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국회선진화법’ 관련 권한쟁의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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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국회선진화법’ 관련 권한쟁의 각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6.05.2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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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 위험성 없어”
헌법소원심판도 부적법 각하…‘법적 관련성’ 결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소수파에 의한 발목잡기’, ‘식물국회’ 논쟁의 중심에 선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과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다.

쟁점이 된 것은 소위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불리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과 동법 제85조의2 제1항이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국회 의장에게 법안에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그 요건으로 천재지변과 전시·사변 등의 국가비상사태, 의장과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합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천재지변과 국가비상사태는 해당 사태와 관련된 안건에 한해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경우는 3호의 ‘합의’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심사기간을 지정하는 경우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치 않은 경우 곧바로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게 돼 법안의 ‘고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동법 제85조의2도 안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규정으로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 재적의원 과반수의 동의나 소관 위원회 소속 위원 과반수의 동의로 신속처리안건지정 여부를 표결에 부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경우 무기명투표로 표결, 재적의원의 5분의 3 또는 소관 위원의 5분의 3이 찬성해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반다수결에 비해 가중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과 기재위원장이 북한인권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이 위 국회선진화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간지정 및 신속처리대상안건 표결에 부치지 않은 것에 대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를 청구했다. 이와 함께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개정한 행위와 동법 제85조의2를 가결선포한 행위에 대해서도 심판을 요청했다.

헌법 해석상 ‘재적의원 과반수 요구로 직권상정 의무’ 도출 부정

먼저 헌법재판소는 국회법 개정행위에 대해 법률의 제·개정 행위를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의 피청구인은 국회의장이나 기재위 위원장이 아닌 ‘국회’라는 이유로, 국회법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기간도과로 각하했다.

기재위원장이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표결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 헌재는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의 요건을 갖춘 동의가 제출돼야 표결을 실시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그 대 소관 위원들도 표결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며 “이 사건의 경우 소관 위원 과반수의 서명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표결에 재적 5분의 3의 찬성을 요하는 부분이 위헌으로 선언되더라도 피청구인인 기재위 위원장에게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한 동의에 대해 표결을 실시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위헌 여부는 표결실시 거부행위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해서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직권상정 권한은 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이고 의안 심사에 관해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국회에서는 비상적·예외적 의사절차”라며 “국회법 제85조 제1항 각호의 심사기간 지정사유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뿐 국회의원의 법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에 대한 침해 위험성은 해당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돼야만 비로소 현실화되고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지정사유가 있다 해도 국회의장은 직권상정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은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 “‘의장이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를 심사기간 지정사유로 규정한 부분이 다수결의 원칙 위반 등으로 위헌이 되는 경우에도 법률안의 심사기간 지정 여부는 국회의장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장에게 심사기간 지정 의무가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국회법 제1항 제3호의 위헌 여부는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효력에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의안에 대해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그 의안에 대해 의무적으로 심사시간을 지정하도록 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가 위헌이 되는 경우에 대한 판단도 내렸다. 헌재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근거규범도 아닌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까지 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자제해 의사절차에 관한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만일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를 선결문제로 판단하더라도 헌법의 명문규정이나 해석상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의무는 도출되지 않으므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이런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다수결의 원리,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졸속입법’…“헌법재판소가 원인 제거해야” 의견도

이와 달리 이진성, 김창종 헌법재판관은 본회의에 부의되기만 하면 의결도 할 수 있는 재적과반수 이상의 157명의 국회의원이 요청한 심사기간 지정과 재적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146명의 의원이 요청한 심사기간 지정 사례를 구분해 달리 판단했다. 전자의 경우 본회의에서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개연성이 있으나 후자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본 것.

이같은 판단에 따라 157명의 국회의원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사안에 대해 본안 판단에 들어갔지만 국회의 자율권 존중과 위원회 중심주의에 입각해 직권상정제도는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입법절차라는 점, 일반정족수 자체가 헌법상의 원칙이나 원리라고 볼 수 없다는 점, 입법교착은 규범영역의 문제가 아닌 사실영역의 문제라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서기석,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청구인들의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 재판관은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자신들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한 법률안들의 본회의 부의·상정이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본회의에서 그 법률안들을 심의·표결할 권한을 행사하는데 중대한 지장이 초래됐다는 판단에 따라 본안 심사에 들어갔다.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헌법 제49조의 다수결 원리는 국회의 의결대상인 특정 안건이 그 내용과 의미에 비추어 가중다수결이 요구될 정도로 헌법상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아닌 한 절대다수결을 의사결정방식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이진성, 김창종 재판관과 의견을 달리 했다.

또 헌법이 ‘본회의 결정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점, 국회선진화법이 지나치게 엄격한 조건을 둠으로써 국회법 제정 당시부터 존속돼 온 심사기간 지정제도의 기능을 사실상 소멸케 했다는 점,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로 심사기간 지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비상처리절차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적과반수 이상의 국회의원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사안의 경우 인용하고 재적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던 경우는 기각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조용호 재판관은 “국회법 제85조 제1항으로 인해 쟁점안건의 적시 처리가 어려워졌고 이를 빌미로 다른 안건까지 연계해 함께 처리하는 졸속입법 관행이 제19대 국회 운영과정에서 계속돼 왔다”며 “국회선진화법으로 야기되는 입법교착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언함으로써 입법교착 상태를 가져오는 원인을 제거해줘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85조의2 제1항, 제86조 제2항, 제 106조의2 제6항이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해 다수결의 원칙 및 의회주의에 위배되고, 국민주권주의 및 선거에 의해 국회에 입법권을 위임한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청구된 헌법소원심판도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소원심판은 주관적 권리구제 절차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이 청구인 자신의 기본권을 직접 현실적으로 침해했거나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전제에 따라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해 청구인들 자신의 기본권이 현실적으로 침해됐거나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할만한 구체적인 사정을 주장하고 있지 않으며, 일반 국민인 청구인이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해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해도 이를 청구인들 자신의 기본권을 직점, 현실적으로 침해하는 법적 불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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