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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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52)
  • 신종범
  • 승인 2016.05.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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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王)이 된 전관(前官)

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전 군검찰관, 국방부 소송총괄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수도권에 있는 법원에 갈 때는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법원까지 잘 연결되어 있고, 무엇보다 법원에 주차시설이 여의치 않아 차를 가지고 갔다가 주차하느라 변론시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다음 재판이 있는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갈아타지 않고 조금은 긴 시간을 가야 했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어 편안히 졸면서 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갔을까 ... 앞에 서 있는 아주머니들 대화 소리에 졸음이 달아났다. 시끄러웠다기 보다는 대화 내용에 신경이 집중되었다.  

“어머, 너 000 알지? 글쎄 걔 아들 있잖아. 왜 ** 대학교 다닌다는... 걔가 학교 졸업하고 로스쿨 합격했는데 로스쿨 안가고 그냥 △△ 회사 들어갔대”

“그래? 잘했네. 로스쿨 다니려면 돈도 많이 드는데 그렇다고 로스쿨 나와봤자 변호사 될텐데 요즘 변호사 누가 알아주니?”

더 이상 졸음이 오지 않았다. 오늘 따라 서류봉투가 들어있는 가방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얼마 전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아주머니들 대화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변호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신의 수입이 월소득 300만원 ~ 600만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금액은 국내 100대 기업 직원 평균 연봉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전체 응답자의 10%는 월소득이 300만원 미만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응답자의 절반 정도의 변호사는 법조경력이 쌓여도 보수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는 것이고, 10%가 넘는 사람들은 오히려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변호사로서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절반이 되지 않았고, 자녀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을 권하고 싶다는 사람은 30%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처럼 팍팍한 대한민국 보통 변호사와는 다른 삶은 사는 변호사도 있다. 모 화장품 회사 대표의 100억대 도박사건 항소심을 변호한 A 변호사 같은 특별한(?) 변호사 말이다. A는 그 사건에서 보통 변호사가 받을 수 있는 수임료의 1000배를 받았다고 한다. 더욱이 그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도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고 하니 언론이 그를 ‘수임료의 여왕’으로 칭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여왕’의 전직은 부장판사였다. 전관(前官)이 왕(王)이 된 것이다. 도박사건에서 정상적인 변호 활동의 대가로 수십억원이 건네질 수는 없다. A는 전관임을 내세워 사건을 맡았을 것이고, 의뢰인인 모 회사 대표는 A가 전관을 이용하여 특별한 변호(?) 활동을 통해 자신을 빼내줄 것이라 믿었기에 수십억원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변호는 실패했고, 수임료 반환을 둘러싼 두 사람의 다툼은 이 사건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처음에는 돈 많은 구속 피고인이 변호사를 폭행한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변호사가 받은 고액의 수임료 논란으로 이어지더니, 담당판사에 대한 로비 시도, 피고인과 경찰, 검찰의 유착 의혹 등 법조비리의 종합판을 보여 주고 있다. 

‘전관예우’를 검색해 보면, 후배 검사나 법관이 개업한 선배 사건을 유리하게 판단하여 줌으로써 예우를 해주는 관례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관례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없어졌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여전히 ‘전화변론’ 등 법정 외 변론이 영향을 미치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도장이 찍혀야 심리불속행을 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으며, 재판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전관 변호사는 증거신청 등 변론과정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제는 전관 예우를 없애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전관임을 이용하여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변호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강력한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검토해 볼 시점이지 않나 싶다.

보통 변호사의 현실에 우울해지고, 수임료 여왕사건으로 허탈해 하고 있을 때 갓 변호사를 개업한 후배 변호사가 찾아 왔다. “수임하는 사건이 없어 걱정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변호사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보람을 느끼면서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열심히 해 보려구요” 오늘도 많은 보통 변호사들은 정도를 따라 열심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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