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
상태바
[기자의 눈]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6.04.29 16:4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기자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지금처럼 공공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책만은 아낌없이 사주신 부모님 덕분에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기자가 특히 좋아한 이야기들은 세계 7대 불가사의 같은 미스테리나 신비한 고대 문명에 관한 이야기처럼 상상력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것들이었다. 아틀란티스라거나 무대륙과 같이 존재 여부 자체가 확실치 않은 이야기는 물론 마야나, 잉카, 아즈텍 문명 등의 이야기도 늦은 밤 잠 못 이루며 읽고 또 읽다가 꿈까지 꿀 정도로 좋아했더랬다. 어린이들의 최고의 친구 만화영화 중에서도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는 모험 이야기, ‘태양소년 에스테반’을 가장 좋아했다. 어찌나 열심히 봤던지 지금도 주제가를 외우고 있을 정도다.

그런 기자의 어린 시절 꿈은 고고학자였다. 사실 고고학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잘 몰랐다. 그저 신비스런 옛 문명을 연구하고 탐험하는 모험가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처럼 천진난만했던 기자의 꿈은 아버지의 말 한 마디에 꺾였다. 당시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던 기자에게 아버지는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고서도 성공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법조인이 돼야 한다”며 철없는 꿈을 꾼다고 타박을 하셨다. 

소위 ‘개천의 용’ 이야기다. 아버지 세대가 살아온 시절은 노력만으로도 ‘개천의 용’이 될 수 있는 시절이었고 용이 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도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합격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선 시점에는 이미 사법시험 합격만으로 ‘용’이 될 수는 없었다. 사법시험 합격 한 방으로 사회적 성공과 수입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조인은 여전히 사회 다방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아버지 세대에 공부는 책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그래서 가난한 집안의 아이도 부잣집 아이에 뒤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이용하고 여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융통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반드시 학원에 다닐 필요는 없다. 물론 고시원이나 원룸, 독서실 등도 수험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학비나 생활비를 스스로 벌면서 공부를 하는 수험생도 있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는 있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비용으로도 법조인이 되는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법시험이 이대로 폐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기자의 아버지는 현행 로스쿨 제도만 있는 상황에서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성공할 수 있는 길로 법조인을 꼽을 수 있었을까? 

물론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이 사법시험 수험비용도 부담이 되는 이들에게 로스쿨은 훨씬 더 큰 기회의 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 뒤늦게 법조인의 꿈을 꾸게 된 사람, 로스쿨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등록금을 감당할 정도의 형편은 못 되는 사람 등 또 다른 기회의 문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책만 파서 되는 법조인, 현대 사회의 법조인상에 부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같은 주장의 당부는 차치하고라도 책만 파서 되는 법조인이 일부 있다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일까? 

물론 이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기회의 문이 반드시 사법시험일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길은 열어둬야 한다. 어린 시절의 기자가 고고학자의 꿈을 접었던 것처럼 자신의 역량 부족이나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사유로 법조인의 꿈을 접는 사람이 나오지는 않기를 바란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犬변론자 2016-05-04 14:02:35
마 내 조국의 멩문스카이 로스쿨에능 마 탈북자도 다닌다 아잉교?

마 10년동안 스펙 쌓고 리트 준비해도 면접에서 학벌필터링당해 멩문스카이 로스쿨 못들어갈 지방사립대출신 치킨집 세탁소집 예비군 아자씨들한테 세금 이빠이 걷어가

마 윽대연봉 병역기피 법무사아들 로스쿨교수딸 면접프리패스로 합객시키가 윽대장학금 퍼주고

마 대한민국에 총질하던 북한인민군출신 탈북자아들 특별전형으로 입학시키가 윽대장학금 퍼주는 로스쿨이 마 진정성있는 개핵의 사다리 아잉교!

마 으데 지방사립 개천출신들이 마 내 조국의 멩문스카이로스쿨에 기웃거리쌌노! 으이?

나도 고고학자 되고 싶었는데 2016-05-02 17:11:06
기자와 아래 댓글 쓴분처럼 그런 어린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던 거 같네요. 저 역시 어렸을 때 쉴리만의 발굴기를 읽고 외국어 공부를 한다며 초등학교 때 영어와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공부했고 샹뽈리옹이 되겠다며 상형문자를 독학으로 공부해서 지금도 조금은 해석이 가능합니다ㅋ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인디아나 존스와 비유하는 게 정말 싫어서 대학원서 들고 다니고 과학적 근거로 수업 시간에 교사의 역사적 의견에 대해 반박했던 기억이 있네요. 교사들이 저를 싫어했습니다ㅋㅋ

네오 아틀란티스 2016-04-30 18:42:03
저랑 똑같은 사람 처음 봤네요ㅋㅋ 저도 그쪽 방면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만, 저는 트로이를 발굴한 하인리히 슐리만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고 돈 많이 번 다음에 고고학자 되겠다고 생각한 차이는 있음ㅋ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