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분수를 모르는 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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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분수를 모르는 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탐욕
  • 오시영
  • 승인 2016.04.22 15: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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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인간이 다른 짐승과 다른 까닭은 “가치체계”의 정신세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짐승의 입장에서 보면 비판받을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우기고 싶은 것은 “인간에 대한 자기옹호적 사고”도 한 몫을 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억지 같은 저 소리를 기준 삼으면 가치체계를 벗어난 인간은 인간이 아닌,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되고 만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은 한 끼를 해결하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도 그럴진대 모든 것이 발달해 가는 인간세상에서 인간의 예의염치만 퇴행의 뒷걸음질을 치고 있으니 알다가 모를 일이다. 

그러한 퇴행의 근본에는 결국 인간탐욕이 자리하고 있다. 돈에 대한 탐욕, 권력에 대한 탐욕, 명예에 대한 탐욕 등 탐욕의 종류와 내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탐욕의 질과 양은 무한팽창을 거듭하는 자가복제의 기능이 있다. 하기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생각과 행동이 모두 다르니 동일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공동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려면 최소한도의 공통분모는 있어야 한다. 그러한 공통분모의 기저에는 예의염치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애, 최소한도의 법과 도덕을 지켜야겠다는 준법정신,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측은지심이 자리잡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그런데 딴 나라에서 사는 듯, 아니 지구 밖 외계에서 온 듯한 행위들이 버젓이 대명천지에서 자행되는 것을 보면 도무지 상식적 판단으로는 이해불가능한 영역이 존재하니 참담할 뿐이다. 보험금을 타낼 탐욕으로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패대기쳐 때려죽이고 추위에 얼려 죽이지를 않나, 재물을 도적질하다가 사람을 살해하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범죄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통해 많은 사람이 살육당하는 것을 실시간 뉴스로 접하면서 개인들의 행위도 덩달아 갈수록 포악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조차 하다. 국가 간 전쟁의 학습효과가 개인 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혼자만 잘 살겠다며 송곳처럼 삐져나와 보호막을 찢어대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 이 현실사회를 어떻게 치유하고 고쳐나가야 할지 난감하다. 그러한 인간교육의 중심에 있던 종교와 교육이 타락하고, 어떤 면에서는 종교와 교육조차 그러한 가치체계를 파괴하는데 앞장서는 단계에 이르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상실의 세상을 살고 있는듯하다. 

4ㆍ13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은 아직도 내부 정리가 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한 상태이다. 청와대의 한 마디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대오가 박살이 나버린 상태에서 어떻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말로는 국민의 민의를 수렴하겠다고 하지만 그 동안의 국정 실정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친박과 비박의 당권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역시 이렇게 이길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에 표정관리에 정신이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방향설정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역학구조가 만들어졌으니, 그 틀을 인정하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이 서로 양보와 관용, 타협과 호혜평등의 정신으로 선한 결과들을 만들어 국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공하기를 바랄 뿐이다.

프랑스의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20일 ‘2016년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조사대상국 180개국 중 한국이 70위라고 발표하였다. 노무현 대통령 재직 중이던 2006년 31위로 언론자유국가였던 우리 한국은 이명박 정권 들어서 2009년 69위까지 떨어졌다가(소위 미네르바 사건의 영향이 컸다) 다시 회복되어 2011년 42위, 2012년 44위를 유지했으나, 박근혜 정권 들어서 2013년 50위, 2014년 57위, 2015년 60위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더니 금년에는 최하위인 70위까지 떨어졌다. 참으로 잘 하는 짓이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박근혜 대통령 정부 하에 정부당국과 언론 간에 상당한 긴장관계가 조성됐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정부가 언론의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양극화된 언론에 개입해 언론독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억2천만원의 돈을 지원하였고, 재향경우회 역시 수차에 걸쳐 거액의 돈을 입금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위 기관들로부터 받은 돈을 탈북자들에게 일당으로 주고 집회에 참가토록 하여 야당이나 시민단체에 불리한, 정부나 국가기관에 유리한 집회와 시위를 하도록 지시하였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올해 초 한ㆍ일 위안부 합의체결과 관련해 청와대 측에서 지지 집회를 열라고 지시”하였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하였다.

박근혜 정권은 일반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집회와 시위를 방해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면서(사소한 것을 빌미로 국가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 등을 사용), 반대로 전경련이나 재향경우회 등 친여 성향의 단체들은 “민의의 조작”을 위해 “돈을 받은 집회꾼들을 동원”하여 방해집회 및 시위를 열도록 하여 자발적 집회나 시위를 하는 일반시민들을 괴롭히거나 방해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왔던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러니 국경없는기자회가 언론순위 70위라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에서는 그 동안 감추어져 있던 음험한 사실들이 더 많이 밝혀질 것이다. 국정조사권이나 청문회 또는 자료제출 요구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게 될 것이고, 진실 규명이 조금은 더 용이해질 것이다. 여태까지 다수결에 의해 새누리당이 거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에서 벗어나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것이고, 언론의 자유도 신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일당을 주고 집회꾼과 시위꾼을 모집하여 다중의 위력을 과시하며 맞불집회를 열어 상대 집회자들에게 폭행이나 공포심 등을 느끼게 하였다면 이는 형법상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에 의한 폭행 또는 협박”등의 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또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순수한 자발적 집회나 시위가 아니라 일당을 받고 동원된 자들이 벌이는 집회나 시위는 그 동기가 불순하고 결국 정당한 집회나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과시한 것이 되므로 위 법조에 의해 형사처벌되어야 할 범죄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예상하고 금전적 지원을 한 것이라면 전경련이나 재향경우회 등은 교사범 내지는 공범으로 역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하겠다. 그런 것을 예상하지 않았더라도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는 전경련의 목적범위를 벗어난 배임행위라 할 것이고, “대한민국재향경우회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 제5조 제4항을 위반하여 “대한민국어버이연합”으로 하여금 정치활동인 집회 및 시위자금을 공급한 것이므로 정치활동을 한 것이 되어 위 법을 위반한 것이라 하겠다.

정권이 정통성을 상실하게 되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일상화된다. 윗물이 맑지 않으니 아랫물이 맑을 수 없고, 위에서 맑게 하자고 하지만 이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상태여서 이를 맑게 할 수가 없고, 아래에서 맑게 하자고 하니 더러워진 위에서 이를 견디어 내지 못하고 내치게 되니 이 역시 맑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곪아 터질 때까지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다가 결국 시간이 되면 폭발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번 사태도 그런 결과로 세상에 소문이 나게 되어 버린 것이다. 내부자들에 의해 그 동안의 전횡이 속속 증언되게 되고 내부자료가 공개되고, 처음에 당황한 전경련이나 재향경우회 등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꼼수를 부려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말도 되지 않는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그 거짓말에 또 발목이 잡혀 빼도 박도 못하는 눈덩이사태로 번지고 있는 꼴이라 하겠다.

여론은 전경련이나 재향경우회뿐만 아니라 더 많은 단체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비롯해 대한민국엄마부대 등 관변단체들에 대해서도 자금지원이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뒤에는 국정원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보내고 있는듯하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이라면 집시법 등의 절차에 따라 집회 및 시위는 얼마든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검은 돈이 지원되어 일당을 받은 집회꾼이나 시위꾼들이 모여서 민의를 왜곡하거나 정당한 국민들의 집회나 시위를 방해하거나 겁박한다면 이것은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엄청난 범죄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기관은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번개 같은 수사기관이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수사에 나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질질 끌고,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 뒤에 마지못해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자들이 곳곳으로 숨어들고,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관련자들이 모여 입을 맞추고 이제 나와도 좋소라는 상태가 된 뒤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어디 떨어뜨린 증거가 없나 살펴보다가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손 털고 나 몰라라 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뿐이다. 나만의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거의 그렇게 수순이 밟아져 나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만일 그렇다면 또 다시 정권의 시녀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상식이 진정 상식으로 대접받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진정 국민의 민의를 받드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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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빠 2016-04-26 05:18:34
양심있는 학자나 식견이 높은 지도층 인사들이 불의와 불법을 보고 입다물고
있는것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을까?
개나 돼지면 혹시 그럴수 있겠지요
교수님의 촌철살인 적극 지지 합니다
pen을 이기는 권력이 있을까요?

이철희 2016-04-22 20:49:48
법률저널의 성격과 취지에 맞지 않는 정치편향적 성격의 글은 자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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