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잊혀질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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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잊혀질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
  • 김현
  • 승인 2016.06.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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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지인들과 자신의 근황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이러한 본능의 추구로서 현대 사회에서 일상화된 문화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SNS로 인한 사생활 노출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이같이 주위 사람들에게 ‘기억될 권리’뿐 아니라 인터넷에 존재하는 자기의 흔적을 지울 권리 또는 ‘잊혀질 권리’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는 잊혀질 권리를 인정했다. 스페인 변호사 곤살레스가 구글 검색을 하다가 자신의 집이 강제경매당한 사실에 관한 기사를 보고 구글에 삭제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구글을 제소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구글에게 문제의 기사를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 이후 구글은 100만 건의 삭제 요청을 받았는데 365,685건(41.2%)는 삭제하고 520,828건(58.8%)은 삭제를 거부했다. 현재 구글은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로 구성된 독립적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정보와 프라이버시의 균형을 취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를 찬성하는 측은 과거의 사진이나 전과 기록을 삭제함으로써 사생활을 보호하고 개인의 존엄과 명예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언론 검열과 삭제를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이나 과거 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예컨대 사기 전과자가 결혼 직전에 자신의 전과 정보를 삭제 요청한다면 수용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잊혀질 권리에 관해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그 골자는 ‘내가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회원탈퇴를 했거나 회원정보를 분실하는 등의 이유로 본인이 지울 수 없었던 게시물들에 대해서도 적용이 된다.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경우를 여섯 가지로 간추렸다.  ①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게시물 내용을 인터넷에서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②회원 탈퇴 또는 1년 동안 계정 미사용으로 회원 정보가 파기되어 이용자 본인이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③회원 계정정보를 분실해 이용자 본인이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④게시판 관리자의 사업 폐지로 사이트 관리를 중단한 경우, ⑤사망자가 생전에 접근배제 요청권의 행사를 위임한 지정인이 사망자의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접근배제를 요청하는 경우, ⑥ 게시판 관리자가 게시물 삭제 권한을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가 스스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는 경우가 그것이다.

방통위는 요청인이 게시판 관리자에게 자신의 게시물에 대한 접근배제를 요청할 경우, 게시판 사업자와 검색서비스 사업자가 실제로 게시물을 쓴 사람인지 확인한 다음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회원 탈퇴를 해 정보가 남아있지 않더라도 요청인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신분을 최대한 확인해 처리를 진행하도록 했다. 만약 게시판 사업자가 게시물을 지우지 못할 경우에는 검색서비스 사업자가 해당 게시물이 검색되지 않도록 하라고 명시했다. 다만 저작권법, 언론중재법, 정통망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게시물과 공익과 관련이 있는 게시물은 가이드라인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접근배제를 요구할 수 없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요청인이 실제 게시물을 올린 사람인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고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삭제를 요청받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 기준이 명확치 않아 분쟁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게시물 삭제에 대한 책임은 게시판 관리자에게 주어져야 함에도 게시판 삭제가 어려울 경우 검색사업자에게 삭제를 하라는 것은 제3자인 검색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이 잊혀질 권리를 정면으로 인정한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 법제에서 행정기관에 의한 인터넷심의제도가 존재하는 등 EU보다 개인의 정보 보호 제도가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익과 관련 없는 범위 내에서 자기 게시물을 삭제할 권리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적절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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