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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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7)
  • 문덕윤
  • 승인 2016.05.27 13: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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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독해의 위력

독해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경청능력, 잘 읽고 왜곡하지 않는 능력’을 측정합니다. 노명우 교수님의 <계몽의 변증법>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 독자들이 <계몽의 변증법>을 읽을 때, 각 문장이 놓인 문단과의 구도를 포착하지 못하고 문장만을 자구 해석하려 하거나, 한 문장 속의 개념을 문장, 문단과 고립시켜 읽을 경우 독해는 불가능해진다. 독자들은 <계몽의 변증법>을 읽으면서, 문장 속에서의 개념들 사이의 구도, 문장과 문장 사이의 구도, 문단과 문단의 구도, 각 장과 또 다른 장과의 구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계몽의 변증법>의 개념과 문장들은 그 자체로는 독해하기 힘든 대상이나, 구도 속에서 파악되면 의외로 쉽게 독해할 수 있다.”
 

 

우리의 언어논리 시험지에서도 저 말씀은 진리입니다. 그럼 구조독해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풀이시간 : 5분)

일반적으로 과학기술 보도는 대중이 일상적으로 접하지 못하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는 특성을 지닌다. 대중은 과학기술의 새로운 사실들이나 사건들을 주로 언론에 의존하여 접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언론의 프레임 설정과 대중의 인식 정도에 따라 대중의 보도 내용 수용이 달라진다. 특히 언론 보도 내용이 건강이나 안전에 위험이 되는 요소들을 포함하는 경우, 그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부정 편향성(negativity bias) 가설’, ‘점화 효과’, ‘위험 커뮤니케이션 증폭 모델’ 등의 이론적 모델을 통해 설명되기도 한다.

‘부정 편향성 가설’에 의하면, 보도 시 설정된 프레임이 긍정적일 때보다 부정적일 때에 그 보도를 대중이 주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정보로서의 가치도 더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성 때문에 뉴스에 내재된 위험성이 클수록 부정 편향성의 효과도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점화 효과’는 기본적으로 연상 효과에 기초한다. 인간의 정보 처리 네트워크인 두뇌는 매스미디어가 제공하는 어떤 소리나 이미지에 노출되면 두뇌 속에 이미 저장되어 있던 관련 이미지의 연상을 촉발한다. 그 촉발의 결과가 점화 효과이다. 불량 식품 관련 보도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멜라민 파동’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위험 커뮤니케이션 증폭 모델’은 특정 위험 사건의 보도가 사회 내에서 구체화되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양상을 제시하는데, 대표적으로 두 모델을 들 수 있다. 그중 하나로 정보가 정보원에 서 채널을 통해 수신자로 전달된다는 고전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에 근거한 렌 모델이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위험 사건은 정보원에게 우선 전달되며 이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전달자에게 전달된다. 이때 정보원에는 과학자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와 목격자가 포함되며, 전달자에는 언론, 유관 기관, 오피니언 리더 등이 포함된다. 이 위험 사건이 수용자인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원과 전달자의 이해관계나 요구 사항이 개입하여 위험 인지가 증폭될 수 있으며, 이것이 수용자에게 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슬로비치 모델은 과학기술 보도의 사회적인 증폭 양상에 보다 주목하는 이론이다. 이 모델은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가 어떻게 사회적인 증폭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효과가 사회적으로 어떤 식으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특정 과학기술 사건이 발생하면 뉴스 보도로 이어진다. 이때 언론의 집중 보도는 수용자 개개인의 위험 인지를 증폭시키며, 이로부터 수용자인 대중이 위험의 크기와 위험 관리의 적절성에 대하여 판단하는 정보 해석 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이미 증폭된 위험 인지는 보도된 위험 사건에 대한 해석에 영향을 미쳐 보도 대상에 대한 신뢰 훼손과 부정적 이미지 강화로 이어진다. 이로 말미암은 부정적 영향은 그 위험 사건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유관 기관, 업체, 관련 과학기술 자체에 대한 인식에까지 미치게 되며, 또한 관련 기업의 매출 감소, 소송의 발생, 법적 규제의 강화 등의 다양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1. 위 글의 ‘과학기술 보도’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수용자들의 동일한 반응을 유도한다.

② 과학기술 전문가가 위험 인지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③ 수용자의 과거 경험과 위험 인지는 낮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④ 보도의 내용이 전문적일수록 뉴스의 부정 편향성이 증폭된다.

⑤ 긍정적 내용의 보도는 수용자에게 낮은 가치를 지닌 뉴스로 인식될 것이다.

2. <보기>는 신종 플루와 관련한 최근의 언론 보도 내용이다. 수용자들이 보인 반응 중 위 글의 이론적 모델들로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은?

 

<보 기>

 

 

 

◦ 신종 플루의 발원지로 알려진 멕시코 동부 한 마을 인근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미국계 양돈업체 A 사의 공장은 불법으로 분뇨를 배출하여 거액의 벌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 신종 플루 감염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종 플루 백신 및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조만간 신종 플루가 유행하는 국가들에 예방 백신들이 공급될 것이다.

◦ 다국적 제약기업 B 사가 개발한 신종 플루 예방 백신으로 동물 실험을 하던 중 대상 동물들이 갑자기 모두 죽는 사고가 있었다.

◦ 신종 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위기 대응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① 신종 플루에 대한 대응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인식이 신종 플루로 인한 대재앙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② 신종 플루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믿기 힘들므로 정정 보도를 내도록 요구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③ A 사의 분뇨 배출이 신종 플루 발생의 원인이라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집단소송을 통해 A 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④ 신종 플루의 인체 감염 건수가 늘고 있다는 보도에 2년간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2005년 조류 독감의 공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⑤ 신약이 개발되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동물 실험에서 발생한 사고로 미루어 보아 그 효능과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 정답과 해설입니다. 문제가 의도한 대로 잘 읽으셨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정답 : ②

[문제유형 및 출제의도]

세부정보 파악 문제이다. 세부정보 문제라고 하면 지문의 논의 구조와는 상관없이 지엽적인 부분에서 선택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세부정보 문제에서 정답률이 유달리 떨어지는 것은, 지문의 전체 구조를 못 읽고 있어서 글쓴이의 의도가 명확하게 안 잡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잘 읽었는지 측정하고 싶어서 선택지를 쓴다. 글의 의도와 상관없는 데서 갑자기 선택지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당황하지 말고, 이 지문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고, 가장 명확한 정답을 찾으면 된다.

[해설]

① 수용자들의 동일한 반응을 유도한다.

: 1문단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언론의 프레임 설정과 대중의 인식 정도에 따라 대중의 보도 내용 수용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즉, 과학기술 보도가 수용자들의 동일한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 보도의 결과 대중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과학기술 보도의 인과관계를 잘못 이해한 진술이다.

② 과학기술 전문가가 위험 인지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 3문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 증폭 모델에 따르면, 위험 사건이 수용자인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원과 전달자의 이해관계나 요구 사항이 개입하여 위험 인자가 증폭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과학기술 전문가가 위험 인지를 증폭시키기도 한다는 진술은 ‘과학기술 보도’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다. 더하여, ‘증폭시키기도 한다’는 것은 한 가지 사례만 있어도 성립하는 진술이다. 지문이 과학기술 보도에 대한 여러 가지 모델을 나열했음을 염두에 둔다면, 정답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선택지이기도 하다.

③ 수용자의 과거 경험과 위험 인지는 낮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 2문단에 따르면 인간의 ‘연상 효과’에 기초하여 ‘점화 효과’가 나타난다. ‘연상 효과’는 매스미디어가 제공하는 어떤 소리나 이미지에 노출되면 두뇌 속에 저장되어 있던 관련 이미지의 연상을 촉발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과거 경험이 두뇌 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이러한 연상의 촉발 결과가 ‘점화 효과’인데, 이를 통해 보도 내용이 위험하다고 인지하게 된다. 따라서 수용자의 과거 경험과 위험 인지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므로, 이는 ‘과학기술 보도’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못한 진술이다.

④ 보도의 내용이 전문적일수록 뉴스의 부정 편향성이 증폭된다.

: 2문단에서 뉴스에 내재된 위험성이 클수록 부정 편향성의 효과도 확대될 것이라고 하였다. “A할수록 B이다.” 형태의 문장에서 A와 B는 양의 상관관계를 구성한다. 이 지문에서는 보도의 내용이 일상적이고 부정적일수록 부정 편향성이 증폭된다고 하였으므로, 전문성은 원인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⑤ 긍정적 내용의 보도는 수용자에게 낮은 가치를 지닌 뉴스로 인식될 것이다.

: 2문단에서 ‘부정 편향성 가설’에 의하면, 보도 시 설정된 프레임이 긍정적일 때보다 부정적일 때에 그 보도를 대중이 주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정보로서의 가치도 더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긍정적 내용의 보도는 대중에게 낮은 가치를 지닌 뉴스로 인식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선택지는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를 단정적으로 서술하여 오답이 된 경우이다.

2. 정답 : ②

[문제유형 및 출제의도]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에 관한 새로운 상황을 제시하고 여기에 지문에 언급된 이론적 모델들을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보기>는 신종 플루와 관련한 최근의 언론 보도 내용이고, 선택지에는 언론 보도를 수용한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 제시되어 있다. 지문에 등장하는 ‘부정 편향성 가설’, ‘위험 커뮤니케이션 증폭 모델’, ‘슬로비치 모델’의 개념 구조를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용자의 반응과 설명할 수 없는 반응을 구분해야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위에 제시된 모델들과 선택지를 하나씩 연결시켜 가면서 맞는 선택지를 지워 나간다. 여기서 잠깐, 출제자가 여러분에게 요구한 것은 “틀린” 선택지이다. 어떤 경우에 뭘 이야기하는 확실히 저 모델들로 설명이 불가능할까? 이런 경우 1문단에 제시된 모델들의 공통된 속성에 위배되면 별 일이 있어도, 그 선택지는 틀린 문장이 된다. 기준을 바꿔놓고, 명확한 문장을 찾으면 금방 보일 것이다. 2번이 정답이다. 구조독해가 시간과 정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순간이다.

[해설]

① 신종 플루에 대한 대응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인식이 / 신종 플루로 인한 대재앙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 ‘슬로비치 모델’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슬로비치 모델’에 따르면 언론의 집중 보도는 수용자 개개인의 위험 인지를 증폭시키며, 이로 인해 수용자인 대중은 위험의 크기와 위험 관리의 적절성에 대하여 판단하는 정보 해석 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이미 증폭된 위험 인지는 보도된 위험 사건에 대한 해석에 영향을 미쳐 보도 대상에 대한 신뢰 훼손과 부정적 이미지 강화로 이어진다.

② 신종 플루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믿기 힘들므로 / 정정 보도를 내도록 요구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 1문단에서 지문에 등장하는 ‘부정 편향성 가설’, ‘위험 커뮤니케이션 가설’, ‘슬로비치 모델’은 모두 과학기술에 대한 언론의 프레임 설정과 대중의 인식 정도에 따라 대중이 보도 내용 수용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이는 모두 대중이 언론 보도를 사실로 인식하고 받아들였음을 전제할 때 가능한 모델이다. 따라서 신종 플루와 관련된 보도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은 위 글의 이론적 모델들로 설명할 수 없는 대상이다.

③ A 사의 분뇨 배출이 신종 플루 발생의 원인이라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 집단소송을 통해 A 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 ‘슬로비치 모델’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4문단에서 이 모델은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가 어떻게 사회적인 증폭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효과가 사회적으로 어떤 식으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하였다. 보도로 인해 증폭된 위험 인지는 위험 사건에 대한 해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관련 기업의 매출 감소, 소송의 발생 등 다양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집단소송을 통해 A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상은 ‘슬로비치 모델’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④ 신종 플루의 인체 감염 건수가 늘고 있다는 보도에 / 2년간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2005년 조류 독감의 공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점화 효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2문단에서 ‘점화 효과’는 기본적으로 연상 효과에 기초한다고 하였다. 인간의 두뇌는 신종 플루 보도에 노출되면서 두뇌 속에 이미 저장되어 있던 관련 이미지, 즉 2005년 조류 독감의 공포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⑤ 신약이 개발되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동물 실험에서 발생한 사고로 미루어 보아 / 그 효능과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 ‘부정 편향성 가설’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부정 편향성 가설’에 의하면, 보도 시 설정된 프레임이 긍정적일 때보다 부정적일 때에 그 보도를 대중이 주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정보로서의 가치도 더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신약이 개발되었다는 보도는 긍정적인 정보인 반면, 동물 실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부정적인 정보이다. 부정적인 면을 보다 가치 있는 정보로 인식하는 경향으로 인해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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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 22:11:15
문덕윤선생님 진짜 통찰력 짱이시네요 모든 글이 수험생에게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짱!!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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