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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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30)
  • 박준연
  • 승인 2016.04.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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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 기숙사 생활 

나는 로스쿨 3학년, 그리고 바 시험 준비기간을 합친 만 3년을 로스쿨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NYU 로스쿨의 기숙사는 로스쿨 건물 바로 옆에 있고, 저널 오피스와 다른 학교 오피스도 함께 위치한 건물이 하나, 로스쿨 건물에서 몇 블록 떨어진 기숙사 건물이 또 하나 있었다. 내가 생활한 기숙사는 그 중 학교와 가까운 다고스티노 홀 (D'Agostino Hall)이었다. 뉴욕에서는 꽤 유명한 수퍼마켓 체인과 이름은 같지만 관계는 없다. 

기숙사에서 생활하기로 한 것은 로스쿨에 진학하면서 미국 생활도 뉴욕 생활도 처음 하게 되어서였다. 맨하탄에서도 특히 렌트가 비싼 그리니치 빌리지에 학교가 위치하다보니, 기숙사 비용으로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집을 구한다면 좀더 넓은 장소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지만 어느 동네에서 어떻게 살 집을 찾아야하는지부터 막막했던지라 기숙사를 신청하게 되었다. 

몇몇 선택지를 체크하여 방 세개에 키친, 화장실 겸 욕실이 딸린 유닛이 배정되었다. 기숙사에는 JD 과정뿐만 아니라 LL.M 과정, 그리고 SJD나 기타 과정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했지만 학교에서는 JD 1학년 학생들은 가급적 함께 방을 쓰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첫 해에는 1학년의 미국 학생 둘이 룸메이트가 되었다. 둘 중 S는 로스쿨의 “반” 개념인 섹션이 같았고, 다른 룸메이트 B는 다른 섹션이었다. 

도쿄대학 교환학생 시절에 이미 작은 기숙사 방 생활을 경험했지만, 공부의 내용과 스트레스 수준도 다른데다가 도쿄대학의 기숙사는 공간은 아주 작았지만 어쨌든 따로 키친과 화장실/욕실이 있는 구조였다. 한편 로스쿨 기숙사는 키친도 화장실도 셋이서 나눠써야 했다. 로스쿨 첫 두 학기 동안은 길게 음식을 만들 여유도 없고 아침이 되면 빨리 씻고 학교 가기 바빠서 그게 많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로스쿨 1학년 생활이 더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첫 기말고사를 준비하던  S와 시험 걱정을 하다가 둘다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그때 막 귀가한 B가 보고 우리 둘을 위로해주었다. 그렇다고 기숙사 생활이 평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특히 두번째 학기에 나는 새벽까지 로스쿨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귀가하곤 했는데, S는 종종 새벽 5시나 5시반에 알람을 맞추고 피곤해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방음의 문제이지만, 어쨌든 얇은 벽 사이로 들리는 알람 소리때문에 싸우고 며칠이 지나서야 화해한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자기 전에는 귀마개를 사용하는 게 습관이 되기도 했다. 

3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기숙사에서 일하는 학교 직원들과도 친해지게 되었다. 로스쿨에서 몇십 년을 근무한 직원들도 많아서, 일년중 어떤 시기에 어떤 일로 학생들이 고민을 하는지도 물론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시험기간이 되면 “너무 걱정 마라. 성실하게 공부 했잖니.” 하는 얘기를, 여름 방학 서머 프로그램 기간에는 “일하는 로펌에서는 어떻게 잘 해주니?” 하는 인사를 받으면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는 느낌이었다. 

기숙사 건물 라운지와 지하 2층에 위치한 국제법 및 정치학 저널(NYU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and Politics)에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지칠 때 공부를 하곤 했다. 바 시험 준비 기간에는 특히 저널 오피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여름방학 기간이라 저널 오피스도 비어있었고, 로스쿨은 반대로 타교 학생들에게도 개방되어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시험이 가까워진 후덥지근한 어느 토요일 밤, 로스쿨 같은 섹션의 동기가 맥주를 마시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맥주 마시면서 공부가 되니?” “맥주라도 안 마시면 괴로워서 공부를 못하겠어.”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미화되기 마련이다. 기숙사 생활에서 즐거운 일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기숙사 생활에 이어지는 기억은 대개 힘든 로스쿨 생활이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2013년의  NYU 로스쿨 로 레뷰(Law Revue) 비디오 “지난 목요일 밤(Last Thursday Night)”을 보면서 여기 나오는 다고스티노 홀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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