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28 / 감정평가와 실거래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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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28 / 감정평가와 실거래가 2
  • 이용훈
  • 승인 2016.05.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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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우리의 경우, 공인된 중개사가 매도자와 매수자를 쌍방 대리한다. 한쪽에는 좋은 물건 싸게 사도록 돕고 다른 쪽에는 제 값 받고 넘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접점이 있으니 이런 식의 부동산 중개가 이 땅에 발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매도자를 대리하는 쪽, 매수자를 대리하는 중개사가 공조체제를 형성해 연합 중개를 하는 편이다. 법률 대리인도 쌍방 대리가 불가능하지만, 적정한 타협점을 찾을 때는 실질적인 공조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중개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성사되는 거래도 적잖다. 기업소유 부동산이 그렇게 매매되고 또 개발업자 간 매매도 평범한 중개계약서와 다른 양식의 매매계약서를 사용한다. 감정평가를 의뢰하기 위해 매매계약서를 제시할 때, 공인된 중개사가 개입되지 않은 이런 거래 증빙 자료는 항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이들 매매가 지자체에 신고 된 후 등기상에 버젓이 거래내역을 표기했을 때에야 의심 수위가 낮아진다. 감정평가를 위해 검토하는 실거래 자료는 사정이 제각각이라 감정평가사로부터 ‘적정’ 판정을 받기 전까지 푸대접을 감수해야 한다. 

토지의 가치를 평가할 때, 거래사례와 비교한 결과물을 최종 감정평가액으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이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들어와 있다. 이제 몇 달만 지나면 기존 공시지가기준법에 의한 토지 평가를 상당부분 대체할 것이다. ‘적정한 실거래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정해지겠지만, 남용과 오용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자료를 적정한 거래사례로 판단해야 하는가. 그리고 누가 이를 판단할 수 있을까. 판단 주체는 감정평가사가 돼야 한다. 그 자료를 가지고 평가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평가 건에서 이해당사자 모두가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사례를 들이밀 것은 뻔하다. 결정 주체를 감정평가사로 한정하는 것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가격자료에 대한 접근권한과 접근능력도 감정평가사가 독보적이다. 

‘적정’ 판정을 받기 위한 거래사례 요건은 단순명료하고도 깔끔해야 한다. 판단주체의 전문성을 인정하되, 일반인도 수긍할 수 있는 접점이 필요충분조건이다. 가장 중요한 가격수준의 ‘적정성’은 감정평가사에게 맡겨야 한다. 수많은 가격자료를 살펴본 후 일정한 가격수준을 설정하고 이를 벗어나는 매매를 ‘이상치’로 판정할 수 있다. 왜 그들이 어느 정도의 가격수준이 적정하다고 보았는지 최소한의 판단 기준과 근거자료는 내부적으로 갖춰야 한다. 

일반인들이 전문가의 판단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에게 합리적인 기준잣대로 한두 가지 요건을 넣는 것도 바람직하다. 현 시점과 너무 동떨어진 시점의 매매자료라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운운할 것이다. 매매가 빈번하지 않다면 과거 매매자료는 현 시점 부적정 매매사례보다 훨씬 설득력이 높다. 도시와 비도시의 매매빈도를 고려해 시간적인 허용 범위를 달리해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시간적인 한계로 아쉽게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애석한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넣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매매사례 오용의 문제,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실거래가’ 가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매매빈도가 높은 곳에서는 이런 위험성이 낮다. 실거래가를 낮추거나 높여 신고해봤자 정상적인 거래가격이 형성해 놓은 ‘적정 거래가격 스펙트럼’에서 한참 떨어진 모습을 숨길 수 없으니. 가물에 콩 나듯 몇 년에 한 건 거래되는 지역에서 이런 폐단을 걱정해야 한다. 표준지는 감정평가의 과정을 거쳤고 보상이나 매각, 교환, 과세 목적의 감정평가 선례는 이런 시장상황을 반영한 가격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상황에 어두운 이상 거래가 최근에 이뤄졌다면 이를 악의적으로 활용한다 해도 책잡기 곤란하다. 그런 목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취·등록세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려는 악의를 지닌 자가 분명 출현할 것이다. 이렇게 창조된 매매사례는 외관상 최고의 가격자료이기 때문에 부담백배다.

또한 매매사례 남용도 발생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담보평가의 보수성향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보수적인 가격대의 매매사례 대신 가장 공격적인 거래 결과물을 취사선택하는 경우다. 보상평가에서도 소유자 추천 평가사의 매매사례 남용으로 평가자 간 실랑이가 빚어질 수 있다.  

굳이 거래사례비교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찝찝한 경우 거래사례를 사용하더라도 그 결과물을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에 의한 결과물의 적정성을 활용할 재료로 격하시키는 것도 한 방편이다. 사전에 너무 걱정이 많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 자료를 취합할 권한을 주었더니 이를 활용해서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한 공기업의 작태를 보면서, 거래사례비교법의 확산에 의해 감정평가업계 내 빚어질 여러 갈등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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