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초라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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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초라한 반발
  • 오시영
  • 승인 2016.06.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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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여당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총무가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과하면서 고개를 90도로 숙인 사진이 모든 신문에 크게 내걸렸다. 90도 숙여진 허리를 보면서 무언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누리당이 4ㆍ13총선에 실패한 후 김무성 당대표를 비롯한 모든 최고위원들이 책임지고 사퇴한 후 지도부 공백으로 당이 비상상태에 놓이게 되자 8월 9일 전당대회까지 임시로 당을 대표하기 위하여 조직된 당최고기관이 비상대책위원회이다. 외부인사로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을 영입하여 위원장직을 맡기고 외부인사 및 내부인사를 반반씩으로 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런데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의 비상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스스로 비상사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보면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외부 관찰자로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첫째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둘째는 패배 원인을 치유하는 대책을 수립하고, 셋째는 그런 기초 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 필요하다면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넷째는 조직을 새롭게 하여 정상적인 당무를 집행하는 것, 이를 통해 새누리당이 정상화의 길을 걷도록 개혁하여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것일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흔들리면 대한민국이 흔들리기에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서의 안정적 존재가치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바라고 있는 희망사항이라고 하겠다. 
 
모든 언론과 국민의 여론은 “잘못된 공천”을 총선 패배의 제1요인으로 꼽았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무자비한 칼질에 수많은 공천신청자들이 단칼에 날아갔고, 그 중심에 유승민 의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유승민 의원을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공천 마지막날까지 공천 결정 자체를 하지 않았고, 결국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유승민 의원은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대구동구을 지역구에 출마하여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다. 그 사이에 김무성 대표의 소위 옥새파동이 있었고, 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새누리당은 결국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파열음을 내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곳이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잘못된 공천의 후유증을 바로 잡는 일이다. 그것은 바로 공천을 받지 못해 새누리당을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의원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또 다시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한 의원 7명을 전원 복당시키기로 결정하였다. 거기에는 배신자 논란의 중심에 있던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당대표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이 포함되어 있다. 웃기는 점은 아직 복당신청도 하지 않은 주호영 등 세 명의 의원에 대해서도 함께 복당결정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복당결정이 엉성하기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복당결정이라는 것이 복당 신청을 한 자의 적법한 복당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일 텐데 아직 복당을 신청하지도 않은 의원들까지 복당을 받아주겠다는 조건부 선행복당결정을 미리 내린 것은 아무래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새누리당 당규 당원규정(5조)은 “당원이 탈당하여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 경우 등 해당행위 정도가 심한 자가 입당 신청을 한 경우에 시ㆍ도당은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입당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최고위원회가 없는 경우를 대비하여 당헌 제113조는 “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수행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라고 하여 비상대책위원회가 정상 시의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대신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6월 16일에 7명의 탈당 당선자들에 대한 복당 안건을 의결하여 전원 복당시키기로 하였다. 그런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김희옥 위원장은 논의만 하는 것으로 알고 논의를 시작했는데, 정진석 원내총무 겸 비상대책위원의 강력한 제의(비대위원들의 총의가 모아졌는데 의결을 하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김희옥 위원장에게 강하게 항의하였던 모양이다)에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이 엉겹결에 결의까지 거쳤다며 자신의 행위결과를 부정함으로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희옥 위원장이 의결절차를 진행하여 위원 11명이 모두 투표하였고, 반대표가 1표 나온 상황에서 과반수인 6명의 찬성표가 나오자 더 이상 개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일 계속 개표를 하여 찬성표와 반대표가 확정되면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는지 유추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내분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어차피 과반수가 넘어 의결된 마당에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개표를 중단한 채 의결되었음을 선포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적법절차에 의해 복당결정이 의결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비상대책위원들이 “총선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총선패배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바로 잡는, 앞서 필자가 제시한 첫째 단추를 아주 정확하게 꿰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필자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복당신청을 하지 않은 주호영 의원 등 세 명의 미신청자 의중까지 미리 짐작하는 예지력을 발휘하여 복당신청을 전제로 복당결정을 한 것은 아주 넌센스 같은 일이지만 말이다. 나아가 욕설 파문으로 “엄청난 해당행위를 한 윤상현 의원”을 복당결정한 것 역시 국민의 눈으로 보면 아주 잘못된 복당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총선패배 두 번째 큰 원인은 “윤상현 의원의 막말파동”이라는 것이 국민의 대체적 견해이다. 즉 공천위원회의 공천파동이 첫 번째 패배원인이고,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당대표를 죽여버리겠다는 폭언파동이 두 번째 패배원인인 것이다. 윤상현 의원의 막말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여 젊은 친박 실세 중의 실세이고,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수 있는 친밀도를 공공연히 자랑하며 청와대를 위해서는 총대를 메는데 주저하지 않은 1등 공신(?)을 공천에서 탈락시켰겠는가? 즉 해당행위가 극심하다고 판단하여 그를 공천탈락시켰다면 그의 복당은 보류하는 것이 국민감정에 부합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의장으로서 복당절차에 대한 결정과정을 사회 본 김희옥 위원장의 돌변한 태도라고 하겠다. 위원장의 권한은 막강하기에, 내심으로부터 의안결정을 하고 싶지 않았으면 회의를 산회하거나 휴회 또는 정회하면 된다. 그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김희옥 위원장이 의결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은 회의의 합법성을 스스로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등검사장, 법무부차관과 헌법재판관을 지낸 그가 그러한 회의절차와 자신의 권한을 몰랐을 리 만무하다. 당초 자신이 임명한 외부비대위원들이 자신의 뜻과 같아 부결에 동의할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표결에 부쳐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섰기에 표결절차를 진행했을 것이고, 7표를 개표했을 때 압도적 다수인 6대1 상태로 의결을 선포하고서도 별다른 불만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미필적으로나마 본인 역시 그 의결의 정당성을 인정하였다고 추측된다.
 
회의를 마치고 나왔을 때까지 별다른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던 그가 불과 몇 시간 후 소위 친박임을 자처하는 김태흠 의원, 김진태 의원 등이 들고 일어나 “유승민 의원의 복당결정”을 부당하다고 강력항의하자 한참 후에 자신의 거취를 고민해 봐야겠다며 불만을 표시하며 사흘을 칩거한 것은 블랙코미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조차 그러한 불만 표시가 김희옥 위원장의 진정한 의중이라기보다는 어딘가로부터 내려온 의견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인터뷰를 하기에 이르렀을까 싶다. 여전히 친박 의원들은 국민의 뜻, 총선의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우물안개구리로 살며 우물안에서 바라보이는 하늘만이 우주의 전부인 양 착각하고 있다. 우물안개구리가 무서운 까닭은 세상 넓은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좁은 우물 입구를 통해 보이는 세계가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유상종이라,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하면 항시 같은 이야기만 반복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만이 정의이고 진리가 된다. 다른 이야기, 다른 곳의 정의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넓은 세상의 다른 정의가 제시되면 부정하기에 바쁘고 공격하기에 바쁘다. 적법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그것도 자신의 의사진행에 의해 결정된 사항을 놓고 “헌법전을 손에 들고 헌법정신을 운운”하는 헌법재판관 출신의 김희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은 참으로 초라하다. 잘못된 새누리당을 개혁하겠다고 들어간 그 자리, 총선민의를 고려하여 잘못된 새누리당을 제대로 환골탈태시키겠다고 맡은 자리라면 결기를 가지고 그 소임에 충실해야 할 것인데, 친박의 반박이 있자 총선민의의 첫 번째 단추를 올바로 꿰고서도 곧바로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며 우왕좌왕, 초조불안해 하는 모습에서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자의 권위나 헌법정신을 부르짖던 정신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것 또한 국민의 슬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친박은 이번 8월 9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를 친박 중에서 뽑아 새누리당 당권을 장악하려는 시나리오가 유승민 의원의 복당으로 비박계의 구심점이 됨으로써 대혼란에 빠졌다. 당권을 장악하여 내년 대선 후보를 입맛에 맞게 내려고 했던 장기 프랜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차단하지 못한 것 역시 하늘의 뜻일 것이다. 친박계의 의중에 따라 행동하는 김희옥 위원장이 청와대나 친박들이 유승민 복당을 목숨 걸고 저지하려는 그 처절한 의지(?)를 깊이 인식했다면 결코 그의 복당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복당결정 후의 그의 칩거 행동에서 그런 의사를 유추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순간의 판단 미스로 벌떼 같은 친박의 의중과 무관하게, 오히려 반대로 유승민 의원은 복당되고 말았다. 어찌 보면 이 작은 실수 하나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는 커다란 단초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하면서도 희망 섞인 예상을 해본다. 이미 보이지 않은 운명은 친박계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소 180석, 최대 200석을 꿈꾸던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친박띄우기에서 시작된 배신자 소동, 국회 심판이라는 잘못된 주장, 이한구의 공천 파동, 유승민 의원 파동, 윤상현 의원의 막발파동 등으로 122석이라는 쪽박을 차게 된 것에서부터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틈새 사이로 뜻하지 않은 결정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균열, 틈새, 빛의 스며듦을 본다.
 
친박이 사는 길은 우물안에서 나와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이다. 세상은 드론과 알파고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1970년대의 음험한 공작정치, 패거리정치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친박만의 정의”가 아닌 “객관적으로 옳은 것의 정의”에 눈을 뜨기 바란다. 옳은 것의 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는 의원들, 집권여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누군가의 의견이 싫은 소리이더라도 좋은 약은 몸에 쓰다는 평범한 이치를 제대로 깨닫기를 바란다. 일사부재리라는 헌법의 기본가치를 호도하며 헌법전을 손에 들고 정진석 원내총무로부터 90도 각도의 사과인사를 받는 모습, 그러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한 액션을 펼치는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의 뒷그림자가 왠지 초라하다. 큰 어른의 풍도로 쪽박신세인 새누리당을 국민의 뜻에 따라 필자가 지적한 첫 번째 순서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나아가기 바란다. 배 떠난 뒤에 손 흔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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