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스쿨, 무엇으로 선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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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스쿨, 무엇으로 선발할 것인가?
  • 박도순
  • 승인 2016.04.26 18:41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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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 점수에 대한 환상 -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 법학적성시험의 성격

법학적성시험을 왜 치는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에서 효율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초적인 잠재 능력을 측정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법전원에 들어와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자는 건데, 지금 잘하는 사람보다는 잠재적으로 잘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특히 뽑자는 것이다. 따라서 학부 전공 영역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해야지 원래 법전원을 세운 의미에 보다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법학적성시험은 누가 출제해야 하는가? 법학적성시험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대학 교수가 해야 한다. 특히 심리학 교수가 중심이 되고 다른 학과 교수들이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잠재적 능력은 무엇인가?”나 “언어능력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단순한 언어적인 설명을 넘어서 어떤 식으로 측정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심리학 교수들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대학 교수들은 시험문제 출제기법을 공부한 경험이 없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전공 내용,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출제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출제가 이루어지면 적성시험은 변질된다. 수능의 역사를 보면 교과 이기주의 때문에 개별 교과 영역이 계속적으로 시험 과목에 포함되게 되었다. 수능은 대학 공부에 필요한 능력을 알아본다는 취지의 시험이기 때문에 최초의 의도는 간단했다.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이 중요하니까 언어시험을,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니까 수리력을 측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과학이, 영어가, 사회가 들어오면서 오늘날과 같은 기형적인 형태로 변모했다. 적성시험이라면 개별 교과에 대한 이해를 물어서는 안 된다. 만일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법전원에서 선수과목을 지정해서 그 내용을 물어야 한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인 의·치의학교육 입문검사(M/DEET)에서 자연과학적 지식을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 법학적성시험과 학업성취도 간 상관성

적성시험은 실제로 학업성적과 얼마나 밀접히 관련이 있는가?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적성시험에서 측정하는 것은 학업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학업성적과 당연히 관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나라의 연구 결과에서 적성시험은 이전 단계 학교 성적(예컨대 고등학교 내신 혹은 대학교 학부 성적)보다 예측 타당도가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적성시험은 대개 단 한 번만 보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반면 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여러 번 본다. 여러 번 보는 시험의 경우 상관도가 통계적으로 원래 높을 수밖에 없다. 학교의 수준 차이나 학교에 따라 교사들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전 단계 학교 성적에는 학생이 갖고 있는 능력의 전체적인 경향성이 훨씬 잘 반영된다. 법학적성시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학적성시험 출제가 잘못 되어서가 아니라 불가피하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각 나라마다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이야기한다.

학업적성검사가 잘 출제되었다고 할 경우, 제 짐작에는 옛날 다른 시험에 비춰 본다면 0.2 정도의 상관을 나타낼 것이다. 0.2라는 게 뭔가 하면 전체 학업성취도 중에서 4%(0.2의 제곱)만이 적성시험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학적성시험과 법전원 학업성취도 간 상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법학적성시험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 즉, 법전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주로 묻는 방식으로 법학적성시험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상관도는 많이 높아지고 법전원 교수들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뽑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법전원 설립의 취지, 즉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고루 뽑아서 법조인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애초의 목적에는 위배될 수밖에 없다.

■ 법학적성시험의 성적의 활용

법학적성시험 성적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을 자꾸 절대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간편하기도 하거니와 공정성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성적으로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가르면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으니까. 그런데 사실은 논리적으로는 이것만 갖고 쓰면 안 된다. 이것은 법전원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판별할 용도로 사용할 수는 있으나 여러 전형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평가 원리로 볼 때 이보다 훨씬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 면접이다.

자꾸 논의의 초점을 공정성에 맞추는데 객관성, 공정성을 강조하면 사실 평가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평가가 가장 잘못되고 있는 부분이 객관성, 공정성이란 걸 너무 요구한 나머지 타당성, 신뢰성 하나도 없는 시험을 지금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문제다.

시험 성적을 맹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점수 자체가 워낙 신빙성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주 열심히 잘해서 만든 시험이라 하더라도 계산을 해보면 통계적인 측정오차가 금방 나온다. 예를 들어 보통 지능검사가 1년에 걸쳐서 100문항 정도를 만드는데 그게 측정오차가 ±5점에서 10점이다. 이 말은 10점에서 20점까지는 의미 있는 점수 차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만드는 시험(수능이나 법학적성시험)은 절대 그렇게 못 만든다. 합숙 출제 기간이 20일이라고 하지만 인쇄와 검토에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문항 제작에 드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측정오차는 지능검사의 경우보다 클 수밖에 없다.

최소한 측정오차 내에서는 동일한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 어느 시험이건 일등이나 꼴찌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안 되므로, 많은 수험생들이 몰려 있는 커트라인 부근을 생각해 본다면, 통계적으로는 커트라인을 기준으로 위아래 1 표준편차까지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법학적성시험에서 150점을 받은 학생은 합격시키고 140점을 받은 학생은 불합격시키는 식으로 성적을 활용해서는 곤란하다. 왜 대학에서 A, B, C로, 중고등학교에서 수, 우, 미, 양, 가로 성적을 부여하는가? 점수 내는 데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있다면 뭣 하러 그러겠는가? 어려운 것을 구분하려고 하는데 어려워서 구분할 수 없는 건 안 하는 게 정상이지 그걸 억지로 구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법학적성시험 성적은 등급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점수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이다.

이것은 근본적인 철학의 문제일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은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능력을 높여 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잠재력을 끄집어 내어계발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법학적성시험 성적을 법전원 입시에서 정량 지표의 하나로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개별 학교의 재량권을 인정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박도순 교수는...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현 교육혁신위원회 선임위원이다. 2002.11 제36대 한국교육학회 회장, 1998.01 제1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전 국립교육평가원 원장, 1996.09 제14대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원장, 1995.03 제7대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교학부장, 1992.11 제5대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교학부장, 전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전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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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7-11 19:58:11
사람의 인생이란 게 다양하기에
평가의 대상이 되기엔 어렵다는 말씀들 처럼..


......

. 2016-07-11 10:33:08
순발력과 심리적 안정성..

ㅇㅇㅇㅇㅇㅇ 2016-04-29 23:50:05
그놈의 장재력 타령.. 그래서 미국 하버드,예일 등은 LSAT 성적 반영비율이 85%가 넘냐??? 미래의 법관이 될 사람들은 공정성에 기반해 선발되야 한다는게 당신이 그렇게 맹목적으로 따르는 잠재력,창의성,리더쉽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시초국가인 미국로스쿨의 방침이다. 에휴~~

2016-04-29 15:36:39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금수저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가 대법관 출신을 포함한 판·검사 자녀 40여명의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25개 로스쿨에 대한 3년치 입학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그간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로스쿨 입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변호사 단체나 고시생들은 이를 ‘현대판 음서제’에 비유하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했다. 교육부의 로스쿨 전수조사 결과는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입시부정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뒷받침한다.

현재 교육부는

자론변개 2016-04-29 08:37:44
현행 로스쿨 입시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공정합니다.

다만 서연고 출신이거나, 20대거나, 부모가 판검사나 로스쿨 교수 출신이라면 다른 수험생들보다 훨씬 더 공정할 뿐입니다.

법학적성시험에서 150점을 받은 치킨집 아들 A학생은 불합격 처리하고 140점을 받은 대법관출신 변호사 아들 B학생을 합격시키는 건 우연히도 B학생의 잠재력이 우수했기 때문이지, 결코 로스쿨 입시가 불공정해서 그런게 아닙니다.

교육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하시는 로스쿨 교수님들께서 심층면접을 진행하시는데 절대 불공정할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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