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이자 美변호사 이소은, 그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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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수이자 美변호사 이소은, 그녀의 이야기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06.15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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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음색의 소녀가수, 법률가 되어 미국 누비다
‘묵묵히 견디면 끝은 반드시 온다’는 신념으로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시원한 웃음과 특유의 맑은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이소은. 그녀가 음반활동을 쉬고 있는 지금까지도 각종 음악 프로에서는 아직까지도 끊이지 않고 그녀의 노래들이 여러 가수들에 의해 애창된다.

이런 그녀가 진정한 엄친딸이라는 사실은 여러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고1때 방송활동을 시작했지만 고2때 토플 만점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뒀고 방송활동이 전혀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았던 듯 당당하게 고려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그런 그녀는 공부가 천성일까. 무대 한 가운데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생활을 잠시 뒤로한 채 그녀가 선택한 길은 법률가가 되는 길. 미국의 명문 로스쿨을 4곳이나 합격한 그녀는 시카고의 노스웨스턴 로스쿨에 진학한다.

최근에는 인천 송도에서 세계 각국 인사가 모여 아시아 국제 상거래법에 대해 논의한 ‘인천무역법포럼’에 연사로 참여해 연설하게 된 것을 본지가 가장 먼저 정보를 입수, 소개한 바 있다.

그녀의 종횡무진 발랄한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그녀가 직접 전해오는 그녀의 이야기를 본지가 들어봤다.

▷ 평범하지 않은 이력이에요. 가수이자 변호사라는 것. 어떤 계기로 미국 로스쿨을 진학하게 됐나요.

변호사라는 꿈은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가져왔던 꿈이에요. 방송활동은 알려진 바와 같이 중2때 EBS 창작가요제를 통해 작곡가 윤상씨와 인연이 닿아 고1때부터 시작하게 됐구요. 방송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계기가 된 몇몇 경험들이 있는데, 사회의 기본이 되는 법이라는 학문을 보다 깊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어릴 때 꿈이 내재해 있던 것이 로스쿨 진학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 2016년 인천 무역법 포럼에서 연설 중인 이소은 (사진제공: 이소은)

▷ 많은 언론과 매체에서 공개된 바 있듯 상당히 우수한 성적으로 로스쿨을 수료했어요. 고2때 토플이 만점이었다는 점은 일찍부터 유명했구요. 괄목할 만한 결과를 번번이 거두는 것을 보면 공부에 일가견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공부를 함에 있어 본인만의 신념이 있다면.

사실 로스쿨에서의 시간은 정말 고되고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지금 재학 중이신 분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특히 음악활동이나 방송을 하던 것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달라서 적응이 어려웠죠. 타지에서 외로움을 너무 많이 느껴 우울증까지 왔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힘든 때 저를 일으켜 준 건 ‘내 능력이 되는 만큼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언젠가 끝이 온다’는 생각이었어요. ‘묵묵히 견디다 보면 시간은 반드시 가고 끝은 꼭 온다’ 그 생각이 결과를 만들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 현재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CC)의 뉴욕지부 디렉터로 일하고 있어요. 한국에는 '부국장'의 직함으로 소개가 됐었는데요. 현재 하시는 일과 직장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Deputy Director라는 타이틀인데, 한글로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ICC 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은 ICC 중재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국제중재사건을 관리하는 기구예요. 법원은 President, Vice-President, 그리고 100명이 넘는 Court member로 구성이 되어 있구요. 현재 ICC가 관리하는 사건수가 20,000건을 넘었는데, 그만큼 역사와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대표적인 국제중재기구죠. 파리에 본부가 있고, 홍콩과 뉴욕에 오피스가 있는데, 저는 그 중 뉴욕지부에 근무하고 있어요. 저는 그 곳에서 교육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컨퍼런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제 중재 분야의 트렌드와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ICC 중재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며, ICC 대표로서 연설을 하죠. 이번 서울 출장도 'UNCITRAL 컨퍼런스' 연설과 더불어 몇개의 국내 기업에 세미나를 개최하러 왔었어요.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업무나 성공적으로 일을 잘 해 낸 뿌듯한 경험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ICC 오기 전 로펌에서 첫 국제 중재 사건을 맡았을 때 파트너와 함께 반대심문의 차석변호사(cross examination second chair)를 한 경험이 있어요. 짜릿했고 이 분야가 이렇게 재밌다는 걸 처음 느꼈죠.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기업 발표 역시 매우 뿌듯한 경험이었어요. 조사도, 준비도 정말 많이 했고 쉽지 않았지만 참석하신 분들이 ICC 국제중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을 때 ‘내 역할을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천적으로 발표를 좋아하고 무대에 선 경험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맡은 프로보노(Pro Bono) 케이스 의뢰인이 뉴욕 이민 법원에서 망명(asylum)을 받았던 경험도 참 기억에 남아요. 너무 고생을 많이 한 친구였는데, 추방되지 않고 안전하게 미국에 머물 수 있게 되었죠. 법원에서 판사가 그 판결을 내렸을 때, 솔직히 눈물이 났답니다.

▷ 다소 적나라한 질문을 드려볼게요, 로스쿨을 진학할 땐 이런 기대가 있었고 이런 그림을 그렸는데 실제로 어떻더라 혹은 가수생활과 비교했을 때 어떻더라 하는 부분을 솔직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많은 로스쿨생들이 그런 때가 있을 거예요. 저같은 경우 곧바로 인권 분야에 뛰어들어 일을 하게 될 줄 알았어요. 제 이상이었을 수도 있는데, 역시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가수 생활과는 정말 비교 자체가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달라요. 역할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죠. 창의적이면서도 규칙과 룰이라는 틀 안에 있고, 업무가 복잡하면서도 반복적인 면도 있어요. 단, 가수생활 하면서 몸에 밴 여러 능력을 적용시킬 기회는 꽤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하면 나답게 일을 할 수 있나, 나다운 커리어를 가꿔갈 수 있나’를 늘 고민하고 발견해 나가는 중에 있죠.
 

▲ Jeffrey Chan 전 'UNCITRAL' 의장과 이소은 (사진제공: 이소은)

▷ 노스웨스턴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공부 분위기라던가, 수업 방식, 교우 관계 등. 한국의 전반적 대학 분위기와 비교해주시면 좋겠어요.

공부 분위기는 매우 좋았구요, 무엇보다 교수님들이 너무 좋으셨어요. 제 로스쿨 생활에 단비 같은 존재가 바로 교수님들이었죠. 학문적으로, 인간적으로 너무 뛰어난 분들이 많았어요. 사실 노스웨스턴은 로스쿨 중에서도 분위기가 좋기로 유명한 편이에요. 경쟁이 없을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서로 도와주고 서포트해주려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학교죠. 수업 방식은 1학년은 소크라틱 메소드, 2,3학년은 토론식 수업이 많았어요. 소크라틱 메소드 수업 방식이 영화에서 보는 것 만큼 공포스럽진 않았는데도 지나고 보니 그 당시에는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버벅거리고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한두번 한 것이 아니죠. 그러나 수업 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았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보다는 토론식 문화가 자리잡혔기 때문에 의견 개진하고 토론하는 방식이 한국 대학 시절 때보다 많았구요. 직접 법원에서 조정절차를 하고 모의 재판에 참여하다보니 실질적인 능력이 로스쿨에서 키워진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 법률가로서의 행보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소은씨를 격려하며 응원하고 있어요. 법률저널 독자들도 같은 마음일텐데요, 그들에게도 응원의 말씀 전해주시겠어요.

제 로스쿨 시절을 떠올리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잠도 거의 안 잤고, 잘 챙겨먹지도 못했고, 운동도 안 했고, 건강 관리를 참 못했죠. 그 점이 많이 후회돼요. 관리 못한 건강 때문에 지금 일 하면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최선을 다하면서 능력껏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잘 될 거라 생각해야 해요. 자신을 혹사하지 말고 자신을 아껴주면서 공부하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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