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양성 중시한다며 법조인 선발은 왜 획일화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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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양성 중시한다며 법조인 선발은 왜 획일화 하는가?
  • 서완석
  • 승인 2016.05.26 10:09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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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석 전국법과대학교수회장(가천대 법과대학장)

우리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사시를 로스쿨제도와 병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법시험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응시횟수를 제한하고 할당제를 실시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사법시험이 절대적 선이라고 생각하여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는 헌법적 가치인 기회균등과 평등성을 훼손되고 있으므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그동안 시행되어 오며 시행착오를 거친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고, 법학이라는 학문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재앙을 막기 위해서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라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를 마치 케케묵은 구시대적 발상이나 하는 수구세력인양 그리고 맹목적으로 로스쿨을 비난하는 세력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기 위해 맹목적인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청산되어야 할 수구세력도 아니다. 정의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시공을 초월하여 적용되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제도가 음서제도보다 정의로운 제도였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해왔고 교육부는 그러한 비판에 대하여 로스쿨 입시에 대한 전수조사라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교육부의 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닌 지난 3년간의 조사였을 뿐이고, 그것도 실제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2차 면접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한 바가 없다. 여러 언론에 구체적인 부정사례가 공개되었는데도 말이다. 비록 반쪽도 되지 못하지만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현행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는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제도 중 어떤 제도가 좋은지에 초점을 맞춘 논의에 대해 반대한다. 양 제도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고 현실은 자주 이상을 배신하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현재의 로스쿨제도가 우리가 바라던 이상과 맞느냐는 것이고, 수선해서 쓸 수 있는 제도냐는 것이며, 우리 현실에 맞는 제도냐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현재의 모습대로라면 로스쿨 제도 도입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쳐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해봐야 할 것인데, 로스쿨 쪽에서 내놓는 안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양성은 매우 좋은 것이다. 아마도 로스쿨 제도 도입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다양성의 문제는 1996년에 미국 텍사스 로스쿨의 입학허가정책에 관하여 인종을 고려하는 정책은 무효라고 판단한 제5항소법원의 Hopwood v. Texas판결에서 기원한다. 오랜 논쟁 끝에 미연방대법원은 Grutter판결에서 고등교육분야에 있어서 인종에 근거한 적극적 평등화조치(Affirmative Action)를 인정하였지만, 텍사스 로스쿨이 주(州)전역의 고등학교에서 상위 10% 이내의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은 자동적으로 합격시키고 나머지는 학교성적, 수학능력시험 성적, 과외활동, 에세이, 수상실적, 봉사실적, 실습경력, 가정환경, 사회적 지위, 그리고 인종 등을 고려한 이른 바 ‘전체적 심사절차’를 진행하며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제5항소법원은 텍사스 로스쿨의 입학허가 절차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2013년에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하고 충분한 엄격심사(strict scrutiny)가 필요하다고 하며 사건을 제5항소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적극적 평등화조치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평등을 위한 차별”을 허용함으로써 미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권을 보호하려는 정책적 조치이다. 그러나 현재의 대다수의 연방대법관들은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대학의 결정을 존중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대학이 어떤 학생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권리보호라는 헌법적 한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양성이 형식적 평등을 보완하기 위한 보완적 가치이지만 공정성은 그 이상의 가치라는 점에 선뜻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공정성이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공정성은 한국사회를 도약케 할 무형의 가치이자 사회운영의 원리이며 공동체적 삶의 질서이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정의와 공정성은 하나의 시대정신이며 대한민국 역사에서 쌓여 온 편법과 반칙을 걷어내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라”는 것이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실현함에 있어 어떤 계층만의 정의를 정치공동체 전체를 견인하는 배타적 정의의 잣대로 삼으려 한다면 그러한 균형은 국가를 파괴하고 말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충고는 오늘날에도 충분한 울림을 준다. 또한 롤즈는 그의 공정으로서의 정의관에서의 제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이고, 제2원리에는 차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이 있는데, 제1원리가 제2원리보다 우선하며 기회균등의 원칙이 차등의 원칙에 우선한다고 하였다. 이런데도 마치 다양성과 공정성을 동렬의 가치로 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평등권의 침해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원칙적으로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원칙을 적용하고,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거나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엄격한 심사기준인 비례의 원칙을 적용한다. 문제는 이미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 평등화조치를 취하고서 다시 자기소개서나 면접과정에서 또 다양성을 고려하겠다는 발상이 옳으냐는 것인데,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공정성이 담보되거나 전제되지 않은 다양성은 불합리한 차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명분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한 상태에서 사회구성원들은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사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독일은 1971년도부터 독일 전역의 총 31개 법과대학 중 7개 주의 8개 대학에서 최초로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병행시키며 로스쿨에서 총 5년 6개월간의 교육을 시키다가 이러한 교육과정마저 부실하다고 생각하여 1년의 교육과정을 추가하여 총 6년 6개월의 로스쿨 교육과정으로 3년을 버텼지만 결국 실패를 자인하고 13년 만에 제도 자체를 폐지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운 주요 실패원인은 크게 고비용 저효율 효과와 법조 인력의 실력하락으로 인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이었다. 독일의 대륙법계는 영미법계와 사건 접근방법부터 다르다. 영미법계는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과거 법원이 그러한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를 찾아내는 테크닉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륙법계의 법조인들은 먼저 법전에서 관련 조문이 무엇인지를 찾아 그것을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법해석학적 기초나, 실체법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되며, 영미법계와 달리 대륙법의 특성상 상하위법의 서열관계나 특별법의 위치관계까지 파악하여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우리처럼 단 3년간의 과정으로 이론과 실무를 익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케이스 탐색론만을 익힌 변호사들을 일정한 기간 동안 로펌에서 교육시킨 후 현장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영미법계와 달리 대륙법계의 경우에는 그 법학체계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공부의 양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우리의 현행로스쿨 제도 하에서는 법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세 이래 법학은 철학, 신학, 의학과 함께 학문의 대종을 이루어 왔는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3년 동안 판례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테크닉을 익히는 것이 법학인양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진법학을 배우러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도 없고, 법학이라는 학문을 업으로 삼으려는 풀타임 대학원생은 씨가 말라버렸다. 5,60대의 이론법학교수들이 강단에서 물러나고 나면 우리나라의 법학은 사막화 되어버릴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학부를 그대로 존치시켰고 학부에서 로스쿨로 교수를 파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학부가 주(主)고 로스쿨이 종(從)인 관계가 되도록 설계함으로써 이론법학의 붕괴를 막았다. 그런데 후진국에 우리 법을 수출까지 했던 나라가 학문후속세대의 단절로 법률후진국가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로스쿨 교수들 대부분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까? 

또한 로스쿨 제도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거 사법시험제도 하에서의 문제점들이 로스쿨제도 하에서는 치유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그 장점보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만 높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로스쿨제도는 로스쿨 졸업자에게만 변호사 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소득순위가 매우 높은 측과 취약계층은 상대적으로 쉽게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구조로서 나머지 50%는 돈이 없으면 절대 변호사가 될 수 없다. 로스쿨 측에서는 취약계층을 예로 들어 사법시험제도보다 로스쿨 제도가 더 낫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사법시험제도 하에서도 응시횟수를 제한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할당제를 실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사법시험제도 하에서는 절대 법조인이 될 수 없었던 실력 없는 특권층들이 이제 입학만 하면 4명 중 3명이 변호사 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이용하여 이 사회의 중추세력이 되는 일이다.  

며칠 전 심준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은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로스쿨과 사법시험이 과도기적으로 병존하는 과정에서 법조계·법학계가 두 패로 갈려 극단적으로 대립·갈등하면서 양쪽 모두 상처를 입고 사회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양제도의 “병존 체제를 연장하거나 상시화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의 원천이며, 갈등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또한 두 제도의 병존으로 사법연수원은 소수의 연수생 수습에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사법자원 배치의 비효율이나 하급심 재판역량 잠식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면서 사시와 로스쿨 출신에 따라 각각 다른 시기에 임용되다보니 신임법관·재판연구원 임용과 배치, 교육 등을 따로 실시할 수밖에 없어 행정력도 낭비되고 출신에 따라 조직 내부의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조용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본데, 단언컨대 더 시끄러워 질 것이고 대립구도가 격화되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독일이 로스쿨 제도를 폐지한 결정적 이유가 로스쿨 출신변호사들의 법률실무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실체법 지식에 대한 부족으로 오히려 기존의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에게 맞소송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되어 오히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수임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했음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발언인지 모르겠다. 지난 8년 간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제도가 별 문제없이 병존했으며 사회적 갈등은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는 사실 때문인 점을 망각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 비용은 연수생들에게 저리로 대출해 준 후 나중에 갚도록 할 수도 있는 일이며, 행정력 낭비나 내부갈등의 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사법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 할 행정공무원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대학입학시험도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고, 고위공무원 임용이나 경찰간부, 군장교 임용 등도 일원화된 형태가 아니라 다원화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호주나 프랑스는 이원화 혹은 다원화된 형태로 법조인을 선발하고 있다. 로스쿨 입학생을 선발할 때 다양성을 중시한다면서 왜 법조인 선발은 획일화 시키려 하는가?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국회 정문 앞에서 3천배를 하고 곱게 기른 머리카락을 밀며 눈물을 흘리는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아픔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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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국민 2016-05-31 13:10:48
정곡을 제대로 찌르시는 글이네요.

나이 많다고 배척하고, 대학 학점과 거기다 학부 학벌로 차별을 더욱 공고화 하는 제도가 차별을 시정하고 다양성을 확보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됩니다.

로스쿨의 좋은 취지는 최대한 살리되, 로스쿨 교수들의 독선과 아집, 재량의 남용 등을 제어하고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어떤 가치도 기회균등보다 우선할 수 없으며, 일부 저소득 계층과 탈북자를 위해서 다수의 약자의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답은 모다? 2016-05-28 00:12:12
부자들만 꿀빠는 로스쿨폐지!!!

ㅇㅇㅇ 2016-05-27 13:16:46
다양한 경험 웃기지도 않는다 진짜 누가 생각해낸건지.. 법을 잘아는게 제일 중요하지 대체뭔 경험이 법조인에 도움된다는거야 세계일주하면서 난민캠프에서 봉사활동이라도 하고오면 법공부를 더 잘하고 송무능력이 뛰어나냐? 어떤 정신나간놈이 아무 의미도 없는 다양한 경험을 갖춘 법조인 만들자고 그랬는지..또 어떤 멍청한 감성적 선동 잘당하는 애들이 동조했는지...

ㅇㅇ 2016-05-27 01:26:01
사법시험은 존치되어야 마땅하다.
자라나는 후손들이 적어도 돈이 없거나 든든한 배후가 없다는 이유로 평등한 대우를 받지 아니할 이유는 없다.기회는 인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내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줘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왕건 2016-05-27 00:26:47
교수님! 사법시험 존치될수있도록, 이 땅에 기회의 평등이라는게 존재할수있도록 많은 지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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