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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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53)
  • 신종범
  • 승인 2016.05.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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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파크 방문기

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전 군검찰관, 국방부 소송총괄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어느덧 5월 중순이다. 언제나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감을 느끼게 되지만 이번 5월은 유난히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아무래도 5월 첫주부터 긴 연휴가 있었기 때문일게다. 5월 5일 어린이날이 금요일이었는데 갑자기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4일간의 연휴가 생겼다. 공직에 있을 때는 공휴일이 무조건 좋았지만, 이제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래도 오랜만에 일터를 벗어나고 싶었고, 필자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도 무엇인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갑자기 갈 곳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유성 부근에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연휴 첫 날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6시간이 넘게 걸려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긴 시간 차 안에 있으면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이제 이 곳에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연휴를 망쳐버린 아빠가 되고 말 것이다. 처음에는 계룡산을 다녀오고 온천을 할 요량이었지만 그건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졌다. 유성 부근에서 아이들과 가볼만 곳을 찾아 보니 동물원과 박물관 몇 곳이 들어왔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한 곳이 눈에 띄었다. ‘솔로몬로파크’. 이런 곳이 있었나?
 

 

다음 날 잠에서 깬 아이들에게 어제 보아둔 몇 군데 장소를 알려 주고 눈치를 살폈다. 이럴 경우 거의 대부분 첫째 아이가 선택하는 곳에 가게 된다. 여간해서 첫째의 선택을 받기란 쉽지 않다. 역시나 몇 군데는 바로 퇴짜를 맞았다. 이제 ‘솔로몬로파크’ 차례다. 첫째는 로파크라는 말에 관심을 보이더니 가자고 했다. 수사물 종류의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첫째는 요즘에는 검사가 되고 싶어한다. 조만간 또 바뀌겠지만... 어쨌든 유성에서의 첫 방문지인 ‘솔로몬로파크’로 향했다.

‘솔로몬로파크’는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법교육 테마공원으로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자리잡고 있다. 연휴기간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고대 성문을 형상화한 정문을 지나니 탁 트인 공간에 헌법 광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 미국 독립선언문 등 자유와 인권에 기여한 문서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 위로 정의의 여신상이 준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 여신상이 정의의 여신상임을 알려주면서 저울을 든 것은 다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자 함을, 칼을 쥔 것은 사회 정의를 파괴하는 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그리고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편견 없는 판단을 위한 것임을 알려 주었다. 아이들에게 잘난 척을 좀 하면서 잊고 있던 그 의미를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법체험관이다. 법역사관에 들어서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법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모의국회실은 국회 본회의장을 축소해서 만들어 놓았는데 아이들이 국회의원석에 앉아 전자투표를 해 보고, 의장석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의사봉을 두드려 보기도 하면서 즐거워했다. “아빠, 그런데 왜 국회의원 아저씨들은 이곳에서 소리지르면서 싸워?” 답 대신 다음 장소로 이끌었다.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는 곳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선서를 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 선서문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선서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대통령 취임선서를 마치고 간 곳은 과학수사실이다. 여러 가지 수사장비가 전시되어 있었고, 실제 아이들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진행되어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다음은 모의법정.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모의재판을 체험하는 곳이다. 안내하는 분이 사건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판사, 검사, 변호인 등의 역할을 맡아 대본대로 재판을 해 보았다. 우리 첫째는 운 좋게 장래희망 대로 검사역을 맡았다. 법복을 입고 검사석에 안고서는 자못 진지하게 재판에 임한다. 공소사실을 진술하고, 날카롭게 증인신문과 피고인신문을 하더니 단호한 어조로 구형을 한다. 잘 몰랐는데 검사를 해도 잘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재판을 마친 첫째는 신이 나서 둘째를 데리고 나머지 교도소 체험과 교통안전체험을 즐겁게 했다. 법체험관을 나온 우리는 마지막으로 긴 트랙을 한 바퀴 도는 달리기 시합을 하고, 아이들의 별 저항(?)을 받지 않고 필자가 가고 싶었던 계룡산으로 향했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는데 첫째가 로파크에서 많이 배웠고, 즐거웠다고 하면서 꼭 검사가 되어 나쁜 사람들을 혼내 주고 싶다고 한다. 점수를 딴거 같아 우선 다행이다 싶었고, 아이가 그 새 많이 큰 거 같아 대견했다. 피곤했던지 아이들은 일찍 잠에 들었다. 그날 저녁 뉴스에는 아직도 진행 중인 모 화장품 회사 사장 관련한 법조비리 사건이 보도 되고 있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전관임을 이용하여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보도도 있었다. 아이들은 생각과는 다른 세상의 추악함을 듣지 못한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들이 큰 세상은 좀 더 정의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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