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찾아서-정찬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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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찾아서-정찬형 교수
  • 법률저널
  • 승인 2004.05.0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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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배려하는 마음 있어야"
법률가로서 균형감각 유지 중요해


정찬형
고려대 상법 교수

법은 규범이다. 규범은 서로의 불편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서로간 합의하에 지키자는 약속이다. 즉, 남에 대한 배려없이는 법을 이해하거나 집행하기 힘들다. 고려대 정찬형 교수는 "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늘 가슴속에 남에 대한 배려와 기본적인 예의, 그리고 봉사정신을 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가는 이기(利己)를 버리고 이타(利他)를 우선해야 하며 무엇에도 편향되지 않는 균형감각과 타인에 대한 관대함과 사명의식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 '법'없이도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우리는 많은 법규정에 매여 살기도 합니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법'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법은 질서유지 및 이해조정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이 없거나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질서가 깨지고 이해상반되는 당사자간 한없는 자기주장만이 있어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은 최소한의 규범으로서 이해당사자간 조정 기능과 함께 사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충실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법없이도 산다는 말은 이런 규범, 즉 질서유지와 이해조정에 남들보다 관대하고 양보한다는 의미이겠지요. 법을 벗어나서 산다는 말을 아니라고 봅니다.


◇ 지금까지 오랜 기간동안 '상법'을 연구하셨는데 교수님 개인적으로 '상법'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는지.

상법은 민법에 대응해 '기업에 관한 특별사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제외해서 상인 혹은 기업이 거래관계의 주체가 될 때 상법의 적용범위가 됩니다.

개인간 거래는 개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비영리적입니다. 그러나 개인과 기업, 혹은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는 영리적이면서 집단적이고 계속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관계가 개인과는 다릅니다. '금전소비대차'를 예로 들었을 때 민법의 경우에는 당사자간 특약이 없는 한 무이자가 원칙이지만 상인간에는 대주가 법정이자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즉, 영리 획득이 목적인 상인의 계속적인 영리활동을 보장해주고 기업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특별한 규범이 필요한 것입니다.


◇ 초학자들이 상법을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법체계를 이해하는 데 좋을런지

상법은 특별사법입니다. 민법은 사법의 기본법이며 상법은 민법에 대한 특별규정을 많이 두고 있어 상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상법이 기업의 특성때문에 민법의 적용을 받기 힘들어서 도출됐고 기업생활관계에서도 상법에 없는 것은 민법의 적용을 받고 있듯이 상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탕이 되는 민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법은 기업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구성이 기업조직법과 기업활동법으로 분류됩니다. 상법총칙과 회사편 등은 기업조직과 관련이 있고 상행위, 보험편 등은 기업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반면 해상법은 기업조직과 활동이 같이 있습니다.

독일과 미국에서 교수 채용이나 사법시험을 볼 때 민법, 상법 구분없이 사법으로 통일하듯이 민법과 상법의 연결고리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상법이 일상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개인 대 개인의 거래가 아닌 이상 즉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상인 혹은 기업일 때 상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일상생활에서 상법의 적용을 받는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각 개인은 기업과 거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기업의 범위도 확장되고 있어서 더더욱 상법의 역할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출퇴근할 때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할 때도 운송업자와의 거래가 발생하는 것이고,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는 경우에도 공중접객업자와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또 은행에 예금을 예치하거나 보험에 가입하는 등 금융활동을 하는 경우, 일상생활의 모든 거래에 있어 상인이나 기업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법이 상인간, 기업간에 제한되지 않고 거래당사자 한쪽만 기업이어도 적용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상법의 중요성은 이렇듯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의 법률문화를 진단해주신다면.

현재 국내 법인식을 보면 법에 대한 불신과 되려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자신의 법감정과 맞지 않으면 법이 잘못 됐다해 법을 안지키고 이에 대한 엄격한 제재도 미흡한 상황입니다.

공인회계사들과 만나 기업회계기준의 개정을 논의한 적이 있는데 모법인 상법에는 어긋나도 국제회계기준에는 맞는다며 법을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업인들이 상법을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유지·강화, 왕성한 기업활동의 보장 등이 상법의 이념입니다. 기업의 목적인 영리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장치를 만들어둔 것입니다.

만약 현행 상법에 문제가 있다면 개정절차를 통해 올바른 방식으로 이끌 수 있지만 그러기 전에 자의에 의해 잘못됐다 판단되면 법을 지키지 않는 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 '법'과 '법률가'의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보시는지.

법률가는 법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 다음 법을 집행하면서 가장 객관적인 자세에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법원에서 원고패소율과 항소기각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소위 말해 '억지소송'이 많다는 것이죠.

승소가능성이 있거나 변론의 논거가 충분할 때 의뢰인의 청구를 대리해야 하나 영리목적으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은 칼과 같아서 기본 소양이 안된 사람에게는 흉기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이익만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률가는 직업윤리와 법에 대한 인식을 공고히 해 법률가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들의 법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게 할 중책이 있습니다.


◇ 최근 사법시험을 통해 1,000명을 선발하고 있는 데 주된 이유는 국민들의 저렴하고 쉽게 법률서비스를 받으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변호사 시장의 위축만 있을 뿐 서비스 향상에는 의문이 듭니다.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런지.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문턱이 낮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보다 법조인 숫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실력있고 양심있는 변호사들이 성공할 수 있는 제도 정비도 있어야 합니다.

또한 변호사들이 재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로스쿨에서 재교육받으며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함양하지만 국내의 경우 꾸준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없는 형편입니다.


◇ '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면?

법은 규범의 하나로써 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성인교육까지 예의교육이 없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자기 중심적인 사고관이 팽배해 있습니다.

또한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균형감각을 가진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규범 적용에 있어서도 자기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해야 하며 투철한 사명의식과 긍지를 가지고 법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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