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5)
상태바
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5)
  • 문덕윤
  • 승인 2016.04.22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독해를 한다는 것은 사람의 의도를 읽는 일입니다. 원래 논증적으로 읽고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을 때, 사람은 매우 쉽게 자기 입장에서 상대방을 해석하려고 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의 훈련이 없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PSAT 언어논리에서는 정확한 독해훈련과 꾸준한 독서로 다져진 논증적 독해능력을 측정하고자 합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출제자가 의도하는 대로 정보를 분류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상당한 시간의 헤아림이 없으면 갖춰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문제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두 문제가 이어지니 잘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풀이시간 : 5분)

선거에서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설명하는 이론은 사회심리학 이론과 합리적 선택 이론으로 대별된다. 먼저 초기 사회심리학 이론은 유권자 대부분이 일관된 이념 체계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이 투표 선택에서 특정 정당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는 현상은 그 정당에 대한 심리적 일체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곧 사회화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혈연, 지연 등에 따른 사회 집단에 대해 지니게 되는 심리적 일체감처럼 유권자들도 특정 정당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태도를 지니는데,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정당의 이념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 합리적으로 따지기보다 정당 일체감에 따라 투표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합리적 선택 이론은 유권자들을 정당이 제시한 이념이 자신의 사회적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는지 그 효용을 계산하는 합리적인 존재로 보았다. 공간 이론은 이러한 합리적 선택 이론을 대표하는 이론으로, 근접 이론과 방향 이론으로 나뉜다.

초기의 근접 이론과 방향 이론은 유권자의 선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선 이념 공간을 일차원 공간인 선으로 표시하고, 보수적 유권자 X, 진보 정당 A, 보수 정당 B의 이념적 위치를 그 선에 표시한다고 가정하자. 근접 이론은 X와 A, B간의 이념 거리를 각각 ‘|X-A|’와 ‘|X-B|’로 계산한 다음, 만약 X와 A의 이념 거리가 X와 B의 경우보다 더 가깝다면 X는 A에 더 큰 효용을 느끼고 투표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유권자 분포의 중간 지점인 중위 유권자의 위치가 양당의 선거 경쟁에서 득표 최대화 지점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연 X가 이념 거리가 더 가깝다는 것만으로 자신과 이념이 다른 A를 지지할까? 이에 대해 방향 이론은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이념 원점을 상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정당의 이념이 유권자의 이념과 같은 방향이되 이념 원점에서 더 먼 쪽에 위치할수록 그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효용이 증가하며, 반대로 정당의 이념이 유권자의 이념과 다른 반향일 경우에는 효용이 감소한다고 본다. 가령 이념 원점이 5라고 한다면, X와 A와 B에 대한 효용은 각각 ‘-|5-X|×|5-A|’와 ‘|5-X|×|5-B|’로 계산되는데, 이때 X는 이념 거리로는 비록 A가 가깝다 할지라도 B에 투표하게 된다. 따라서 방향 이론에서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효용은 그 정당이 유권자와 같은 이념 방향의 극단에 있을 때 최대화된다.

두 이론은 이념에 기초한 효용 계산을 통해 초기 사회심리학 이론의 ‘어리석은 유전자’ 가설을 비판했지만 한계도 있었다. 근접 이론은 미국의 정당들이 실제 중위 유권자의 지점에 위치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방향 이론은 유럽 국가들에서 이념적 극단에 있는 정당이 실제로 수권한 경우가 드물다는 비판에 각각 직면했다. 이에 근접 이론은 정당이 정당 일체감을 지닌 유권자(정당 일체자)들로부터 멀어질 경우 지지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실제로는 중위로부터 다소 벗어난 지점에 위치하게 된다고 이론적 틀을 보완했다. 또 방향 이론은 유권자들이 심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이념 범위인 관용 경계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정당이 관용 경계 밖에 위치하면 오히려 유권자의 효용이 감소한다는 점을 이론에 반영했다.

한편 공간 이론의 두 이론은 유권자의 효용 계산과 정당의 득표 최대화 예측에서 이론적 경쟁 관계를 계속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현실 설명력에서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의회 선거를 예로 들면, 근접 이론은 미국처럼 ㉠양당제 아래 소선서구제로 치러지는 선거를 더 잘 설명해 왔다. 반면에 방향 이론은 유럽 국가들처럼 ㉡다당제 아래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선거를 더 잘 설명해 왔다. 한 연구는 영국처럼 ㉢다당제 아래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유권자가 여당에 대해 기대하는 효용은 근접 이론이 더 잘 설명하고, 유권자가 야당에 대해 기대하는 효용은 방향 이론이 더 잘 설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 환경에 따라 정당들의 득표 최대화 전략이 다를 수 있음을 뜻한다.

1. 위 글의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초기 사회심리학 이론은 유권자의 투표 선택이 심리적 요인 때문에 일관성이 없다고 보았다.

② 공간 이론은 유권자와 정당 간의 이념 거리를 통해 효용을 계산하여 유권자의 투표 선택을 설명하였다.

③ 후기 공간 이론의 등장으로 득표 최대화에 대한 초기의 근접 이론과 방향 이론 간의 이견이 해소되었다.

④ 후기 공간 이론에서는 유권자의 투표 선택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이념의 비중이 커졌다.

⑤ 후기 공간 이론은 정당 일체감을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하여 세련된 유전자 가설을 입증했다.

2. ㉠~㉢에서 에서 득표 최대화를 위한 정당의 선거 전략을 공간 이론의 관점에서 설명한 것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 초기 근접 이론은 ㉠에서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여당이 중위 유권자의 위치로 이동함을 설명할 수 있다.

② 후기 근접 이론은 ㉠에서 정당 일체자의 이탈을 우려한 야당이 중위 유권자의 위치로 이동하지 못함을 설명할 수 있다.

③ 후기 방향 이론은 ㉡에서 정당 일체자의 이탈을 우려한 여당이 중위 유권자의 위치로 이동함을 설명할 수 있다.

④ 초기 근접 이론은 ㉢에서 중도적 유권자의 이탈을 우려한 여당이 중위 유권자의 위치로 이동함을 설명할 수 있다.

⑤ 후기 방향 이론은 ㉢에서 중도적 유권자의 관용 경계를 의식한 야당이 이념적 극단 위치로 이동하지 못함을 설명할 수 있다.

정답은 2번과 3번입니다. 5분 내에 문제를 미처 다 해결하지 못한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지문에 제시된 관점이 여러 개인데다가, 정보의 양도 많아서 기준을 잡지 못하고 들어가면 풀이 시간이 한없이 늘어질 수 있는 문항이었습니다. 이 지문에는 사이즈를 줄일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제시된 내용 중에는 읽을 필요가 없이 건너뛰어도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2문단에서 보수적 유권자 X와 정당의 이념 위치 A,B를 사용해서 수식을 제시한 부분입니다. 사례인데다 수식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냥 평면적으로 읽다보면 내가 뭘 해야 하지 하고 퍼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의 정보를 소화할 필요가 있을까요? 단적으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선택지의 어떤 문장도 이 부분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쉬운 말로, “안 물어봤으니 안 궁금하셔도 됩니다.” 그럼 1번 문제에 대한 해설입니다.

정답 : ②

① 초기 사회심리학 이론은 유권자의 심리적 일체감 때문에 일관된 선택을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관성이 없다는 해석은 지문의 내용과 양립 불가능하다.

② 세련된 유전자 가설에 입각한 공간 이론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다.

③ 이론 간의 논쟁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분석 대상이 되는 정치 제도가 어떤 구조인지에 따라서 현실 설명력이 높은 이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의 선택을 설명하는 이론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④ 후기 이론으로 넘어가면서 공간 이론과 방향 이론 모두 심리적 속성에 주목한다. 이념은 심리적 속성이 아니라 이념적 일관성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지문의 내용과 양립 불가능하다.

⑤ 후기 공간 이론이 심리적 일체감을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한 적이 없으며, 세련된 유전자 가설이 완전히 입증된 적도 없다.

2번 문제는 마지막 문단의 사례를 해석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선택지를 두고 지문과 맞춰 가면서 하나씩 제거하려고 한다면 답을 못 찾기 쉽습니다. 추론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이런 문제의 경우, 밑줄 주변을 잘 읽어보시면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밑줄 자체에 초점을 두면 정당 제도의 유형이나 선거 제도의 유형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그런데 이 지문의 문맥에서는 양당제-다당제,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준은 어떤 이론이 설명력이 높은가입니다. 따라서 기준이 아닌 정보를 과감하게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선택지 1,2,3번의 여당, 야당 역시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 ㉡은 정당이 기준이 아니고 국가가 분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지들에 등장하는 여당과 야당은 ‘정당’으로 일반화시켜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문맥이 요구하는 방향을 잘 파악하여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보를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오늘의 문제들은 시간 안에 정보를 처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경로로 접근하고,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을 하느냐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시간에 차이가 생깁니다. 독해 연습을 제대로 한 수험생들은, 독해가 경청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경청을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 어려운 경청을 하는 시간이 누적되면 상대방을 헤아리고 포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추론’이라는 작업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행하는 능동적인 재구성입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여러분 것으로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정답 : ③

① 초기 근접 이론은 득표 최대화 지점이 중위 유권자들이 모여 있는 지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당이 중위 유권자가 주로 분포하는 지점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② 후기 근접 이론은 왜 정당이 중위 유권자 지점으로 이동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따라서 ㉠에서 정당 일체자의 이탈을 우려한 야당이 중위 유권자의 위치로 이동하지 못함을 설명할 수 있다.

③ 후기 방향 이론은 정당 일체감이 아닌 관용 경계로 득표 최대화 지점이 이념의 극단적 경계로 나뉘어지지 않는 현상을 설명한다. 정당 일체감은 후기 근접 이론이 수용하는 개념이다.

④ 초기 근접 이론은 득표 최대화 지점이 중위 유권자들이 모여 있는 지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에서 중도적 유권자의 이탈을 우려한 여당이 중위 유권자의 위치로 이동함을 설명할 수 있다.

⑤ 후기 방향 이론은 정당 일체감이 아닌 관용 경계로 득표 최대화 지점이 이념의 극단적 경계로 나뉘어지지 않는 현상을 설명한다. 따라서 ㉢에서 중도적 유권자의 관용 경계를 의식한 야당이 이념적 극단 위치로 이동하지 못함을 설명할 수 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