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도널드 트럼프 공화당대선 후보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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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도널드 트럼프 공화당대선 후보되다
  • 신희섭
  • 승인 2016.05.05 18: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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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5월 3일 미국 공화당이 11월 대통령선거 후보로 트럼프를 공식 확정했다. 트럼프가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자 그를 후보로 반대했던 공화당 지도부도 대선후보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설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미국정치 이슈의 중심에서 정치의 중심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그저 재미있는 현상일 것으로 보았던 미국대선의 관객들은 이제 트럼프의 현상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실제 당선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에 대한 예측들이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한국도 걱정이 많아졌다. 한국에 대해 반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 그가 공언했던 대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거나 미국의 핵우산을 철수시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을 용인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동아시아의 핵 균형상황을 깨고 동아시아를 핵 군비경쟁으로 몰아넣을지 모른다. 물론 과거 인권외교를 표방하면서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주장했던 카터대통령도 실제로 당선이후에는 미국 국내정치에서 관료와 군부의 저항에 직면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 못하고 다만 상징적 철수에 만족했던 전례가 있다. 
   
재미삼아 시작한 일이 끝을 보는 경우가 있다. 현재 트럼프현상이 이에 속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시작되면 독특한 극우 후보가 하나씩 나오니 그저 그런 한 가지 현상으로 치부하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이 현상이 그저 재미만은 아니게 되었다. 
   
과연 트럼프는 당선 가능성이 있을까? 미국인들은 인종주의적이고 도발적이며 즉흥적인 트럼프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선출할까? 미국 정치가 이 정도의 합리성부족을 보여줄 것인가?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그저 미국의 신보수주의자인 네오콘과 보수주의자들인 티파티회원들과 백인 저소득층만의 정서를 반영할까? 붕괴하고 있는 미국의 도덕과 공동체의식에 대한 향수만을 반영하는 것일까? 
   
트럼프 현상이 백인이 떠밀리고 있다는 정서와 히스패닉과 아시아인들에 의해 일자리를 잃고 소득을 잃어버린다는 감상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트럼프는 ‘요강’과 같은 역할도 한다. 그저 싸고 싶은 배설물을 내뱉듯이 시원하게 해준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들의 이익을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잘 보장해준다. 그래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준다.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과 정서적 지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여론 조사결과는 엇갈리고 있다. 미국 CNN방송이 수행한 지난 주말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율은 클린턴(54%)와 트럼프(41%)로 나타났다. 13%의 지지율 차이로 힐러리가 우세했다. 반면에 4월 27일 라스무센리포트의 조사한 결과는 트럼프(41%)와 클린턴(39%)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공화당에게 유리한 집 전화와 자동응답 방식(ARS)방식을 사용했기에 조사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처음으로 힐러리에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특기할 사안이다. 
   
트럼프 현상에 미국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뉴욕타임즈는 아예 대놓고 트럼프의 탈락을 주장했다. 두 가지 근거를 들었다. 첫 번째는 지지층에서 트럼프가 불리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젊은 유권자, 비백인, 대학졸업자들에게 인기가 없다. 여성유권자에게도 인기가 없다. 두 번째는 비호감도가 높다.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66%로 나타나고 있다. 그의 호감도가 41%인 것과 비교하면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클린턴은 호감도와 비호감도가 49%로 동일했다. 골고루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호감도를 가지고 볼 때 미국대선에서는 2002년 프랑스 대선과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죠스팽을 비롯해 좌파 후보가 난립하면서 1차 투표에서 우파의 시라크후보와 극우파인 쟝 마리 르펜 두 후보가 2차 투표인 결선투표에 가게 되었다. 1차 투표에서 르펜이 받은 득표율은 17%였다. 2차 투표에서는 르펜의 결선투표 등장에 기겁을 한 프랑스 유권자들 특히 좌파 지지자들이 전부 시라크에 몰표를 주었다. 투표율까지 상승하면서 르펜을 몰아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2차 투표에서는 시라크가 82%의 지지를 받아 18%의 지지를 유지한 르펜을 떨어뜨렸다. 
   
프랑스선거는 투표가 좋은 후보만을 선발하는 것은 아니고 더 나쁜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이 현상을 기대한다면 미국 유권자들에게도 똑같이 극우적인 트럼프를 배제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는 프랑스와 다르다. 미국은 간접선거를 사용한다. 자신의 지지를 명확히 한 선거인단에 대해 유권자들이 투표를 한다. 미국은 주별 승자독식방식을 사용한다. 메인 주와 네브라스카 주를 제외한 모든 주의 선거인단은 각 주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가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즉 플로리다에서 승리한 후보는 플로리다의 선거인단 표 29개를 모두 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총 538명의 선거인단에서 과반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더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총 4번이나 있었다. 가장 최근 선거는 2000년 대선으로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 54만 표가 뒤졌다. 그러나 선거인단에서는 부시가 271대 266로 5명을 더 확보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따라서 미국정치는 미국유권자의 속성도 중요하지만 각 주의 정치적 지지성향이 중요하다. 워싱턴 포스트지 역시 트럼프의 낙선을 예측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예측 변수는 각 주의 지지성향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이전 6번의 대선에서 항상 민주당이 이겼던 주는 총 19개 주이고 선거인단은 242명에 달한다. 반면 공화당이 항상 이겼던 주는 13개 주이고 선거인단이 102명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지지정당이 왔다 갔다 하는 주들인 경합주(swing atate)가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민주당에 우호적인 조건이 된 것이다. 신문은 위의 결과에 더해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대표적인 경합주인 플로리다 주에서만 승리해도 271명으로 게임이 끝난다고 예측했다.  
   
과연 선거예측은 신문들의 변수처럼 유권자 성향과 주별 정당지지율에 의해서만 결정될까? 지난 200년간 미국정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합리주의와 민중주의가 교차해왔다. 트럼프 현상이 단지 르펜처럼 극우주의에 대한 갈증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나가는 에피소드가 될지 아니면 망가진 미국의 실체를 보여줄 것인지. 미국 대선을 관전하는 하나의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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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나라 2016-05-06 01:46:56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새 얼굴이 그립다^^
개혁과 혁신은 새로운 시각만이 해 낸다!
후천개벽 시대^^
이젠 서로 상생의 길로 가는 배려와 상대 존중이 지혜라고 생각 한다.
내 입장에서 만 바라보면 판단이 흐려진다.
미국은 세계를 흔들 수있는 위치에 있는 나라!
경제강국 지식강국이란 이미지는 흠모의 대상 같은 것?
좀 더 이성적인 사고와 덕으로 대통령을 뽑는 2016 대선이길 기대한다.
미합중국이 미국이다.
2016 미국 대선은 지금 변화를 원하고 있다.
감각있는 인간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라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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