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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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8)
  • 문덕윤
  • 승인 2016.06.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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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독해의 위력 2

독해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경청능력, 잘 읽고 왜곡하지 않는 능력’을 측정합니다. 노명우 교수님의 <계몽의 변증법>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독자들이 <계몽의 변증법>을 읽을 때, 각 문장이 놓인 문단과의 구도를 포착하지 못하고 문장만을 자구 해석하려 하거나, 한 문장 속의 개념을 문장, 문단과 고립시켜 읽을 경우 독해는 불가능해진다. 독자들은 <계몽의 변증법>을 읽으면서, 문장 속에서의 개념들 사이의 구도, 문장과 문장 사이의 구도, 문단과 문단의 구도, 각 장과 또 다른 장과의 구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계몽의 변증법>의 개념과 문장들은 그 자체로는 독해하기 힘든 대상이나, 구도 속에서 파악되면 의외로 쉽게 독해할 수 있다.”

우리의 언어논리 시험지에서도 저 말씀은 진리입니다. 그럼 구조독해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개념을 파악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풀이시간 : 5분)

법학적 해석은 법이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확정하는 것이지,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문헌학적 해석과 비교할 때 분명해진다. 문헌학적 해석은 인식된 것에 대한 인식이다. 이것은 텍스트 생산자가 주관적으로 의도한 의미를 확정하는 것이며, 해석의 대상인 작품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현실적 인간이 현실에서 생각한 사상을 확정하려 한다. 이를 위해 작가의 작품과 원고, 일기와 편지 등에서 나타나는 모든 표현들에 근거하여 그의 실제 사상을 탐구한다. 이는 순수하게 경험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법학적 해석은 법률 제정자가 의도한 의미를 확정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법규가 객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것을 지향한다.
법률이라는 작품에는 다수의 제정자가 관여한다. 때문에 그 의미에 대하여 관여자마다 갖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의 적용에 봉사해야 하는 법학적 해석은 일의적(一義的)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국가의 의사라 할 수 있는 입법자의 의사는 이념적으로 법률의 의사와 일치한다. 이는 입법의 모든 내용이 의인화된 단일 의식 속에 반영되었다고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입법자의 의사는 해석의 수단이 아니라 해석의 목표이자 해석의 결과로 된다. 또한 전 법질서를 체계적으로 모순 없이 해석해야 하는 선험적 요청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법률 제정자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것도 입법자의 의사라고 확정할 수 있다. 해석자는 법률을 그 제정자가 이해한 것보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법률 제정자의 사상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고, 언제나 명확하고 모순 없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해석자는 온갖 법률 사건에 대하여 명료하게 모순 없는 해결을 법체계에서 끌어내어야 한다. 법학적 해석을 통해 해석자는 자기가 입법자였다면 제정하였을 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법학적 해석은 문헌학적 해석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것을 초월한다. 결국 법률을 실제로 제정하는 경험적 입법자는 법률 자체 속에서만 사는 이념적 입법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재판은 이를 확인하는 구체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겠는데, 특히 법률에 대한 위헌성 심사가 그러하다.

1. 위 글의 내용에 부합하는 것은?
① 문헌학적 해석은 법률 제정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② 문헌학적 해석은 주관적인 의사의 다의적인 해석을 추구한다.
③ 법학적 해석에서 주관적인 실제 의사는 수단이라기보다 목적이다.
④ 법학적 해석은 텍스트 배후의 은유적 의미를 찾아내는 데 주력한다.
⑤ 법학적 해석은 문헌학적 해석을 넘어서서 직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모색한다.

2. 위 ㄱ에 관한 추론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위헌 법률 심사 과정은 이념적 입법자의 의사를 확정하는 작업이다.
② 입법자의 의사는 법률을 탄생시키는 일회적인 과정으로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
③ 입법에 관여한 전원이 의견을 같이한 경우 그것은 입법자의 의사로 보아야 한다.
④ 법학적 해석을 통해 끌어내는 입법자의 의사는 법체계에서 요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⑤ 입법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정이 발생하더라도 입법자의 의사는 확정될 수 있다.

지문에 등장하는 개념을 다룰 때는 두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개념은 명확합니다. 적어도 글쓴이가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고자 하는 단어는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규정하고 거기서부터 전제를 구성합니다. 두 번째, 글쓴이가 지문 안에서 정의한 내용과 독자가 평소에 알고 있는 정의가 맞지 않을 때는 지문에서 규정한 대로 따라갑니다. 시험지는 글쓴이의 생각과 의도가 어떻냐고 묻는 것이라 지문이 판단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문을 독해할 때는 ‘법학적 해석’과 ‘문헌학적 해석’이라는 두 대조적인 개념을 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보조 개념들을 연결해나가야 합니다. 지문에 제시된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입법자와 제정자는 유사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 지문에서는 아닙니다. 글쓴이는 입법자를 국가 혹은 법률의 의사로서 법학적 해석에 해당하는 속성으로, 제정자를 실제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는 데 관여하는 이로 문헌학적 해석에 해당하는 속성으문덕로 분류합니다. 그냥 읽다보면 꼬이기 쉬운 부분이므로 주의합니다. 자, 그럼 이런 구성에서 선택지를 만드는 출제자는 어떤 부분을 가장 평가하고 싶을까요? 개념들을 잘 분류해서 파악했는지가 가장 궁금할 것입니다. 그럼 선택지에 대한 해설입니다. 생각과 맞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정답 : ①

① 문헌학적 해석은 /법률 제정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 문헌학적 해석은 주관적으로 의도한 의미를 확정하는 것이며, 이는 3문단의 ‘법률 제정자’와 연결됩니다. 따라서 문헌학적 해석은 법률 제정자의 주관적인 의사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② 문헌학적 해석은 주관적인 의사의 다의적인 해석을 추구한다.
: 문헌학적 해석은 법률 제정자의 주관적인 의사가 다의적인 수 있을 가능성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다의적인 해석을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하여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추구한다’는 표현에는 가치판단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현상을 인정한다는 차원에서의 사실판단과 현상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가치판단을 구별하여 읽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③ 법학적 해석에서 주관적인 실제 의사는 수단이라기보다 목적이다.
: 법학적 해석은 법규가 객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것인 반면, 주관적인 실제 의사는 문헌학적 해석에서 중시합니다. 법학적 해석에서 주관적인 실제 의사, 즉 문헌학적 해석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서 참고 대상입니다.

④ 법학적 해석은 텍스트 배후의 은유적 의미를 찾아내는 데 주력한다.
: 은유적 의미는 일종의 상징인데 법학적 텍스트는 은유적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법학적 해석은 텍스트를 통해 입법자의 객관적 의사를 밝혀내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 문장은 문맥과 무관한 표현입니다.

⑤ 법학적 해석은 문헌학적 해석을 넘어서서 직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모색한다.
: 법학적 해석은 직관적으로 타당한 의미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모색합니다. 따라서 이 문장은 문맥과 무관한 표현입니다.

2. 정답 : ③
: 개념의 속성을 추론하는 문제입니다. ㉠은 ‘입법자의 의사’입니다. 2문단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입법자의 의사’는 국가의 의식이고 법률의 의사입니다. 이는 법률 제정자가 아니라 해석자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경험적 입법자가 아니라 이념적 입법자를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이 문제는 1번에 이어 개념을 문맥에서 약속한대로 파악하라는 문제입니다.

󰌚 선택지 읽기

① 위헌 법률 심사 과정은 이념적 입법자의 의사를 확정하는 작업이다.
: 3문단을 통해 추론할 수 있습니다. ‘법률에 대한 위헌성 심사’는 경험적 입법자가 이념적 입법자에게 자리를 넘겨준다는 것을 확인하는 구체적인 과정입니다. 여기서 이념적 입법자의 의사는 ‘입법자의 의사’와 동일합니다. 따라서 위헌 법률 심사 과정은 ‘법률 제정자’가 제정한 불완전한 법체계에서 ‘해석자’가 명료하고 모순 없는 해결을 끌어내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② 입법자의 의사는 법률을 탄생시키는 일회적인 과정으로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
: ‘입법자의 의사’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확정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법률을 탄생시키는 일회적인 과정은 법률이 제정될 당시의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법률 제정자’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 두 가지가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에 관한 추론으로 적절합니다.

③ 입법에 관여한 전원이 의견을 같이한 경우 그것은 입법자의 의사로 보아야 한다.
: 입법에 관여한 전원은 다수의 법률 제정자를 의미합니다. 이 법률 제정자의 의사는 문헌학적 해석에 따른 것으로, 이는 법학적 해석을 통해 끌어내는 ‘입법자의 의사’와 같지 않습니다. 제정자를 총합한다 해서 입법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둘은 각기 경험적 범주와 이념적 범주로 범주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④ 법학적 해석을 통해 끌어내는 입법자의 의사는 법체계에서 요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 2문단에 따르면, ‘입법자의 의사’는 전 법질서를 체계적으로 모순 없이 해석해야 하는 선험적 요청에 대한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선험적 요청은 경험이나 주관적 의도가 개입하지 않은, 객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확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법학적 해석을 통해 끌어내는 입법자의 의사는 법체계에서 요구하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입법자의 의사’에 관한 추론으로 적절합니다.

⑤ 입법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정이 발생하더라도 입법자의 의사는 확정될 수 있다.
: 2문단에 따르면, ‘입법자의 의사’가 모든 법질서를 체계적으로 모순 없이 해석해야 하는 선험적 요청이고, 그 대문에 법률 제정자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것도 입법자의 의사라고 확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는 ‘입법자의 의사’에 관한 추론으로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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