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27 / 감정평가와 실거래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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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27 / 감정평가와 실거래가 1
  • 이용훈
  • 승인 2016.04.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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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2016년 9월 1일 시행되는『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제 3조는 감정평가의 ‘기준’에 관한 사항이다. 1항과 2항은 각각 토지 평가의 기준이고 제 3항은 그 세부적인 원칙과 기준을 시행규칙에 위임하는 내용이다. 1항에서는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 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현재『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도 동일한 내용이 들어 있다.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제 3조 2항은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에 필요한 감정평가, 담보권의 설정·경매 등의 평가에서 표준지공시지가를 적용하는 평가 외에 임대료와 조성비용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 외에 다른 평가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그러나 더 강력한 문구는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을 강제하는 같은 조 제 1항 단서 조항이다. 

‘적정한 실거래가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단서로 달려 있다. 단서로 달린 만큼 원칙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하는지, 아니면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과 대등한 위치에서 실거래를 이용한 평가방법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는지 언뜻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단서 규정을 넣을 때, 입법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면 혼란스러울 필요가 없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적정한 실거래가’의 명확한 판단기준이 들어온다면 입법자는 이 단서 조항의 해석을 후자 쪽으로 했을 것이다. 적정한 실거래가를 적용하는 현 ‘거래사례비교법’의 위상이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과 같아지게 된다. 이는 지각변동이다. ‘표준지’가 그간 토지 감정평가 영역에서 누려온 독보적인 ‘기준성’이 허물어지게 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준지공시지가가 그 주변 거래된 토지가격에 맞춰 공시돼 왔다면 ‘적정한 거래사례’를 심어 놓은 효과와 같았을 것이다.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과 거래사례비교법의 산식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차이점은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을 구성하는 산식에서 단 하나의 항목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표준지를 적용할 때는 거래사례비교법과 동일하게 대상토지와 표준지를 비교한 후 이 결과를 ‘그 밖의 요인’으로 최종 보정한다. 그 앞에 비교과정을 거쳤어도 그런 항목으로 보정이 되지 않는 ‘그 밖의 사항’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통계에서 변수와 변수의 대응관계를 알아본 후, 변화량과 변화량의 관계를 알고 싶을 때 변수에 로그를 취한다. 이는 변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응관계를 다르게 해석하기 위해 값을 조정하는 것이다. 반면, 표준지의 공시가격(원/㎡)은 그와 거의 유사한 토지의 거래단가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거래사례와 비교해 도출된 대상 토지 가격은 그 토지가 그 정도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고 해석되지만, 표준지와 비교해 나온 1차적인 결과는 표준지가 거래가격 수준과 동떨어진 만큼 시가와 괴리된다. 

정리하면 표준지 공시가격은 시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 밖의 요인’으로 보정하는 과정은 표준지 공시가격을 일단 거래가격 수준으로 환원시키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적정한 거래가격 수준이 얼마인지 파악을 해야 하고, 적정 거래가격수준으로 수렴시키기 위해 감정평가사의 판단을 거쳐 ‘그 밖의 요인’ 값을 결정한다. 

이런 보정과정이 없는 거래사례비교법은 거래된 토지와 대상 토지를 1:1로 비교해 나온 결과에 손을 댈 수 없다. 비교하는 항목은 어느 토지가 우세하고 열세한지에 대한 판단이다. 이는 상대적인 평가다. 거래된 토지와 대상 토지를 비교하는 과정 외에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에서의 ‘그 밖의 요인’과 같은 항목으로 거래된 토지를 보정해야 한다면 ‘거래된 토지’는 채택하지 말았어야 한다. 즉, 정상적인 비교과정 외에 원 자료를 수정해야 한다면 ‘왜 그런 자료를 채택했죠?’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 상대적인 비교 외에 원 자료의 절대적인 값을 건드리면 반칙이다. 그래서 ‘적정한 실거래’를 포착해 적용할 거래사례로 채택하는 과정이 결과의 신뢰성과 연결된다. 

올 하반기 거래사례비교법이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의 위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적정한 실거래’가 무엇인지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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