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법과 지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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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관리법과 지진 대비
  • 김현
  • 승인 2016.05.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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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최근 일본과 에콰도르, 남태평양 바누아투 등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연이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우리나라 합천군과 창녕군에서도 수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진동을 느낀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작은 지진이었고 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지진의 발생 횟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번에 피해가 크지 않았다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직전에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조기 속보로 대피를 유도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황을 자연의 경고로 받아들이고 미리 철저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래의 비상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를 피하려면 그에 대비해 현재 적절한 법제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지진에 관한 법제는 공법적인 성격이 강하므로, 관할 행정기관이 긴밀하게 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지진을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되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재난의 예방 및 대비 활동과 같은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또 지진·해일 및 화산활동으로 인한 재해에 특정하여 관측·예비·대비·대응, 내진대책 등 연구 및 기술개발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진재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 및 기술개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하며, 그 시행을 위해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할 의무가 있고 국제적 공조를 위해 노력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지진에 관한 우리 법제가 선진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지진의 위험이 과소평가되는데다가, 무엇보다 지진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예산 확보가 문제다. 당장 가시적으로 성과가 드러나는 항목이 아니므로 지진 대비는 나중으로 미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건축법과 하위 법령은 건축물의 소재 지역 및 연면적과 목적에 따른 중요도를 기준으로 차등적인 내진 등급기준을 정하고 있고, 그 요건을 충족하는 내진 설계를 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3층 이상, 연면적 500제곱미터를 넘는 건물은 규모 5.5~6.5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이 도입된 것은 2015년 9월 건축법 시행령 개정 때이니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로 현행 기준에 따라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많지 않은데, 공공 건축물 등의 내진 보강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할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민간 건축물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2015년 6월 현재 서울 시내 내진대상 건축물 28만 4,409동 중 25%에 불과한 7만 982동의 건축물만 내진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현행 지방세제한특례법에서는 내진 설계 의무대상이 아닌 기존 민간 소유 건축물을 내진 보강하거나 새로 건축하면서 내진 설계를 적용하면 재산세 등 지방세를 감면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감면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내진 보강을 하고 지진을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법과 현실이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지진에 관하여 선진적인 수준의 법제를 마련했으면, 그에 따라 현실적으로 지진을 대비할 수 있도록 알리고, 지원하고, 강제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상황을 가정해 안전 전담부서인 국민안전처가 주관해 지진 발생 예상지에서 군관민 합동훈련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에게 평소 훈련을 반복해야만 위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고(거안사위 居安思危),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사즉유비 思則有備), 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사라진다는(유비무환 有備無患)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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