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산책 131 / 감정평가업계의 기로(岐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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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산책 131 / 감정평가업계의 기로(岐路)
  • 이용훈
  • 승인 2016.06.24 15: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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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훈 감정평가사

첫 경험을 한 뒤 자심감이 생겼기 때문일까. 세종청부청사 앞 시위에 1천명의 감정평가사가 모인 지 얼마 안 돼, 이번에는 5천명이 운집했다. 국회에서 멀지않은, 산업은행 본점 앞에 도열한 감정평가사와 평가법인 소속 직원들은 우중(雨中)시위를 강행했다. 인원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저기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시위 중 도대체 이런 ‘단체 행동’이 어느 정도의 이슈가 되었는지, 관련된 기사가 올라오고 있는지 검색해 보는 감정평가사도 적지 않았다.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는 자평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강성 시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 ‘삭발 투혼’이다. 협회장을 비롯한 여러 감정평가사가 자발적으로 머리를 밀었다. 상황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행동이다. 밥그릇싸움인가, 아니면 정당한 명분이 있는가?

공기업과 민간 기업의 지리멸렬한 영역 다툼의 수준을 넘지 못할 외침일까?

내부자인 필자가 의견을 밝히면 경도되기 쉽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그러나 시위 예정 소식에 국토교통부는 일찌감치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 당일 날 배포했다. ‘정책 브리핑’의 형태지만 실은 감정원이 제공한 논리대로, 아니 실상은 그들이 협상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뿐이다. ‘공공의 역할’을 내세울 때마다 최근 감정평가 사건사고를 그렇게 끄집어낸다.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꿰맞추기 위해서, 저들이 얼마나 부실하고 부도덕한 집단인지 부각시킬 요량이다. 어느 집단이나 미꾸라지 같은 절대 악이 있지 않나? 법과 제도만으로 경제적 ‘사기범’을 원천봉쇄할 수 있을까? 이런 사건사고소식을 접할 때마다 왜 국토부가 관리감독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는지 오히려 답답하다. 차라리, 가혹하리만큼 무거운 징계규정을 두고, 철저하게 집행할 것을 촉구하고 싶다.

간혹 불거지는 부실 감정평가를 볼 때마다, 업무정지나 등록취소라는 징계가 가벼워 보인다. 감정평가업계도 이런 회원에게 업무 배정을 아예 근절시키는 초강수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업무영역 다툼을 할 때마다 극히 소수인 몇몇 감정평가사의 비위 행위 때문에, 부실평가집단으로 매도당해야만 하는가? 더불어 전체 담보평가 처리 건수와 사고 건수, 전체 평가액 대비 부실 평가액 비율을 좀 공개하면 어떨까? 대다수의 성실한 감정평가사 면(面)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담보평가와 관련된 가장 큰 사고는 감정원에서 발생했던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감정원이 공기업 최고평점을 받아 자축하고 있지만, 감정평가사 입장에서는 불쾌한 일이다. 민간과 경쟁하는 감정평가업무를 오롯이 민간에 넘겨줬다고 찬사를 받는데, 그 반대급부로 확보한 소위 ‘공공업무’ 예산은 또 얼마인지 밝힌 적이 있는가. 하여, 과연 감정원은 생산적 파괴행위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파괴적 생산 활동을 하려 하는지 묻고 싶다. 공공의 역할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고 또 ‘관피아’ 집단으로 매도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밝혀야 할 사항이다.

담보평가서 검토 업무를 법령에 삽입해서 본연의 업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업무를 통해 확보한 자료로 돈벌이할 생각이 정말 없었다고 밝힐 수 있을까. 유사(pseudo)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하려는 강한 의지는 평가업계보다 더 공정하고 정교한 감정평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해관계인에게 휘둘릴 염려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법령에서 감정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산양삼 감정평가를 수행한 비 감정평가사에게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부분에서 오해가 없어야 한다.

투쟁사를 외친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상평가에서 ‘토지소유자추천제도’가 도입된 우울한 역사를 상기시켰다. 왜 수수료가 늘고 밥벌이가 나아지는데 감정평가업계에서 우려했겠는가?.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하며 ‘감정평가의 공정성’은 헌신짝 버리듯 하는 일부 감정평가사가, ‘피수용자의 재산권 보호’를 빌미로 과다보상평가를 할 위험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해당사자가 자기 밥그릇 챙기겠다고 목소리 높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지 않는가.

작금의 감정평가업계의 우려도 분명 명분이 있다. 공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부여의 논의 이면에, 한국감정원이 파괴적 생산 활동을 거침없이 하려는 ‘저의’를 갖고 있다는 의심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반 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창조적(?)인 생각이,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에 기여한 것보다 부동산 투기자의 자본차익에 더 보탬이 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왜 3자 합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하위 법령을 밀어붙이는지도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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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나라 2016-06-26 08:25:14
최근 관피아. 메피아 관련 많은 문제가 이슈되었는데...
공기업이 옳고 다 잘할수 있다고 확신.과신하지말고 지금 감정평가사의 의견을 잘 듣고 반영할 부분과 개선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협의하여야 진정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도달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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