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시 청문회법과 국감폐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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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시 청문회법과 국감폐지론
  • 이관희
  • 승인 2016.06.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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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 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 

지난달 27일 박근혜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소위 ‘상시 청문회법“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개정안이다. 이는 상임위원회 중심인 국회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이번 거부권행사는 아주 잘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국정감사의 폐해가 너무 심각한데 상시 청문회까지 하면 나라가 결딴날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달 25일 퇴임기자회견에서 바로 상시 청문회법의 중요성과 동시에 국정감사 폐지를 강조해서 주목된다. 필자는 이미 2002년부터 국정감사 폐지와 국정조사 활성화를 주장해 왔는데 2005년에는 한국헌법학회장 역점사업으로 ’국정감사·조사권 행사 합리화 방안‘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여 영·미·독·불·일 등의 세계적 석학들로부터 그러한 내용들을 확인한 바 있다. 즉 일년에 20일 정도 기간을 정해 놓고 국회가 국정전반을 감사하는 나라는 없고 필요한 경우에 주로 국정조사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독일이 그 대표적인 나라로 국회재적 1/4 이상의 요구만 있으면 그것이 특별한 헌법위반이 아닌 한 그대로 발동되어 소수당이라도 정의롭게 국정을 통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은 그러한 조사청문회 이외에도 일반적인 입법청문회, 행정부의 정책집행을 감독하는 감독청문회, 고위직 관료임명시의 인사청문회 4가지가 있어 상시 청문회(Hearing, 하루 20-30건)로 의회 운영을 해가는 대표적인 나라다. 미국은 청문회 정족수가 하원 2명, 상원 1명으로 다만 몇 명이 둘러앉아서도 실질적인 대화로 효과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현재의 국감관행이 존재하는 한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막말과 호통, 비난 일변도의 무법무도한 태도, 장차관이 불려나오면 그 밑에 국·과장까지 줄줄이 끌려와 장기간 행정공백, 재계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거래, 증언대에서 업무와 관계없이 인간적 모욕 등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따라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된 상태에서 제20대 국회에서는 형식적으로 재의가능 여부를 떠나서 실질적으로 국회운용의 새 틀을 여야 합의로 다시 짜야한다. 재의결 투표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결국 ‘출석 2/3의 찬성’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는 상임위, 국정조사, 국정감사와 같은 3중(重) 감시 권력을 가동해왔다. 여기에 상시 청문회까지 더해지면 국회의 대정부 견제장치는 4중으로 짜이게 된다. 장관·기관장은 물론 기업인들이 1년 열두 달 국회에 출석하느라 본업이 뒷전으로 밀릴 상황이다. 여기에서 생각될 수 있는 것이 부정적인 면이 많은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국정조사를 독일식으로 활성화시키면서 미국식 상시 청문회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국감은 헌법제정 당시 영국의 국정조사를 감사로 오해해서 도입된 것으로 이제까지의 폐해를 되풀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0일 정도의 기간에 국정전반을 감사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서 민생·정책 국감이 아닌 반복되는 정치공세인 정치국감으로 흐르고 결국은 불필요한 정쟁으로 국정마비까지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감을 폐지한다는 것은 구태를 털어내고 새로운 청문회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임위원회 운영이 상시 청문회제도를 중심으로 바람직한 상시 국감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상시 청문회법이 약 1년 전 정의화 국회의장에 의하여 발의됐는데 이를 제대로 공론화시켜 국회개혁의 계기로 삼지 못하고 제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 통과시켜 분란만 일으키고 있냐하는 점이다. 선수(選數)높은 정치인들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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