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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마음이 울컥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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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마음이 울컥해서리
  • 신희섭
  • 승인 2016.04.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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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몇 일전 간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몇 몇 동료 분들과 가진 야식자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느라고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난지 모르게 끝이 났다. 야식자리를 가지기 전부터 다음 날 해야 할 일정들과 만들어야 하는 자료들 쓰고 있는 책이 큰 부담이었다. 합리적으로 볼 때 야식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맥주 몇 잔을 하니 걱정이 훅 하고 날아가 버렸다.  
   
기분 좋게 야식 자리를 파하고 택시를 잡아타니 현실이 복귀했다. 냉정하게. 두 시간만 자고 미루어 둔 일들을 해야겠다는 마음과 피곤한 일상에서 잠시 일탈하여 쉬고 싶다는 마음이 뒤엉켜 자웅을 겨루었다.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잠에 빠져버려 다투던 생각들은 잊혀졌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밀려있는 일들. 한숨. 약간의 후회.  
   
살다보면 이런 경험들이 조금씩은 있을 것이다. 물론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에게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답은 간단하다. 감성이 합리적인 이성을 눌렀기 때문이다. 인간은 심리에 영향을 받는 동물이다. 일반적으로는 인간은 명징하다는 이성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그런 합리적인 판단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고, 합리성보다는 당시의 분위기나 직관에 의해서 마음 가는대로 하는 경우도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한 번쯤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주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들이 제한되어 있다보니 자신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바로 후회를 하거나 다음에 본인에게 피곤한 일이 좀 더 생길 뿐 이다. 그런데 정서와 심리에 기반을 둔 행동을 평범한 이들이 아닌 지도자가 한다면 어떻게 될까?
   
몇 일전 신문에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의 발언이 나왔다. 북한을 방문한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가 전한 이야기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미사일발사를 “울컥해서” 한 것이라고 한다. 4월 26일 인터뷰에서 후지모토 겐지가 전한 것은 “전쟁할 생각은 없지만, 외교 쪽 인간들이 미국에 접근하면 (미국이 북한에) 트집을 잡아 울컥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이다. 
   
김정은의 발언은 그간 김정은에 대해서 분석을 해온 주장들을 뒷받침한다. 그의 성향이 변덕스럽고 조급하고 즉흥적이며 과시적인 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집권이후의 상황들을 복기해보면 김정은 성향을 추론 해볼 수 있다. 
   
김정은의 집권초기에는 과연 급하게 추대된 어린 지도자가 정권을 장악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가장 강력한 후견인이자 실세이며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권력에 대한 그의 장악력과 과시욕을 보여준다. 
   
장군관리 방식도 그의 변덕스러움과 과시욕을 보여준다. 김정은은 장군들의 별을 떼었다 붙였다하면서 장군들을 관리한다. 아버지 김정일이 장군들의 별을 올려주면서 관리했던 것과 대조된다. 기분이 나쁜 어떤 날은 장군을 문책을 하면서 별을 떼어 강등시켰다가도 다른 날 마음에 들면 같은 사람을 몇 계급 특진을 시키는 것이다. 도통 마음을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군장성회의에서는 별 하나짜리 군단장에게 별 세 개짜리 사단장이 보고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다른 사례들도 있다. 최근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묘소를 참배하거나 대규모 행사에 참석할 때 김일성-김정일 뺏지를 착용하지 않는 횟수가 늘었다. 신성화되어 있는 김일성-김정일의 위상과 유교문화의 북한 국내정치를 고려할 때 이런 행동은 단지 잊어버렸기 때문일 수는 없다. 자신이 자주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과시적인 노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이든 해군 장성들을 바다에서 직접 수영을 시키거나 장군들에게 직접 소통사격훈련을 시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행동이다. 또한 노인장성과 당간부 앞에서 혼자 담배를 물고 삿대질을 하는 것은 할아버지의 위엄을 따르기 위한 것이다.
 
집권 초반에 미국 NBA의 데니스 로드맨을 불러서 농구경기를 관람한 것이나 북한의 놀이시설부족문제부터 손을 댄 것은 어린 지도자의 더 어릴 적 경험과 동경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군부대 시찰에 가서 탱크에 타고 환하게 웃는 모습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최근 과도하게 살이 찐 것도 치즈에 대한 과도한 애정과 상어지느러미와 샴페인등 미식에 대한 탐욕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비참한 주민들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한마디로 젊은 지도자의 절제 부족.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은 비민주주의 국가지도자들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좀 더 많이 내린다. 민주주의국가가 시민들에 의한 감시와 선거장치를 통해서 지도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자들은 일상적으로 자신의 본능을 통제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불신의 제도화’가 민주주의 정치체제차원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왕조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3대를 세습하는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 인간본성을 통제하는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국내정치에 지도자가 눈치를 보아야 할 어떤 요인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 너무나도 인간 본성에 충실할 수 있는 상태. 이런 조건에서 마음이 울컥하면 그 비싼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한 발당 8억달러나 되는 돈이 지도자의 ‘울컥’으로 발사되는 것이다.
   
1월의 4차 핵실험과 2월의 은하위성발사를 감안하고 5월 6일로 예정된 36년 만에 치루는 노동당전당대회를 고려하면 북한이 왜 강력하게 도발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김정은이라는 지도자의 개인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때도 하지 않았던 전당대회를 열고 싶고, 2012년 강성대국선포를 제대로 하지 못 한 것을 만회하고자 싶은 것이다. 왜? 보여주고 싶으니까! 마음이 울컥하니까! 
   
북한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치체제의 특징도 보아야 하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도 볼 필요가 있다.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함께 미래에 대한 기대 즉 전망이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에 따라 국가의 행동은 달라진다. 현재상황에서 미래가 어둡다고 보면 어떻게든 나빠질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모험적인 행동도 불사한다. 반면에 미래가 긍정적이면 밝은 미래를 위해서 위험천만한 행동보다는 모험회피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국제제재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달러창구는 막혔다. 중국과의 관계 역시 악화된 상태 그대로이다. 시진핑 집권에도 불구하고 핵으로 축포를 쏠 정도이니 중국이 느끼는 불편함과 괘씸함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중국지도자들은 경력을 쌓으면서 현재의 자리까지 왔다. 그런데 김정은은 단지 태어났다. 
   
지도자의 변덕스러움이 지배하는 곳, 미래에 대한 낮은 기대로 고위층이 탈출하는 곳, 이  곳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인간에 대한 더 폭넓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 왜 우리는 울컥할까와 울컥하는 이 마음을 어떻게 다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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