수정과 발전을 거쳐 TAR의 새 “버전”이 발표되고 있지만 사람이 하나하나 보고 판단해야 하는 수만 건, 수십만 건의 문서를 몇 시간, 2-3일에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가 업무를 일부 대신한다고 해서 사람의 일을 전부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코딩 예측은 어디까지나 관련성 여부를 넓게 판단하여 초기 리뷰를 할 시간을 절약해 주지만, 문서를 보고 내용을 분석하고 소송 전략을 세우는 것은 아직까지는 인간인 변호사의 역할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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