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집단깔아뭉갬의 대한민국, 난무하는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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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집단깔아뭉갬의 대한민국, 난무하는 탐욕
  • 오시영
  • 승인 2016.05.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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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이 세상에서 사람의 덕목 중 가장 무서운 결핍은 무엇일까? 2016년 5월, 대한민국의 중심축에서 필자를 고뇌케 하는 대명제이다. 짧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무능한 탐욕자의 뭉갬”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확신한다, 오늘 대한민국 최대의 문제는 “무능한 탐욕자의 뭉갬”이라고.. 인간은 누구나 탐욕스럽다. “나는 탐욕스럽지 않다.”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100가지 탐욕 중 아흔 아홉 가지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수는 있겠지만, 마지막 남은 하나의 탐욕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 그 약한 존재의 이름이다. 다만 그 하나의 탐욕이 무엇인지가 다를 뿐. 아들 아킬레우스가 영원히 죽지 않기를 바랐던 바다의 요정 테티스가 갓난아이 아킬레우스를 저승의 스틱스강에 담갔다가 꺼낼 때 잡았던 발꿈치 부분에 강물이 닿지 않아 결국 발목 뒤 힘줄 부분이 아킬레우스의 약점, 즉 아킬레스건으로 남게 되어 트로이 전쟁에서 적장 헥토르를 죽이고 전쟁에 승리하지만 파리스의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아 죽고 말듯이. 누구에게나 탐욕의 아킬레스건은 있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탐욕덩어리인 자들이, 탐욕을 가진 것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남에게 영향력을 무한행사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그 탐욕자들이 무능하다는 것이다. 탐욕자들이 무능하면 참으로 무섭다. 무능하여 길을 모르기에 닥치는 대로 쳐부수고 파괴한다. 무능한 것에 그치지 않고 탐욕스럽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커진다. 정말 무서운 것은 무능한 탐욕자들이 자신의 탐욕을 지키기 위해 모든 문제를 깔아뭉개고 퍼질러 앉아 있을 때다. 마치 게으르고 더러운 사람이 방을 치우지 않아 발 디딜 틈 없게 방을 더럽혀 놓듯이, 황금방석에 똥칠을 하여 악취나고 냄새나 앉지 못하는 방석을 만들어 놓듯이 말이다. 일어나라고, 부지런하고 깨끗한 사람이 협력하여 함께 치우자고 아우성이지만, 그 커다란 엉덩이로 질펀하게 퍼질러 앉아 있으니 더럽고 냄새나는 악취를 치울 수도 없고, 같이 냄새를 맡고 있자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쯤 이르면 대책이 없는 것이다. 

심한 평가일 것 같지만, 지금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 정권이 대한민국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4ㆍ13총선은 박근혜 정권의 경제실정을 비롯한 무능함을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다. 그렇다면 겸허하게 민의를 받아들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환골탈태의 집단적 지성이 작동되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여전히 “국회를 심판”한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은 전혀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스스로 진실한 사람을 뽑아 달라며 장관이나 청와대 근무 공직자들을 대구 지역 등에 무리한 공천 개입 등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되도록 해 놓고서는 국민의 민의가 이와 달리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자신이 진박이나 친박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퉁 치는 모습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백아(白啞) 이상화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통해 봄, 조선의 독립을 갈구하였다.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을 통해 님, 조선의 독립을 애절히 소원하였다. 봄이 조선의 독립이고 님이 빼앗긴 나라, 갈구하는 독립이다. 시인은 독립이라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독자는, 조선인은, 대한국민은 그 말이 조선독립의 상징어인 줄을 안다. 그렇게 다 안다.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 진박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은 행간을 읽고 진박이라는, 친박이라는 함축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그 말을 너무 열심히 해 왔다는 사실을 다 안다. 최소한의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사람일망정 그 말이 그 말인 줄을 다 아는 것은 집단 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안 했다고 우기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기인식 부재현상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정신적 결함상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정신적 이상상태를 공상허언증이라고 한다.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말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한 것으로 도취되어 확신하는 증상이다. 이러한 공상허언증은 병적 허언과 회상착오, 즉 실제로 체험하지 않은 것을 체험한 것처럼 사실로 단정하는 증상으로 나뉘기도 하지만, 문제는 공상허언증이 심해지면 그 표현자는 스스로의 말을 모두 진실로 믿는 전지전능자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다른 사람의 말은 모두 틀린 말이 되고, 자신의 말은 언제나 맞는 말이 되어 진위도착상태에 이르게 된다.

허현준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수시로 추선희 어버이연합사무총장과 관제데모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면, 그를 빌미로 전경련 등을 비롯한 보수단체에서 거액의 자금지원이 이루어졌다면, 그것만으로 허 행정관은 “질책성 면직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상식이다. 오죽하면 자신의 관제데모 개입행위를 보도한 시사저널에 대한 배포금지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겠는가? 사법부마저 허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의 관제데모에 깊숙이 개입하였다는 정황이 인정된다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청와대는 모르쇠다.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공식조사하였다는 발표도 없는 상태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있는 사실이 없는 사실로 둔갑”하는 기이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에서 어버이연합, 전경련, 국정원, 청와대 등의 관제데모 관련성 여부에 대한 수사의뢰가 있었지만, 여전히 검찰의 수사진행 속도는 “깔아뭉개고 있는 상태”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지지부진하게 느리다. 맡은 자들의 제 역할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진 상급자의 눈치를 보느라 여전히 무능한 탐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집단적 지성이 진실규명을 요구하기 있기에, 어버이연합의 추선희 사무총장이 억지를 부리고 떼를 쓰는 데는 이골이 났는지 몰라도 치밀하고 신념적이지 않은 듯하기에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집단동원된 수많은 알바어버이들이 진실을 술술 말하게 될 것이다. 신념의 행위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조사특별법의 활동시한을 연장하자는데 새누리당은 강력하게 거부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6월말로 시한이 되는데, 세월호는 그 시기가 지나야 인양될 듯하다. 객관적으로, 물리적으로 그렇다. 그렇다면 사고의 주범인 세월호, 그 통탄의 선박이 인양되어야만 밝혀질 실체도 있을 것이다. 많은 기록과 흔적이 선박 안에 남아 있을 것이고, 그러한 증거들이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데 스스로 입을 열 것이다. 그렇다면 세월호조사특별위원회는 그 세월호라는 그 슬픔의 배, 비탄의 배가 인양된 후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말을 할 때까지, 전국민에게 슬픔을 풀어놓을 때까지 활동기한이 연장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게 바로 상식이다. 그런데 조사기간이 연장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몇 십억 예산이 더 들어갈 것 같다는 말 한 마디가 “세월호특별법의 활동기한 연장 불허의 상징어”로 새누리당에 작동함에 따라,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누리당은 거부의 몸짓을 확실하게 표명하고 있다. 이 역시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다. 

집단적 지성이 아니라 집단적 탐욕이, 무엇인가 밝혀질 것을 두려워하는, 밝혀져서는 결코 유리할 것이 없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집단적 탐욕이 진실 규명을 깔아뭉개고 있다. 참으로 질펀하다. 깔고 앉은 엉덩이로 악취가 스며들고 있음에도 여전히 깔아뭉개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영원하기에, 인위적으로 단절된 6월말 이후에도 진실 규명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영원한 시간은 진실의 편이다. 진실은 많이 이길 필요도 없고, 자주 이길 필요도 없다. 진실은 늦더라도 딱 한 번만 이기면 된다. 그래서 역사에 기록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기록된 역사를 어느 누구도 지울 수 없고, 역사는 지워진들 다시 또렷하게 재생된다. 역사는 그렇게 신기한 것이다. 아니 진실의 힘은 그만큼 위대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은 “왜 국민이 억울하게 죽었는가?”라는 진실을 밝히는데 사용되라고 국민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납부한 돈이다. 세금의 목적은 세월호 침몰 같은 국민의 안전이 침해된 사건의 진실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 다시는 그러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는데 사용하라는 것인데 그런 용도로 사용하라고 납부한 세금을 그런데 쓰기 아깝다라고 말하는 대통령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옥시사태도 그렇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우리 생활주변에는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생필품이 범람한다. 건축자재에서부터 어린 아이가 매일 물고 있는 젖병에 이르기까지 화학물질이 밀접한 공간 내에 24시간 공존하고 있다. 옥시제품, 가습기 살균제 흡입으로 죽은 이가 무려 239명에 이른다는 보도이다. 5년 전부터 피해자들이 그렇게 울부짖었다, “가습기 옥시살균제를 흡입한 내 젖먹이 아이가 죽었어요, 내 아내가 죽었어요, 내 남편이 죽었어요, 내 아빠가 죽었어요.”라고. 절규하였다, 내 사랑하는 가족이 죽었다고.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일축하였다. 이 나쁜 대한민국 정부, 국민의 생명 알기를 제 발톱의 때만큼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무능한 탐욕의 대한민국 정부를 맡은 자들은 그렇게 말하였다,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니까 소송을 해서 모든 것을 증명한 다음 옥시로부터 손해배상 받으세요.”라고. 

정의감과 책임감 없는 대학교수에 의한 무신경한 보고서, 법률지식으로 무장한 대형 로펌 김앤장에 의한 변론의 교묘한 방향틀기, 전경련 등의 옹호 속에 관련 화학제품생산회사들의 집단적 정치적 로비로 인한 새누리당의 소위 가습기세균제관련특별법 제정의 반대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무능한 탐욕의 집단적 깔아뭉갬”이 바로 옥시제품관련 국민대참사이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총선 결과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입으로, 말로 달라진 세상이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몸으로, 실천으로는 달라짐 없는 세상”은 여전하다. 집단 깔아뭉갬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상화의 봄과 한용운의 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진박이나 친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상징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자체 몸 내부에서조차 소통되지 못하고 있는 지도자를 둔 대한민국은 현재 “집단적 탐욕의 깔아뭉갬”이 천지를 뒤덮고 있는 난장판이다. 작위에 의한 난장판보다 부작위에 의한 난장판이 더 무섭다. 허현준 선임행정관을 지금 당장 면직시켜야 한다. 그러한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난, 대한민국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유린한 위법행위자를 청와대에 그대로 근무케 하는 것은 대한국민에 대한 인격모독이다. 더 이상 깔아뭉갬, 부작위에 의한 대한민국 난장판 만들기는 중단되어야 한다. 그게 위정자가 할 작위의무이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약점인 아킬레스건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팀벨레 신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까닭은 자신이 진정 사랑한 폴릭세네와의 결혼을 위해서였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자신의 사랑을 성취하기 위한 그 순간에 신상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그 찰라의 순간 아폴론 신상 뒤에 숨어 있던 적 파리스의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아 죽었다. 어머니 테티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아킬레우스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진정을 바치고 죽었기에 지금도 우리에게 위대한 신화 속 인물로 기억된다. 우리 모든 인간에게 아킬레스건을 하나씩 안겨주고, 일생을 조심하며, 마지막 하나의 탐욕에 함몰되지 말라고 교훈하고 있다. 

무능한 탐욕의 깔아뭉갬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아니 지금도 너무 늦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내놓고 깔아뭉갬의 비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할 시대적 소명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분쟁을 분쟁으로 덮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한다. 만해 한용운은 말한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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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2016-05-13 21:27:41
법률저널의 취지에 맞지 않는 정치 편향적인 기사는 자제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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