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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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51)
  • 신종범
  • 승인 2016.04.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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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전 군검찰관, 국방부 소송총괄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집에서 얼마되지 않은 거리에 남한산성이 있다. 새로 옮긴 사무실에서는 더 가깝다. 치욕적인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지만 계절마다 독특한 풍광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바라보는 경치가 시원하고, 마주치는 나무와 꽃들은 향기롭다. 지금은 사람들의 쉼터로 자리잡은 이 곳이 한 때는 공포의 대상으로 불리워진 적이 있었다. “남한산성 한 번 갈래?” 예전에 군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없었던 군기도 바짝 들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곳에 가면 온갖 고초를 겪고 어쩌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수도 없다는 생각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남한산성에 무엇이 있었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무서워 했을까? 당시 남한산성에는 군교도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1962년 터를 잡은 후 1985년까지 있었으니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런 시절이었다. 군사정권 아래서 군사재판을 받은 사람들이 수용되는 곳이었으니 얼마나 가혹한 처우들이 있었을까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그 때부터 남한산성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나 아름다운 관광지가 아닌 공포의 장소가 되고 말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남한산성에 있던 군교도소에 수용된 적이 있다고 한다.

1985년 군교도소는 남한산성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도 군에서는 “남한산성 갈래?”라는 표현이 익숙하게 사용되었다. 현재 군교도소는 경기도 이천 장호원에 위치하고 있다. 육, 해, 공군 모두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한동안 육군교도소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지만 2014년 국군교도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국군교도소에는 실형을 선고받은 군인, 군 사형수, 그리고 예외적으로 군사재판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은 민간인들이 수용된다. 얼마전 윤일병 사망사건 주범이 군교도소에 수용 중에 다른 수용자를 또 다시 폭행하여 군교도소가 언론에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남한산성 시절 같으면 그일이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군교도소로도 더 이상 폐쇄적이지 않고 그곳의 수용자들은 법률(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처우를 받는다.

군내에 군교도소 말고 또 다른 수용시설이 있다. 군교도소보다는 익숙하다. 바로 ‘영창’이다. 군교도소는 ‘남한산성’으로 더 많이 불리웠지만 영창은 예나 지금이나 그 이름 그대로 불리운다. 모두 군내에 있는 수용시설이지만 군교도소는 형사절차에, 영창은 징계절차에 해당한다는 것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영창은 병(兵)에 대한 징계처분 중 하나다. 장교나 부사관에 대한 영창처분은 없다. 중대장 이상 지휘관은 소속 병에 대하여 최장 15일까지 영창처분을 할 수 있다. 영창처분은 신체가 구금된다는 불이익도 있지만 영창기간 만큼 복무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이 병사들에게는 더 두렵다. “영창 갈래?” 라는 말은 “남한산성 갈래?” 보다는 덜 하지만 역시 무서운 표현이다. 영창은 군기확립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지만 영장없이 구금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위헌 논란이 있어 왔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복무규정을 위반한 의무경찰을 영장없이 영창에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대하여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합헌 의견은 영창 처분 사유를 제한하고 있고, 징계 심의와 집행에 있어 징계대상자의 진술권, 불복절차 등이 마련되어 있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헌법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는 형사절차가 아닌 징계절차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위헌 의견은 헌법 제12조 제3항은 형사절차 이외의 국가권력작용에 대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고, 공권력의 행사로 신체를 구속당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구속이 형사절차에 의한 것이든 행정절차에 의한 것이든 신체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행정절차에 의한 구속에도 영장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한편, 의무경찰과 달리 군인은 영창처분이 있기 전에 인권담당법무관의 적법성 심사를 받도록 하는 등 적법절차를 강화하고 있어 군인의 영창처분을 규정하고 있는 군인사법에 대하여는 합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 합헌 의견은 지휘체계와 복무기강 확립 이라는 공익이 크고 영창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음을 고려한 듯 싶다.

그러나, 헌법상 영장주의가 형사절차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형사절차에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에 사법적 심사가 필요하다면 그보다 비위정도가 약한 징계절차에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에는 더욱 더 사법적 심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징계절차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사법적 심사를 받을 수 없다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영창처분을 징계처분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맞다. 영창제도가 지휘체계와 복무기강을 확립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도 검증된 바 없다. 더욱이 왜 병(兵)에게만 영창처분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군 수뇌부에 있던 분들이 방위사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부실 장비를 구입하는 등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군내에 휴대전화를 반입한 병사(요즘은 휴대전화 때문에 영창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에 대해 군기확립을 위해서 반드시 영창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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