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과 2016년도 입법고시 국제정치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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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과 2016년도 입법고시 국제정치문제
  • 신희섭
  • 승인 2016.06.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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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정학의 시대임에 틀림없다. 최근 국제정치면에는 지정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주제들이 많이 실리고 있다. 

지정학과 관련해서 오랜만에 흥미로운 문제가 출제되었다. 2016년도 입법고시의 국제정치학 주제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문제를 잠깐 소개한다.

<2016년 입법고시 기출문제>

제 2 문. 현재 동아시아에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일어나고 있으며, 양대 진영의 대립은 국가 간 동맹 혹은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진영 대 진영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 30점)

1) 이러한 국가와 세력 간 대립현상을 한반도 주변문제(동북아 문제), 동중국해 문제(양안문제 포함), 남중국해 문제로 나누어 그 현상을 설명하고, (20점)

2)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을 국제정치이론에 근거하여 제시하시오. (10점)

이 문제를 소개하는 것은 ‘신지정학’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신지정학이란 과거 냉전기 이념중심의 정치에 초점이 있던 국제정치학이 탈냉전기 영토, 자원 등에 다시금 관심이 높아진 것을 이르는 용어이다.

이 문제의 지문에도 소개되어 있듯이 동아시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지정학적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는 동맹(alliance)과 제휴(alignment)관계와 양다리걸치기전략(hedging)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미중간 경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지도를 두고 동북아시아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나누어서 대립각을 보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고 각 지역마다 각기 다른 국가들로 대립의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북중동맹과 대립하면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능력 증대라는 이슈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반면에 동중국해에서 센카큐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두고 일본이 중국과 대립하고 있고, 대만을 두고 최근에는 ‘미-일-대만’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의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군도와 파라셀군도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영토분쟁을 하고 있고, 말라카해협의 해양수송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게임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동아시아지역에서의 긴장과 갈등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동아시아의 지정학 경쟁과 대립의 큰 줄거리는 강해지는 중국과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는 미국이 만들어내고 있다. 2000년대 들어와 눈에 띄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더 강력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신창타이’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륙과 해양에서 포위된 중국지정학 조건을 이겨내야 한다. 중국이 안전하게 물자를 공급받으면서 대외교역의 확대를 위해서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로 나가야만 한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계획한 이유이다.

‘일대’정책은 육상실크로드로 서안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앙아시아를 거치면서 유럽으로 나가는 계획이다. 반면에 ‘일로’정책은 해양에서의 실크로드를 의미하며 하이난 섬 아래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치고 인도양을 지나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잘 알려져있다 시피 중국은 꽤 오랫동안 바닷길을 뚫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얀마의 차우크퓨항, 방글라데시의 치타공항,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스리랑카의 함반토반과 콜롬보항, 아프리카 지부티항에 이르기까지 이미 중국은 접수를 완료했다. 인도양을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와 항구와 공항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것은 이곳 해양루트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지배력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미국과의 관계 악화시 자국의 해군력을 통해 중국 물동량의 생명선인 이 지역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항구확보를 위한 달러외교는 공세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유라시아대륙의 주변지역에 대한 선제적 방어전략이다. 태국과의 크라운하 건설을 비롯하여 해양수송로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석유자원과 물동량이 페르시아만과 인도양 그리고 말라카해협을 지나기 때문이다. 특히 미해군이 보호하는 말라카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서는 크라운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이 해양력을 강화하는 것은 전통적 해양국가인 미국과 일본에게는 커다란 도전이다. 대륙국가인 중국이 해양으로 나간다는 것은 기존 현상에 대한 변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해양진출은 단순히 수송로확보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영토분쟁이 동반되면서 지역내 분쟁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막대한 석유와 가스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동중국해에서 중국은 일본과 영토분쟁중이며 남중국해에서는 베트남, 필리핀과 영토분쟁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중국이 남사군도의 암초를 인공섬으로 만들고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건설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과 같은 원자력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을 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다를 이용하려면 지속적인 보급이 중요하다. 게다가 해군력 부족으로 1949년 대만까지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군력확보를 중요하게 여긴다. 게다가 중국해군의 아버지인 류화칭 (劉華淸, Liu Huach'ing)이 1982년 도련선(島連線 Island Chain)을 설정한 뒤 이 도련선밖으로 미국을 밀어내고자 하는 전략으로 반접근지역거부전략(A2/AD)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 근해방어전략에서 대양해군 구축과 함께 공세적인 원양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 복잡하게 개입되어 있는 것이 대만 문제이다. 대만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1972년 대화에서 합의한 주제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국교수립을 위해 대만과 법적인 외교관계를 맺지는 않고 있지만 1997년 대만관계법을 만들어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1996년부터 대만인들을 중심으로 한 민진당이 대만 독립을 이슈로 만들면서 양안위기가 왔다. 중국과 대만이 1992년 만든 ‘하나의 중국(一个中国)’이라는 원칙하에 그 표기는 중국과 대만이 각자 해석한다(一中各表)는 92원칙에 대한 도전이 생긴 것이다.

2016년 올해 있었던 대만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의 차이잉원정권이 들어서면서 대만은 다시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일본과는 관계개선으로 돌아섰다. 이는 동아시아내 대륙세력인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동아시아의 지정학 게임에 서아시아국가인 인도가 중국견제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호주가 태평양상에서의 중국견제라는 공통의 이익을 가지고 ‘미-일-호-인도’의 축을 구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해양세력의 확장이 대륙세력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크림반도 합병이후 서양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불만자 러시아를 끌어들였다. 러시아와 함께 인도양과 지중해 뿐 아니라 중남미의 니카라과의 운하건설에까지 뛰어 든 것이다.

이처럼 지정학의 날선 대립은 반도국가인 한국에는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THAAD논의에서처럼 해양세력에만 편승하기에는 중국의 압박이 거세고 대륙세력으로 가기에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뿐 아니라 해결안 된 북한문제와 중국과의 인접한 지리적 조건이 부담스럽다. 위의 문제가 묻고 있는 것처럼 혜안을 가지고 완벽한 해법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정학 대립은 해양 아니면 대륙이라는 단순한 결론을 요구한다. 거대한 동맹망으로 구축된 ‘세(勢)’는 여전히 미국에 있다. 오랜 친구를 멀리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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