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7)
상태바
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7)
  • 박준연
  • 승인 2016.06.24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로스쿨 생활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로스쿨 생활에 대한 책과 인터넷 사이트 등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고 당시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이런 정보에 절대적으로 맞거나 틀린 내용은 별로 없고 대개가 개인의 경험에 좌우되는 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로스쿨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아웃라인”을 입수하고 좋은 스터디그룹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100%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필수불가결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로스쿨 공부에서 아웃라인이라고 하면 수업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 요약한 노트를 가리킨다.  어느 로스쿨에서나 1학년 필수과목인 민사소송법(civil procedure)은 개인적으로 고생한 과목 중에 하나이다. 이 과목의 수업 조교(TA)가 1학년때 수업을 들으면서 작성한 아웃라인을 받아보고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도 내가 놓친 부분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좋은 아웃라인을 손에 넣으면 만사가 해결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아웃라인은 간결한 요약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이 요약만으로는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 개인의 공부 방식에 따라 요약된 내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내 경우는 배경이 되는 자세한 내용을 알아야 핵심적인 내용 역시 쉽게 이해하고 잊지 않고 기억하는 편이고, 정리된 결과물뿐만 아니라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내용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약된 핵심 내용에서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스터디 그룹. 1학년 첫학기때는 수업 내용을 매일매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스터디 그룹이라는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주변을 보면 스터디 그룹을 통해 공부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는 스터디 그룹보다는 느슨하게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이 주류라는 인상을 받았다. 1학년 2학기에는 시험을 앞두고 과목별로 같은 섹션의 클래스메이트들과 기출 문제를 함께 푸는 모임을 몇 개 했다. 수업에 따라서 기출 문제를 배부하는 수업도 있었지만, 모범 답안은 따로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답안과 클래스메이트들의 답안을 비교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공부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지만 시험을 앞두고 얼마나 스트레스가 큰지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위안을 받곤 했다. 

로스쿨 공부에 대해선 많은 안내서들이 특히 1학년 1학기와 2학기에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공부를 하면서 보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고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그렇게 공부를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1학년때도 주변엔 주말이나 휴일을 쉬면서도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는 경우들을 꽤 많이 봤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해서 학교 공부와 그외 생활의 선을 긋는 것도 어려웠고, 성격상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고 공부 능률이 오르지 않아도 되도록이면 책상 앞에 앉아 있으려고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서 몇 가지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은 수면시간과 적당한 운동을 할 시간을 확보하고, 또 깨어있는 시간 중에 공부 이외의 활동을 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요령 아닌 요령이 생기면서 2학년, 3학년 공부는 조금 덜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덜 고통스러웠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1학년때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지금도 아주 가끔, 신림동에서 외무고시 2차 시험 준비할 때, 로스쿨 1학년 기말고사 시험 준비할 때의 악몽을 꾸곤 한다. 바시험 치는 악몽을 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다. 공부가 대개 그렇다. 내용에 흥미가 없으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내용이 재미있더라도 공부하는 과정 자체는 힘들고 또 외롭다. 이걸 잊고 편한 길을 찾곤 하지만, 결국 요행이나 지름길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